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주인 찾습니다” 신도시 빈 땅 어찌할꼬

이슬기 2026. 9. 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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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에 살고 계시거나, 방문해 보신 분들은 아마 이런 거 보신 경험 있으실 겁니다.

공공이 주도하는 2기 신도시 등 수도권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택지개발이 대부분 LH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네모반듯하게 조성된 빈 땅들의 주인이 LH라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취재진이 촬영한 현장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런 빈 땅들이 2기 신도시 곳곳에 수두룩했습니다.

토지를 매입해서 상가나 도시지원시설을 지어서 수익을 내야 하는 민간 업자들이, 이런 땅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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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지을 땅' 없다는데…. 신도시는 '곳곳이 빈 땅'

신도시에 살고 계시거나, 방문해 보신 분들은 아마 이런 거 보신 경험 있으실 겁니다. 분명 도시 한복판인데 철제 울타리가 쳐져 있고, 그 너머로 웃자란 풀들이 무성하게 보이는 광경을요. 공원이라 하기엔 아무런 정비도 안 되어 있고, 잠시 비워두는 땅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오래되어 보이는 그런 곳들 말이죠.

이 취재는 "이런 빈 땅들은 뭘까?"라는 평범한 궁금증에서 출발했습니다. 특히 이런 빈 땅들은 대개 토지가 조성돼있다고 하죠. 외관상 모양새가 반듯하고, 뭔가 지어질 계획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이런 땅들의 특징인데요.

[연관 기사] 2기 신도시는 ‘곳곳이 빈 땅’…상가부지 “안 팔려요”(2026.09.02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653126


일단 땅의 주인을 찾아봤습니다. 물론 찾기 쉬운 단서들이 곳곳에 이렇게 있었습니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 소유 토지라는 표지판입니다. (물론 수풀에 가려져서 안 보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공공이 주도하는 2기 신도시 등 수도권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택지개발이 대부분 LH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네모반듯하게 조성된 빈 땅들의 주인이 LH라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취재진이 촬영한 현장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런 빈 땅들이 2기 신도시 곳곳에 수두룩했습니다.

김포, 양주 옥정 등 2기 신도시 곳곳에서 발견되는 ‘빈 땅(미매각토지)’ 들


■ LH 소유 안 팔린 상업업무용 토지만 약 8조 7천억 원어치

그렇다면 남은 의문은 '이런 땅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리고 '왜 LH는 이 빈 땅을 놀리고 있을까?' 였습니다.

첫 번째 의문에 대한 답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박용갑 의원실을 통해 받은 LH의 미매각 토지 자료를 정리해 봤습니다.

26년 6월 말 기준으로 LH가 공급 공고를 했는데도, 땅을 산다는 사람(업자)이 나타나지 않아 미매각된 토지는 전국에서 1,543만㎡에 달했습니다. 5년 전에 비해 26.8% 늘어난 건데요.

자료 : 국회 예결위 박용갑 의원실, LH


상업업무용 토지만 보면 그 변화는 더 드라마틱합니다. 2021년 미매각된 상업업무용 토지는 69만 4천㎡였는데, 올해는 191만 7천㎡로 3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물론 미매각된 토지 전체에서 차지하는 면적으로 보면 상업업무용 토지의 비율이 높이 보이지 않을 수 있는데요. 상업 업무용 토지는 다른 토지에 비해 입지가 좋고,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땅값으로만 보면 전체 미매각 토지 대금의 약 40%에 해당하는 8조 6,699억 원에 달합니다.

신도시 지역별로 보면요. 도로·공원 등 무상 기반 시설을 제외한 ‘유상 공급·조성원가 산정 면적'을 기준으로 했을 때 양주(옥정+회천)의 미매각 토지 비율이 약 11%로 가장 높았고요. 파주 운정이 약 6.6%, 화성 동탄2가 약 3.8%로 뒤를 이었습니다.

