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일은 대통령과 체코의 시간…성과 묻혔다” 독대 요청 한동훈에 불쾌감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하루 앞두고 한동훈 대표가 요청한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사실상 거부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체코 방문 성과를 강조해야 할 시점에 한 대표 측에서 독대 요청을 알리면서 체코 성과가 묻히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두 사람 사이 신뢰의 부재도 거부 배경으로 꼽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한 대표와의) 독대는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며 “내일은 신임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독대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냐’는 거듭된 질문에 “독대라는 게 내일 꼭 해야만 성사되고 그런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향후 독대할 수도 있으나 오는 24일 만찬에선 독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이 거부 의사를 밝힌 데는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이 체코 방문 성과를 묻히게 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오늘과 내일은 대통령과 체코의 시간”이라며 “독대 요청 기사가 나오면서 체코 성과가 묻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체코 신규 원전 수주를 마무리 짓기 위해 2박4일간 체코를 방문하고 귀국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런 (독대) 요청이 흘러나오면 압박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동유럽은 물론 북유럽·서유럽에도 확장할 수 있는 대단한 기회를 만든 것”이라며 “그러면 그걸 갖고 당에서 논평을 해주고 지원을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친윤석열(친윤)계에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유출된 것에 대한 불쾌감도 표출되고 있다. 한 친윤계 핵심 인사는 통화에서 한 대표를 겨냥해 “여당 대표가 대통령을 조용히 가서 만나야지 왜 그걸 언론에 터트리냐”며 “(독대 요청을) 안 받으면 불통이라고 할 것이고, 받으면 의료 관련 문제를 (대통령에게) 떠넘기고 자기는 싹 빠지려고 하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이어 “진정성이 없다. 아주 나쁜 의도”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여전히 독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의 거부 입장이 알려지자 기자들과 만나 “지금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중요한 사안들이 있고, 그 사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 생각한다”며 “따로 직접 전달받은 것은 없지만 이번이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 측 핵심 인사는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서 독대를 해야지, 밥만 먹으면 국민들이 왜 만났냐고 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24일 만찬은 뚜렷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아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만찬과는 별개로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사안은 다른 수석들도 반복해 말씀드렸듯이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이미 입시 시작해서 백지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며 “2026년 이후는 의료계가 합리적 의견을 제시하면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단 입장”이라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와의 핵심 의제인 의·정 갈등 해법을 두고 논의의 한계선을 그어 놓은 셈이다.
여당에선 한 대표 측의 ‘독대’ 강조는 이중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독대가 성사되면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는 의미를 부각할 수 있고, 성사되지 않으면 만찬 성과가 미약한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 지울 수 있다는 의미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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