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 이재명 정부와 신한금융의 ‘상생경영’

외형·손익보다 100년 지속 일류회사가 목표

공공 배달앱·지방과 상생·상생금융 등 잇달아

진옥동, 대한민국 금융사에 또 다른 실험·도전

고전 ‘논어’ 위령공 편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제자가 공자께 물었습니다. “한마디 말로 평생 실천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 공자가 대답합니다. “죽을 때까지 실천해도 좋은 유익한 한마디가 있다. 아주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바로 ‘서(恕)'다.” 이는 ‘용서하다’ ‘헤아려 동정한다’는 뜻입니다. 한자를 풀이해 보면 다른 사람의 마음(心)도 내 마음과 같다(如)는 의미입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남도 바란다는 뜻이 되고,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을 남에게도 베풀지 않는다는 의미가 됩니다.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않는 것’은 곧 ‘내가 바라는 것을 남에게 베푸는 것’입니다. 남에게 베푸는 것은 불가에서 말하는 ‘보시(布施)'를 뜻합니다. 따라서 불가의 보시와 유가의 서 사상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시와 서는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화두이자 과제로 떠오른 ‘상생’으로 이어집니다.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이 하나가 되고, 내가 바라는 바를 다른 이에게 베푸는 것, 그것이 바로 상생입니다.

어렵지만 평생 실천할 한마디 말

우리 사회에서 상생이 시대의 관심사로 떠오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이 미국 다음으로 가장 심한 나라입니다. 경제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는 고용불안정, 부동산 가격 격차 확대, 교육기회 불균등 등으로 나타납니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정치적으로는 보수와 진보 간, 노동계와 경영계 간의 극심한 갈등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의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세대 간 연대와 상생이 필요합니다. 성장이 한계에 이른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확보하려면 경쟁 중심의 성장전략에서 이른바 ‘포용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내란 사태를 겪으며 절실히 깨달은 ‘지속가능한 사회’ ‘건강한 민주주의’라는 당면과제를 해결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상생이 필수입니다.

출범 한 달이 지난 진보정권, 이재명 정부 역시 당연히 상생을 강조합니다. 정치 분야에서 야당과의 협력이나 상생도 중시하지만, 특히 경제 분야에서의 상생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노동과 기업 간의 상생,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상생, 수도권과 지방 간의 상생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상생은 서민금융 확대, 소상공인 지원, 취약계층의 채무 탕감, 골목상권 지원 등 ‘민생경제 살리기’라는 구체적인 정책으로 나타납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기업들도 상생 행보에 적극 나섰습니다. 특히 금융사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집니다. 금융업은 규제산업이자 내수 중심 산업이기 때문에 외부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변화된 정치환경에서 살아남고, 이재명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상생금융, 포용금융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있습니다.

상생이 시대의 화두가 된 이유

금융사들 가운데 상생금융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한금융그룹입니다. 신한금융의 상생은 다른 금융사들과 차별점이 있습니다. 애초부터 접근방식이 달랐습니다. 이재명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한 것도 아니고, 회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에 유리한 ‘보여주기식 행동’을 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 3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외형과 손익으로 결정되는 1등 회사가 아니라 50년, 100년 동안 지속되는 회사를 만들고, 고객과 사회가 인정하는 일류회사를 만들며, 이를 위해 스캔들 제로, 고객 편의성 제고,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이라는 세 가지 일류 아젠다를 실행해 나가겠다.' 또 '의무를 다하는 데는 인생의 모든 훌륭함이, 의무에 소홀한 데는 인생의 모든 추함이 있다'는 로마시대 철학자의 ‘의무론’ 문장을 인용하면서 신한금융 리더들과 1박2일간 경영포럼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과거처럼 그룹의 재무 목표를 공유하기보다는 기업과 경영자의 의무에 대해서만 토론했다고 고백합니다.