울타리가 쳐져 있는 LH 미매각 토지 부지


■ '거치'에 '환불'까지 동원해도.. '유찰'·'유찰'·'유찰'

아까 들었던 두 번째 의문, 그러니까 '왜 LH는 이 땅을 비워놨을까? 왜 놀리고 있을까'에 대한 답도 사실 간단합니다. '내놓은 땅이 안 팔려서' 입니다.

토지를 매입해서 상가나 도시지원시설을 지어서 수익을 내야 하는 민간 업자들이, 이런 땅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는 겁니다. 수익이 안 나서 사업성이 낮을 거라고 보는 거죠. 수익이 나지 않는 이유로는 소비 패턴의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온라인 쇼핑이나 초대형 쇼핑몰로 무게추가 이동한 겁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안팔렸을까요? 취재진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LH 청약 홈페이지에서 미매각토지 입찰 공고 186건을 확인해 보니 유찰되거나 미당첨된 경우가 전체의 92%를 차지했습니다.

용도별로 보면 근린생활시설용지에 대한 매각 공고 75건 중의 73건이 유찰 ·미당첨된 것으로 집계돼 가장 많았고, 상업용지 66건 중 64건이 주인을 찾는 데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무나 지원 시설, 유통 및 판매 특화 시설 용지 등도 대부분 미매각 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안 팔린 용지를 반복해서 입찰 공고하고, 다시 매각 실패가 반복되는 사례도 잦았는데요. 예를 들어 경기도 양주옥정신도시에 4천3백㎡ 정도 되는 근린생활 용지는 올해에만 5번이나 유찰을 반복했습니다.

물론 LH가 안 팔리는 토지를 그냥 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LH는 안 팔리는 토지를 팔기 위해 대금 납부를 미뤄주거나(거치식) 환불을 보장하는 조건(리턴제)까지 내걸었지만, 시장 반응은 여전히 차갑습니다.

이와 관련해 LH 관계자는 "매수자의 수요를 살펴보고 어떤 판촉 전략이 효과적일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거치식이나 리턴제 외에 새로운 판매 전략은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포한강신도시 내 도시지원시설용도의 미매각 토지. 약 6만㎡에 달한다.


■ 집을 더 지어? 싸게 팔아? 그냥 놔둬야 하나?

그렇다면 안 팔리는 신도시 상가 부지들과 그 밖의 자족 용지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토부나 LH도 고민이 깊습니다. 사실 온라인 시장의 성장 같은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도 하고요.

2023년 LH 토지주택연구원은「사회·산업환경 변화에 대응한 2기 신도시 보유 토지 활용 방안 연구」라는 보고서를 냈는데요. 이 보고서에는 2기 신도시 보유 토지가 팔리지 않는 원인을 분석한 결과가 담겼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기 신도시는 1기 신도시의 베드타운 문제를 피하기 위해 도시지원시설용지와 유보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신도시마다 자족용지의 수급 편차가 매우 커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예를 들어 2기 신도시인 평택 고덕은 자족 용지 비율이 25.28%로 가장 높았는데, 자연스럽게 미매각토지도 많아지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2기 신도시 중심 상가의 모습


같은 생활권에 유사 용지가 중복으로 공급돼 수요가 분산되거나 주거·업무·상업·문화가 섞이는 복합개발 수요를 기존 단일용도 계획이 수용하지 못하는 문제 등도 지적됐습니다.

이밖에 길어도 너무 길었던 2기 신도시의 조성 지연도 문제로 꼽혔습니다. 2기 신도시는 평균 사업기간이 약 20년으로, 1기 신도시의 5~10년보다 훨씬 길었는데요. 이러다 보니 입주 지연과 기반 시설 부족 때문에 토지 수요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주택 입주와 교통·상업·교육 기능이 완성되는 시점의 간극을 줄여야 하지만, 현재 구조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새로 조성하고 있는 3기 신도시에서는 상업지의 비율(0.8%)을 2기 신도시(1.91%)보다 크게 낮춰잡았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3기 신도시의 상업용지 면적 비율은 낮아졌지만, 1인당 상업시설 연면적은 오히려 2기보다 커졌습니다. 자족용지의 비율이 3배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인데요. 상업시설은 순수 상업용지 외에도 주상복합·업무·자족시설용지 등에도 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승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 변화 대비한 유연성 필요.. "경직된 규제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걸림돌"

