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일은 대통령과 체코의 시간…성과 묻혔다” 독대 요청 한동훈에 불쾌감

박순봉·조미덥·민서영 기자 2024. 9. 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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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하루 앞두고 한동훈 대표가 요청한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사실상 거부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체코 방문 성과를 강조해야 할 시점에 한 대표 측에서 독대 요청을 알리면서 체코 성과가 묻히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두 사람 사이 신뢰의 부재도 거부 배경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2박 4일 간의 체코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으로 입국하며 마중 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한 대표와의) 독대는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며 “내일은 신임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독대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냐’는 거듭된 질문에 “독대라는 게 내일 꼭 해야만 성사되고 그런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향후 독대할 수도 있으나 오는 24일 만찬에선 독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이 거부 의사를 밝힌 데는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이 체코 방문 성과를 묻히게 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오늘과 내일은 대통령과 체코의 시간”이라며 “독대 요청 기사가 나오면서 체코 성과가 묻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체코 신규 원전 수주를 마무리 짓기 위해 2박4일간 체코를 방문하고 귀국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런 (독대) 요청이 흘러나오면 압박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동유럽은 물론 북유럽·서유럽에도 확장할 수 있는 대단한 기회를 만든 것”이라며 “그러면 그걸 갖고 당에서 논평을 해주고 지원을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친윤석열(친윤)계에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유출된 것에 대한 불쾌감도 표출되고 있다. 한 친윤계 핵심 인사는 통화에서 한 대표를 겨냥해 “여당 대표가 대통령을 조용히 가서 만나야지 왜 그걸 언론에 터트리냐”며 “(독대 요청을) 안 받으면 불통이라고 할 것이고, 받으면 의료 관련 문제를 (대통령에게) 떠넘기고 자기는 싹 빠지려고 하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이어 “진정성이 없다. 아주 나쁜 의도”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여전히 독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의 거부 입장이 알려지자 기자들과 만나 “지금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중요한 사안들이 있고, 그 사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 생각한다”며 “따로 직접 전달받은 것은 없지만 이번이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 측 핵심 인사는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서 독대를 해야지, 밥만 먹으면 국민들이 왜 만났냐고 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24일 만찬은 뚜렷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아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만찬과는 별개로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사안은 다른 수석들도 반복해 말씀드렸듯이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이미 입시 시작해서 백지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며 “2026년 이후는 의료계가 합리적 의견을 제시하면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단 입장”이라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와의 핵심 의제인 의·정 갈등 해법을 두고 논의의 한계선을 그어 놓은 셈이다.

여당에선 한 대표 측의 ‘독대’ 강조는 이중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독대가 성사되면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는 의미를 부각할 수 있고, 성사되지 않으면 만찬 성과가 미약한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 지울 수 있다는 의미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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