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의 취향을 반영한 공간 구성부터 섬세한 설계와 치목까지.
서명석 건축가의 손을 거치면 오랫동안 꿈꿔온 이상적인 공간이 아름답게 구현된다.
팀버프레임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 그를 찾는 이유다.
서명석
· 팀버코리아 대표
· 팀버프레임 전문 건축가
국내에는 팀버프레임 건축가가 많지 않다. 어떤 계기로 팀버프레임에 빠졌나?
처음부터 건축 분야에 몸담았던 건 아니다. 방송국에서 카메라맨으로 근무할 당시 프로그램 촬영차 캐나다를 방문했다가 목조주택의 매력에 푹 빠졌다. 고민 끝에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로 일하며 통나무집 짓는 법을 배웠다. 고향에 통나무집을 한 채 짓고 나니 건축 의뢰가 조금씩 들어오기도 했다. 그런데 여러 경험을 하고 나니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이 생기더라. 미국 여행을 하다 팀버프레임을 만난 것도 그 시기다. 팀버프레임의 신선하고 강인한 느낌에 매료돼 귀국 일정을 미뤄가며 미국에 있는 팀버프레임 하우스를 견학하고, 길드에서 교육도 받았다.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분야라는 생각이 들어 공부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게 됐다.
주로 어떤 이들이 팀버프레임 건축을 의뢰하나?
은퇴하신 분들 가운데 집에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나 내 집을 손수 짓고 싶은 분들이 많이 찾아온다. 한옥이나 콘크리트, 경량목 구조 주택까지 다양한 형태를 두루 경험한 분들이 팀버프레임을 접하고 매력을 느껴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팀버프레임이 상당히 직관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보니 주로 남성들이 선호하는 건축 방식 같지만, 성별 관계없이 인기가 있다.
팀버프레임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시각, 촉각, 후각을 통해 집과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은 집을 지을 때 골조를 숨겨 치장을 하지만, 팀버프레임은 골조를 외부로 노출한다. 나무가 그대로 살아 있는 매우 솔직한 건축 방식이기 때문에 나뭇결을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고, 내 집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나무에서 배어 나오는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향을 오래 느낄 수 있다는 점 역시 팀버프레임만의 장점이다. 이 집도 지은 지 15년이 다 되었는데 아직까지 나무 향을 머금고 있다. 마치 어제 지은 것처럼 매일매일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어 매력적이다.
다른 목조주택보다 나무 향이 훨씬 강하다. 벽체 구성 방식이 이런 특성을 만드는 것인가?
그렇다. 팀버프레임은 기둥과 기둥 사이에 볏짚이나 벽돌 등을 채워 벽을 구성하는 인필드 공법이 아닌 기둥 바깥에 벽체를 덧대는 아웃필드 공법으로 짓는다. 벽체로 집을 감싸는 방식이기 때문에 골조를 보호하고 나무 향기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팀버프레임 하우스 건축 과정이 궁금하다
건축주의 의뢰 내용을 바탕으로 설계도를 작성하고, 수종을 고른 뒤 치목을 한다. 이후 부재들을 결구해 건물을 세우며 지붕과 단열 시스템을 설치한다. 일반 건축 프로세스와 다른 점은 골조 설계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다. 각 부재들이 매우 정밀하면서도 통일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작업한 부재들을 늘어놓고 번호를 매겨 단면을 하나씩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대략적인 시공 기간은 일반 주택 시공 기간에 골조를 완성하는 기간인 한 달 반을 더하면 된다. 완성까지 보통 5개월 정도 걸린다.
건축 단계에서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은 무엇인가?
계획 및 설계 단계에서 건축주가 구상한 디자인을 어떻게 구현할지 계속해서 고민한다. 이때 건축주의 취향과 생활 패턴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하는 편이다. 또 조명과 채광에도 신경 쓴다. 나무는 빛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자칫하면 집 안이 어두워 보일 수 있다. 빛이 어느 쪽에서 어떻게 들어오는지 체크하고, 벽면은 가능한 한 단순하게 밝은색으로 페인팅한다.
건축 비용은 어떻게 산정하나?
수종과 가공 공법, 디자인, 추가 공사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 건축 비용에 골조 비용 18~30%를 더하면 대략 계산이 가능하다. 경량목 구조 건축물의 평당 가격이 600만원이라고 하면, 팀버프레임 건축물은 700만~800만원선이다.
팀버프레임 건축 시 선택하는 수종에는 어떤 것이 있나?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나무과의 더글러스 퍼, 한국의 잣나무, 스프러스, 오크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더글러스 퍼는 나무 향이 좋고 색감이 진한 편인 데 비해 소나무, 잣나무, 스프러스는 색깔이 비교적 연하다. 비용이 많이 들어도 고급 수종을 선택하고 싶다면 단단한 활엽수인 유럽산 오크도 추천한다. 이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 더글러스 퍼다. 특유의 붉은색이 우리나라 소나무와 유사해 편안함을 느끼는 분이 많다. 이 집 역시 더글러스 퍼를 이용해 지었다.
흰개미 등 벌레나 부패로부터 안전한가?