김승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도시공학)는 '도시계획이 만든 용도'와 '개발 가능 용량’을 실제 시장수요로 착각해 온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주택은 수도권 전체의 일자리·교육·교통에 접근하기 위한 광역시장 상품이지만, 상업·업무·자족시설은 지역 내 소비 포착력, 기업 집적, 핵심 시설, 임대료와 사업성에 의해 움직이는 별도의 시장이라는 겁니다.

쉽게 말해 일자리가 있는 서울이나 삼성전자 사업장으로 출근할 수 있으면 동탄 아파트는 주거 목적으로 충분한 가치를 가집니다. 하지만, 상업 수요가 반드시 사는 곳 근처에서만 발생하리란 법이 없습니다.

김승겸 교수는 광역 교통의 발달로 이미 개발된 기존 상권으로의 이동이 더 쉬워졌다는 역설도 짚었습니다. 김 교수는 "도시계획 자체가 수요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며 신도시 주민들의 수요가 기존 상권으로 오히려 흡수되는 경우가 생기면서 신도시의 미매각 상업용지가 더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선 상업·업무용지 공급을 보수적으로 계획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김 교수는 조언했습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상업용지 10만㎡처럼 용도를 처음부터 고정하기보다, 향후 수요에 따라 상업·업무·주거·공공서비스 가운데 적합한 기능을 선택할 수 있는 ‘복합·전환용지’를 두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인허가와 계획 체계에서는 용도가 확정되지 않은 유연한 토지계획이 승인받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LH 등 공공이 주도하는 개발사업일수록 시장의 수요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힘들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수요 예측에 따라 토지 용도를 미리 정하지만, 실제 공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용도를 바꾸는 절차도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김승겸 교수는 "미래의 변동성에 대응할 여지를 둬야 하지만 정책과 규제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장기 도시계획의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지적했습니다.


■'185조 부채' ·'미매각 토지' 짊어진 LH.. 신규 주택 공급 문제없을까?

신도시를 새로 만들 때 발표는 정부가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총대를 메는 건 LH입니다. LH는 정부가 신도시로 지정한 지역의 땅을 사들이고, 토지 소유자에게 보상합니다.

이후엔 주택·상가·업무시설·공원·학교·도로 등이 들어설 위치를 정하고, 도로와 상하수도 등을 설치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으로 만듭니다. 이렇게 조성한 땅은 용도별로 건설사나 민간 사업자, 공공기관 등에 추첨·입찰 등의 방식으로 팝니다.

LH는 그 매각대금으로 토지 보상비와 기반시설 조성비 등을 충당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업용지들이 팔리지 않으면 파이프라인이 막혀버립니다. LH가 이미 투입한 신도시 조성비용과 그 부채를 상환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3기 신도시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 각종 공공개발을 도맡고 있는 LH의 부채는 약 185조 원으로 전체 공기업 중에 한국전력 다음으로 높은데요.

LH 부채는 2021년 말 대비 2026년 반기 증가액으로 보면 46.8조 원이나 증가해서, 증가율은 33.7%를 기록했습니다.

결국 주택공급을 늘릴수록 차입과 정부 출자가 함께 늘어나는 구조적 재정 위험이 핵심입니다. 주택공급은 늘어나고, 비주거 용지가 팔리지 않는 현재 추세라면 LH의 이자부담이 늘어나면서 앞으로의 주택 공급 여력이 악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정부는 LH를 '개발 기능' 과 '비축·주거복지' 기능으로 분리하는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비주거용지 개발이익으로 손실을 메우던 구조를 계속 둘 것인지, 정부 재정으로 명시적으로 보전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먼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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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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