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킬러 본능! 황의조, 13분 만에 '쾅쾅' 멀티골…튀르키예서 살아난다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황의조(32)가 튀르키예 무대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킬러 본능'을 되찾았다.
알라니아스포르는 22일(한국시간) 튀르키예 아다나의 뉴 아다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시즌 튀르키예 쉬페르리그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아다나 데미르스포르를 2-0으로 꺾었다.
중앙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황의조는 경기 시작 4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로이드 아우구스토가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낮게 깔아준 크로스를 오른발로 정확하게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이는 지난 6일 알라니아스포르로 완전 이적한 후 기록한 첫 번째 득점이었다.
황의조의 골 감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첫 골을 넣은 지 불과 13분 만에 그는 다시 한 번 골문을 열었다. 니콜라 잔비에의 침투 패스를 받은 황의조는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오른발로 공을 살짝 띄워 골키퍼를 넘기는 절묘한 칩슛으로 멀티골을 완성했다.
이번 멀티골은 황의조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클럽 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것은 프랑스 보르도 시절인 2022년 1월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또한 튀르키예 무대 통산 득점을 3골로 늘리며 새 팀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황의조의 뛰어난 활약은 경기 평가에서도 드러났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황의조에게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인 8.7점을 부여했다. 이는 그의 튀르키예 무대 진출 이후 최고 평점이다.
황의조가 이러한 활약을 펼친 건 오랜만이다. 그는 지난 2022년 8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노팅엄 포레스트에 입단하며 꿈에 그리던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도전했지만, 2년 동안 단 한 번의 공식 경기 출전 기회도 얻지 못했다.
노팅엄 포레스트와 계약 직후 올림피아코스로 임대된 황의조는 이후 FC서울, 노리치 시티, 알라니아스포르 등을 전전하며 안정적인 출전 기회를 찾아 헤맸다. 지난 시즌 알라니아스포르에서 임대로 뛰며 8경기 1골을 기록했지만,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방출되며 한때 '무적' 신세가 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알라니아스포르가 다시 한 번 기회를 제공하면서 황의조는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지난 7일 구단과 1년 계약을 체결하며 튀르키예에서 한 시즌 더 뛰게 된 것이다.
황의조는 보르도 시절 폭발력이 상당했다. 스트라이커로 주로 뛰었던 황의조는 보르도에 입단하고 윙어로 뛰는 고충을 이겨냈다. 워낙 슈팅에 감각이 좋고, 감아차는 스킬이 빼어나 측면에서 가운데로 들어오며 시도하는 양발 대포가 곧잘 골로 이어졌다. 몸에 딱 맞는 옷이 아니어도 기량을 입증한 황의조는 2020-21시즌 12골, 2021-22시즌 11골을 기록하며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 가능한 공격수로 자리잡았다.
황의조의 2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프랑스 현지에서도 높은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프랑스 축구 전문가 에릭 바리에르는 황의조 활약에 "마치 에딘손 카바니 같은 스트라이커다. 공격수지만 상당히 이타적이다. 많은 활동량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마다 유니폼이 흠뻑 젖을 만큼 헌신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바리에르는 "황의조는 어떤 위치에서든 쉼 없이 달린다. 골문 앞에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일도 있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득점력을 보이기도 한다"며 "어설픈 실수를 보이기도 하지만, 천재적인 면모도 엿보인다"라고 했다.
그러나 황의조와 보르도의 인연은 오래 가지 않았다. 보르도가 2021-22시즌 리그앙에서 2부리그로 강등됐기 때문이다. 황의조는 행선지를 찾게 됐다.
바로 잉글랜드였다. 프리미어리거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2022년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승격한 노팅엄으로 이적을 택했다. 다만 기다림이 필요했다. 노팅엄의 구단주는 함께 운영하는 그리스 올림피아코스로 임대를 보냈다. 황의조는 첫 시즌 올림피아코스 임대를 받아들이는 대신 기량을 인정받아 2년 차부터 노팅엄에서 뛰는 청사진을 그렸다.
그리스 무대 적응이 쉽지 않았다. 컨디션 저하와 함께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보르도에서 보여준 기량에 반도 보여주지 못했다. 올림피아코스에서 뛰는 반년 동안 제대로 된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공격 포인트를 생산하지 못했다. 컨디션은 크게 떨어졌고, 결국 팬들의 우려대로 무리한 이적으로 인해 월드컵에서 부진했다.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이적을 원했다. 하지만 황의조의 유럽에서 잔류는 불가능했다. FIFA 규정상 한 시즌에 같은 대륙의 3개 팀에서 뛸 수 없었다. 시즌 개막 후 보르도에서 잠시 뛰고 올림피아코스에서도 경기에 나섰기에 유럽 내 이적은 불가했다. 고심 끝에 K리그로 돌아왔다. FC서울과 6개월 단기 임대를 맺고 감각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에서 폼을 되찾은 황의조는 지난해 여름 노팅엄에 복귀해 주전 경쟁을 펼쳤다. 프리시즌에서 비공식 데뷔 및 데뷔골까지 넣으면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개막하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결국 프리미어리그 데뷔를 또 미룬 채 임대를 택했다.
여름 이적 시장 데드라인 전에 노리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노리치에서는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버밍엄 시티와 9라운드 홈 경기에서 도움을 올리며 적응을 시작했고 14라운드 선덜랜드전에서 데뷔골을 터트렸다. 그러나 그 기세가 오래가지 못했다. 다시 한번 튀르키예로 임대를 떠나야 했다.
지난 시즌 황의조는 알란야스포르에서 총 8경기 동안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리그 8경기 중 2경기에 선발로 나서면서 시즌 막판 힘을 보탰다. 이번 시즌 다시 한번 기회를 얻게 됐다. 두 경기만에 기대에 부응하며 선발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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