신한금융과 진 회장이 추구하는 ‘100년 이상의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외형이나 손익 등 재무적 지표보다 고객과 사회로부터의 인정과 신뢰가 무척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과의 상생, 사회와의 상생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신한은행은 2022년부터 높은 배달수수료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외식업 소상공인들과의 상생을 위해 공공 배달앱 ‘땡겨요’를 운영해왔습니다. 현재는 가입자 수만 500만명을 넘습니다. 중개수수료가 최대 8%에 이르는 민간 배달앱에 비해 땡겨요의 수수료는 2%에 불과합니다. 신한은행은 여기에 자체 전자결제 지급대행 시스템을 구축해 당일 판매대금을 정산해줌으로써 외식 소상공인의 자금회전을 돕습니다.

재무 목표보다 경영자의 의무가 중요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광주은행과 상생협력 협약을 맺었습니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지방은행과의 상생을 도모하자는 취지입니다. 신한은행은 이를 위해 앞으로 지방은행이 위치한 지역의 시도 금고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지역 대학의 주거래은행 유치도 가급적 자제하기로 했습니다. ‘지역 상생’을 위해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공개채용에서 ‘지역인재 전형’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9월부터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세 가지 ‘밸류업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진행해왔습니다. 저축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대출을 전환해주는 ‘브링업’, 휴면계좌 등을 고객에게 안내해주는 ‘파인드업’, 10% 이상 대출금리를 9.8%로 일괄 인하해주는 ‘헬프업’ 프로젝트가 그것입니다.

신한금융이 최근 발간한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금융그룹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 전반을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5조원이 넘고, 배당·납세 등 간접기여를 제외한 순수 사회적 가치만도 3조원에 육박합니다.

신한금융의 독보적인 지속가능경영과 상생경영에 대해서는 일부 비판적 시각도 존재합니다. 비판론자들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일류’보다 재무적으로 ‘1등’이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귀결됩니다. 외형이든 순익이든 1등에 먼저 올라야 ‘일류’가 되고, 지속가능경영이나 상생경영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진 회장의 경영이 지나치게 시류에 영합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신한금융은 KB금융과 비교하면 주가나 시가총액, 그룹의 전체 이익이나 외형에서 뒤처집니다. 특히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합니다. 이 때문에 비판적으로 본다면 진 회장은 어떤 추상적인 메시지를 내기보다 핵심 계열사의 수익성과 1등 지위 회복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러나 최근 금융그룹 간 실적 경쟁이 대형 증권사나 대형 보험사 보유 여부로 갈리는 현실을 고려하면 당장 눈앞의 실적으로 현직 최고경영자(CEO)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대형 금융사 인수합병(M&A)이 당분간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진옥동의 도전, 성공할까 실패할까

진 회장은 우리나라 금융업의 현실을 감안하면 다소 독특한 인물입니다. 그는 2023년 3월 취임 이후 좋아하던 술도 끊었고 골프도 치지 않습니다. 전임 대통령이 과도한 음주로 국가 경영에 실패했던 현실과 비교되며 그의 ‘금주경영’이 주목 받기도 했습니다. 진 회장은 주말에도 책과 리포트를 읽으며 공부하고, 그룹 사장단과는 경영실적보다 그룹의 미래에 대해 더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진 회장의 지속가능경영, 상생경영, 일류경영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와 이재명 정부의 ‘케미’는 어떤 모습일까요.

국내 기업 중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SK그룹이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적 가치, ESG경영, 상생을 강조하며 실행에 나섰지만 그룹 경영의 어려움과 오너의 사생활 리스크에 글로벌 경영환경까지 바뀌면서 흐지부지된 사례가 있습니다. 신한금융이라고 해서 SK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진 회장의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그가 대한민국 금융사에서 또 하나의 실험과 도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는 3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의 마지막에서 ‘의무론’에 나오는 다음 구절을 인용합니다. '신의는 말한 바를 실행함에서 비롯된다.' 그가 신의를 지키는 리더가 되기를 바랍니다.

박종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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