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금은 매도 아닌 조정"…반도체 랠리 '양질의 이익'이 관건

이윤형 기자 2026. 4. 2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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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수익 실현 매도 속 비중 조정 국면"
반도체 랠리, 실적 아닌 구조가 관건…장기계약 확대 여부가 지속성 결정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 팀장. [출처=EBN]

코스피가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상승 주역 반도체주 랠리의 지속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기 모멘텀을 넘어 구조적 상승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정작 외국인 자금은 국내 반도체주에서 순유출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지수 상승이 일부 대형주 쏠림에 기반한 것인지, 외국인 수급 이탈에도 상승 추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를 두고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 수급의 방향 전환 가능성과 함께 반도체 업황의 구조적 회복 여부가 향후 시장 흐름을 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이같은 맥락에서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 팀장의 견해를 통해 최근 반도체주 랠리의 지속 가능성과 리스크 요인을 점검해봤다.

◆"외국인 이탈 아니다…반도체 비중 조절 중"

허재환 팀장은 최근 외국인의 반도체 매도 흐름에 대해 "일단은 단순한 수급 변화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2~3월에 외국인이 많이 팔았지만, 이는 주가 상승 이후 일부 수익 실현 성격이 강하다"며 "한국 시장을 떠나기 위한 구조적인 매도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이 매도했음에도 코스피 전체 지분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며 "반도체 비중을 조정한 것이지 한국 시장 자체를 회피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반도체 업종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은 여전히 신중하다는 분석이다. 허 팀장은 "현재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여전히 고변동 리스크 자산으로 보고 있다"며 "좋을 때는 좋지만 나쁠 때 급격히 꺾일 수 있는 사이클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TSMC와 격차는 '이익 안정성'…외국인 선호 갈리는 이유"

이 같은 인식은 밸류에이션에서도 확인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익이 크게 개선된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7~8배, SK하이닉스는 5~6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정말 안정적인 자산으로 평가받는다면 TSMC처럼 훨씬 높은 멀티플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반도체보다 대만 TSMC를 더 선호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TSMC는 외국인 지분율이 70%를 넘을 정도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종목"이라며 "핵심은 실적 변동성이 낮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모리 반도체는 공급 확대와 가격 하락, 투자 축소와 가격 상승이 반복되는 2~3년 주기 사이클 산업"이라며 "반면 TSMC는 주문형 파운드리 구조라 수요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변동성이 낮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두고 "TSMC는 주문형 '케이크', 삼성전자는 범용 '식빵'"이라고 비유하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장의 이익 규모보다 꾸준히 이익을 내는 기업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3~4년 장기계약 확대, 구조 변화의 신호"

그렇다면 현재의 반도체 랠리는 지속될 수 있을까. 허 팀장은 핵심 변수로 "이익의 질"을 꼽았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단순히 이익 규모보다 이익의 지속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본다"며 "지금까지는 가격 상승에 의해 이익이 급증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이 흐름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나타나는 장기 공급계약 확대 움직임에 주목했다. 그는 "빅테크 기업들이 3~4년 단위 장기계약을 통해 반도체를 확보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구조가 자리 잡으면 가격과 이익률 변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기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 구조를 입증하게 되면 외국인 자금도 다시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변수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지목됐다. 그는 "현재 파운드리는 TSMC가 압도적 1위지만, 주요 고객사들이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여기서 점유율을 확보하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4~5년 뒤 판도 흔들 변수"

한편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부상은 중장기 리스크로 꼽혔다. 그는 "지금은 저가 시장 중심이라 직접 경쟁은 제한적이지만, 중국 업체들이 이익을 바탕으로 투자와 기술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며 "4~5년 뒤에는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반도체주 상승세는 실적 기대감과 수급 요인이 결합된 결과지만, 지속 여부는 구조 변화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허 팀장은 "지금은 외국인이 반도체를 버리고 떠나는 구간이 아니라, 비중을 조절하면서 이익의 질을 점검하는 단계"라며 "반도체가 고변동 자산에서 안정적 이익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 확인되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장기계약 확대, 이익률 안정성,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가 확인된다면 반도체 상승 흐름은 이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 변동성이 부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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