"2030년 목표 어렵다"…EU 감사원의 경고장

유럽회계감사원이 EU의 방어 태세에 문제가 있다는 공식 보고서를 냈다. 미국 의존과 분산된 국방체계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유럽연합(EU)이 외국의 침공에 대한 방어 태세에 문제가 있으며, 2030년까지 목표치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공식 보고서가 나왔다. EU 재정 감시기구인 유럽회계감사원(ECA)이 발간한 보고서 내용으로, 영국 가디언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CA는 미국에 대한 의존이 지속되고 있고 각국의 국방체계가 분산돼 있다고 지적했다. 2030년까지 외국의 침공에 대응할 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2022년보다는 나아졌지만"…절반의 평가

ECA는 EU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보다는 방어 태세가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2030년 말까지 목표한 수준의 방어 태세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EU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국방비 지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방비를 증액해 왔다. 특히 지난해 정보당국에서 러시아가 유럽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자 2030년까지 국방 대비 태세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ECA는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고강도 전쟁을 독자적으로 지속하려면 중대한 난관을 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천억 유로 프로젝트 포기"…분산의 대가

ECA 고위당국자는 각국 방위산업이 분산돼 있고 EU 회원국 간 협력도 충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국방비가 중복해 투입되거나 정작 필요한 부분을 제대로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프랑스와 독일이 양국 기업 간 주도권 분쟁을 해결하지 못해 1천억 유로 규모의 공동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를 포기한 것을 대표적 사례로 짚었다. 유럽의 국방 통합이 예산 증액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달 78%가 역외"…미국산이 63%

ECA는 외국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과 단기적 수요 사이에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지적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2023년 6월까지 EU 회원국이 조달한 국방 장비의 78%는 EU 이외 지역에서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미국산이 63%에 달했다. 전쟁 발발로 무기체계를 신속하게 구매해야 할 필요가 커지면서 역외 조달이 늘어난 결과다. 자립을 목표로 하면서도 당장의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역외 구매에 의존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유럽의 재무장은 예산 규모보다 조달 구조와 협력 방식이 관건이라는 점이 보고서로 확인됐다. 역외 조달 비중이 높다는 사실은 한국을 포함한 수출국에는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 EU가 2030년 목표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향후 유럽 방산 시장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사진 출처=연합뉴스·다음 뉴스, 다음 이미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