팀버프레임 건축을 의뢰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완성 과정에서 골조를 보호하기 위해 표면에 마감재인 오일스테인을 바르고, 망 등으로 방충·방습 장치를 마련하기 때문에 벌레나 곰팡이로 인한 목재 변형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
치목과 결구가 매우 정교하게 이루어졌다
팀버프레임 건축물은 기본적으로 쇠못 등의 철물 없이 장부 맞춤 결구법으로 짓는다. 부재를 연결한 후에는 나무못을 이용해 결속한다. 팀버프레임 작업은 신중하고 정확한 건축 계획에서 시작된다. 모든 프레임을 정확하게 계산해야 안전하고 아름다운 결과물을 낼 수 있다. 먼저 각 구성 요소를 길이에 맞게 자르고, 장부촉과 장부홈을 만든다. 나무가 건조되어 줄어들 것을 계산해 치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에는 반드시 개별 부재를 맞춰 보고 잘못된 곳을 찾아 수정하는 피팅 과정을 거친다.
트러스를 응용해 미적 요소를 강화한 점이 흥미롭다
팀버프레임 건축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트러스 구조를 반드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직관적이고 균형 잡힌 건축물을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하중을 효과적으로 지탱하는 안전한 건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삼각형 트러스 중앙에 하나의 수직 지지물을 더한 킹 포스트 트러스, 두 개의 수직 지지물을 세운 퀸 포스트 트러스, 곡선이 아름다운 아치 형태의 트러스 등 다양한 트러스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대형 창문을 넣거나 동선에 제약을 두고 싶지 않은 경우에는 보를 생략할 수도 있다.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은지에 따라 선택지가 다양하다.
팀버프레임 건축에서는 주로 어떤 단열재를 사용하나?
아웃필드 공법으로 짓기 때문에 외부에 경량목 구조를 더해 마감을 하기도 하고, 요즘에는 가격 대비 단열 효과가 뛰어난 구조단열패널 ‘SIP(Structural Insulated Panels)’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구조단열패널은 합판과 합판 사이에 단열재를 채워 넣은 패널이다. 팀버프레임으로 골조를 만든 뒤 외벽에 구조단열패널을 설치하면 샌드위치 패널처럼 큰 하중에 쉽게 무너지지 않으면서도 우수한 단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패널이 구조체 역할도 하기 때문에 창문을 만드는 등 활용도도 매우 높다.
작은 평수의 집도 팀버프레임 건축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웅장한 느낌을 주고 싶다면 아무래도 면적이 넓은 것이 좋겠지만, 평수가 작다고 해서 팀버프레임 건축을 못 하는 건 아니다. 면적에 맞게 골조 목재 굵기에 변화를 주고, 디자인과 전체 비율을 맞추면 평수에 관계없이 충분히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눈여겨볼 만한 팀버프레임 디자인 트렌드가 있다면?
팀버프레임은 골조 보호와 단열 등을 위해 건축양식이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팀버프레임 고유의 멋을 살리는 건축 방식도 매력적이고, 경량목 구조 혹은 철근콘크리트같이 다른 방식의 건축을 접목한 하이브리드 건축도 많이 찾는다. 팀버프레임 하우스를 짓기에는 예산이 한정적이거나 색다른 느낌을 주고 싶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다. 1층은 경량목 구조 또는 철근콘크리트로 짓고, 2층은 팀버프레임으로 짓는 방법도 있다.
내부 설계를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나?
철근콘크리트나 경량목 구조는 80~90% 공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내부 설계를 수정하려면 벽체를 뜯어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건축양식은 벽이 골조 역할을 하기 때문에 벽체를 뜯어내면 집이 무너진다. 하지만 팀버프레임은 벽이 골조 역할을 하지 않아 기존 골조에 장부를 파고 기둥과 보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새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입주 후에 주기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한가?
도료나 다른 건축 자재를 통해 목재의 내구 연한을 충분히 늘리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없다고 본다. 다만 건축 후 3개월 정도는 ‘뚝’ 하는 소리가 들릴 수 있다. 목재들이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나는 소리이므로 염려할 필요는 없다.
팀버프레임 예비 건축주를 위한 TIP
➀ 내게 맞는 건축가 찾기
팀버프레임 건축과 관련해 이전에 작업한 프로젝트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프로젝트 진행 경험이 많다면, 짓고 싶은 집과 비슷한 규모나 스타일의 작업 경험이 있는지도 살펴보자. 목재의 색감과 나뭇결 등을 고려해 치목하고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사진을 통해 이 부분을 꼼꼼하게 검토하는 것이 좋다.
➁ 수종 선택은 이렇게
목재의 수종을 선택할 때는 실내 분위기나 취향, 예산 등을 충분히 고려하자. 색감이 진한 나무를 사용하면 골조가 공간을 압도하는 경우가 있다. 강렬한 공간을 원하는지,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을 원하는지 고민한 뒤 전문가와 상담하기를 권한다.
➂ 건축가와의 소통은 필수
건축주의 건축 의도가 명확히 전달되도록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 건축 의뢰 시에는 원하는 집의 모습과 유사한 시안을 첨부하고, 건축 방식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시공 중에도 진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수정 사항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ㅣ 덴 매거진 2024년 11월호
에디터 김보미 (jany6993@mcircle.biz)
사진 송승훈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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