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8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5) 실물모형을 최초로 공개하고 차세대 HBM 시장 공략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HBM5 경쟁력의 핵심으로 D램 단품 성능이 아닌 베이스 다이, 파운드리, 패키징, 열관리까지 아우르는 통합 최적화를 꼽았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함께 보유한 종합 반도체 기업(IDM)의 강점을 앞세워 차세대 제품에서 반격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차세대 HBM, 전제 시스템 최적화가 관건"
2일(현지시간)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 삼성디스플레이 부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AI 기술은 단위 칩이나 개별 기술 하나로 결정되기보다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지, 열 관리를 실제 시스템에서 어떻게 최적화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송 사장의 발언은 차세대 HBM 경쟁의 무게중심이 D램 성능 자체에서 전체 시스템 최적화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HBM은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AI 반도체 핵심 부품이지만 세대가 올라갈수록 단순히 D램 속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성능을 맞추기 어렵다. 적층 단수 확대와 대역폭 향상, 전력 효율, 발열 제어가 함께 맞물려야 실제 AI 가속기 안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송 사장은 “전체 최적화를 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IDM 회사가 상당히 유리하다”고 말했다. IDM은 설계와 생산을 함께 수행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 역량을 내부에서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HBM5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HBM5에 자체 파운드리 2나노급 공정으로 제작한 베이스 다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베이스 다이는 HBM에서 D램 코어 다이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외부 시스템을 연결하는 핵심 부품이다. 베이스 다이 성능이 높아질수록 HBM의 대역폭과 전력 효율을 끌어올릴 여지가 커진다.
송 사장은 “HBM5에서는 베이스 다이를 최적화하기 위해 2나노, 3나노 공정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며 “시장이 요구하는 대역폭과 전력 조건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HPB·다이 투 다이로 HBM5 성능 고도화
HBM5에는 열관리 기술인 HPB를 적용할 계획이다. HPB는 고성능 AI 메모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별도 경로로 빼내 성능 저하와 안정성 문제를 줄이는 기술이다. HBM은 D램을 높게 쌓는 제품인 만큼 적층 단수가 늘수록 내부 발열을 제어하기가 어려워진다. 발열을 제어하지 못하면 이론상 대역폭을 높이더라도 실제 시스템에서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송 사장은 “베이스 다이의 특정 영역에서 고열이 발생하면 고객 시스템에도 부담이 된다”며 “열이 집중되는 부분을 빼주는 일종의 굴뚝 같은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HBM4E 기반 샘플을 준비해 테스트하고 있으며, HBM5를 타깃으로 해당 기술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HPB도 IDM 경쟁력이 작용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보고 있다. HPB를 적용하려면 열이 발생하는 위치, 코어 다이와 베이스 다이의 배치, 패키지 설계가 함께 조정돼야 한다. 개별 부품 개선만으로는 최적화가 어렵다. 송 사장은 “HPB는 베이스 다이와 코어 다이의 최적 위치에 적절하게 배치해야 한다”며 “내부에서 거의 원팀으로 협업할 수 있다는 게 전체 개발 시간과 최적화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HBM5에서 다이 투 다이 인터페이스 적용도 준비하고 있다. 고객사의 GPU가 가진 특정 기능을 HBM 베이스 다이와 연계해 메모리 병목을 줄이고 대역폭을 높이는 방식이다. 송 사장은 “고객의 GPU가 갖고 있는 특정 IP를 베이스 다이로 가져와 메모리 월이라고 하는 대역폭 문제를 더 향상시키는 기술을 구현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지난달 말 업계 최초로 샘플 출하를 마친 HBM4E 웨이퍼와 칩셋도 공개했다. 삼성전자 HBM4E는 최선단 1c D램 코어 다이와 자체 파운드리 4나노 공정 베이스 다이를 결합한 제품이다. 핀당 14Gbps로 동작하며 최대 16Gbps, 최대 4TB/s대 대역폭 구현에 성공했다.
송 사장은 HBM4E와 HBM5의 정확한 양산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고객 필요성과 시장 필요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며 “샘플을 했다는 것은 기술 개발이 거의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차세대 HBM 샘플과 양산 출하 시점에서 경쟁사보다 앞서는 모습을 보이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송 사장은 “왕도는 없는 것 같다”며 “리소스를 더 확실히 투자하고, 구체적인 아이템들을 리스트업했다. 고객 필요성과 맞춘 상태에서 최근 AI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내부적으로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기술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묻는 질문에는 “절실함”이라며 “회사 연구에서는 절실함이 가장 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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