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베란다에 '정원'을 꾸몄네! 기가 막힌 아파트 구조 활용 비법 대공개!

오늘의집 @_chocho_p 님의 집들이입니다.

✨인테리어 제보는 인스타그램 @todayhouse

안녕하세요. 2017년에 결혼하여 벌써 5년 차에 접어든 부부에요. 남편은 식품 기획, 저는 웹디자인 일을 하고 있어요.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 맞춰가며 살아가고 있는 현실 부부입니다.

첫 신혼집은 작은 빌라였는데 그곳에서 살면서 느꼈던 불편함이나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점점 더 알아가게 됐고 이사를 가게 되면 어떤 집을 골라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살고 있던 빌라가 매매되고 운명처럼 지금의 집을 만났어요.

올 수리가 되어 있는 집을 고를 수도 있었지만 내 마음에 드는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에 전체 리모델링을 할 생각으로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 생각하면서 집을 보러 다녔던 거 같아요. 비용을 생각 안 할 수 없었기에 리모델링 업체를 고려하다가 인테리어 작업이 가능한 지인을 통해 좀 더 저렴한 금액으로 시공하는 대신 모든 선택이나 디자인에 대한 부분은 전적으로 제가 맡아서 했어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연장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겨 공사 기간 동안 열심히 고민하고 결정하며 진행하고 완성되었네요. 좋은 기회로 오늘의집에 저희 집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뻐요. 부족하지만 저희 부부의 작은 공간을 보여드려요.

도면

작업자에게 설명하기 편하도록 직접 도면을 그려가면서 진행했어요. 아무래도 저는 인테리어 업자가 아니다 보니, 생각한 부분이 다르게 구현되거나 수정해야 할 부분들이 계속 생겨났어요. 그러다 보니 도면도 몇 번씩 다시 만들게 되었구요. 아파트 현재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원하는 디자인으로 만들기 위해 많이 고민했어요.

🌿 풀 냄새와 커피향이 나는, 베란다 정원

식물을 언제부터 키우기 시작했나 생각해 보니 첫 신혼집에서 용신목을 키우기 시작하면서네요. 그 당시 멋진 선인장들이 눈에 들어왔고 지금은 많이 보이지만 그 당시엔 흔치 않았던 용신목이 만세하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 인테리어 하겠다며 들였죠. 그 후에도 여러 선인장들을 키웠고, 희귀한 식물들, 예민한 식물들의 범위가 점차 넓어졌어요.

과습으로 죽고, 잘 자라다가 이유 없이 죽고, 벌레가 생겨서 처치 곤란으로 죽기도 하고 여러가지 경험을 통해 키우는 방법을 많이 배웠던 거 같아요. 첫 신혼집에서 가장 아쉬웠던 건 햇빛과 통풍의 부족이었죠. 소품보다는 중대품 식물들을 좋아해서 큰 식물들도 많이 키웠는데 베란다가 없는 빌라에서 물 샤워를 시키려면 화장실로 나르는 일도 여간 고된 게 아니었어요.

공간은 한정적이고 식물은 건강하지 못한 채 늘어가니 결국엔 식태기가 오더라고요. 이사 오기 전까지 식물을 많이 놓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 지금의 집을 고를 때 제일 중요하게 본 두 가지 중 첫 번째는 베란다, 두 번째는 햇빛이었어요. 베란다에서 아쿠아건으로 식물들에게 물을 줄 때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세상 편한 가드닝~

한 가지 더 특별한 건 홈 카페를 베란다에 꾸민 점이에요. 정원 카페 느낌을 원했거든요. 그래서 처음 설계할 때부터 커피 머신 들어갈 공간으로 키에 맞게 하부장을 짜 넣고 벽 조명을 달았어요.

보통 오픈형 선반으로 주방이나 홈 카페 공간을 많이 꾸미지만 저는 성격상 보여지는 부분에 아기자기한 오브제로 꾸며 놓는 게 어렵게 느껴지고 차라리 깔끔하게 안 보이는 편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공간들도 붙박이장 위주로 수납을 채웠고, 홈 카페 역시 하부장으로 넣어서 안쪽엔 컵이나 가드닝 용품들을 보관해요. 통풍을 위해 베란다 창문을 많이 열어 놓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먼지가 쌓이지 않아서 만족스러워요.

그날 날씨에 따라 촉촉한 풀 냄새가 나기도 하고 커피향이 가득 채워질 때도 있어요. 바라보면서 풀멍을 하기도 해요.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 식물들을 돌보는 시간도 늘어났거든요. 가장 애정하고 손이 많이 가는 공간이에요.

참고로 리모델링 하면서 어딘가엔 꼭 아치를 넣고 싶어서, 홈 카페 도어를 아치형 통로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베란다는 배수관이 있어서 물 내려가는 소리가 크게 들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홈 카페 도어는 터닝 도어로 결정했어요. 오히려 더 따뜻하게 지낼 수 있어서 좋아요.

애증의 '간살 중문'이 있는, 현관

지금의 중문이 있는 자리엔 현관이 있었고 그 안쪽으론 신발장이 있었어요. 공간을 더 넓게 쓰고 싶어서 신발장을 중문 밖으로 빼고 타일 바닥이었던 안쪽 공간을 거실로 쓰기 위해 마루를 깔았어요. 신발장이 있는 바깥은 보너스 공간인 전실인데 택배 박스나 각종 잡동사니를 두곤 합니다. 아주 유용한 공간이이에요.

중문을 고려할 때 간살 도어를 꼭 하고 싶었는데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받아본 초안의 간살 간격이 넓어서 몇 번 오고 갔고 마지막에 유리를 양쪽 면에 붙였는데 안쪽에서 봤을 때 반짝거림이 심해서 우드 느낌이 안살더라고요. 또 유리 무게가 많이 나가다 보니 불안정해 보였어요.

고민 끝에 안쪽 유리는 빼기로 했더니 훨씬 가벼워졌어요. 슬라이드 도어가 아니라 무게가 영향을 많이 미치고 문틀까지 나무로 시공했기 때문에 살다 보니 약간씩 뒤틀림이 보이고 있어요. 시행착오가 많았고 여전히 저에게 골칫덩이긴 한데 역시나 예뻐서 용서가 되네요.

다이닝룸이자 홈시네마가 되는, 거실

거실은 남편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죠. 좁은 주방을 대신해 식탁을 거실 창가에 뒀어요.

소파에서 서로의 무릎에 머리를 베고 누워 TV를 보는 시간이 참 많아요. 어쩌면 함께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가장 많이 보여지는 공간인가 봐요. 소파는 결혼할 때 장인 가구에서 구입한 가죽 소파인데 사실 다리 닿는 부분이 많이 찢어졌어요. 그럼에도 이사 오면서 버리지 않았는데, 이만큼 편한 소파가 많이 없어서에요. 그래도 마음에 쏙 드는 소파가 나타나면 언젠간 바꾸고 싶어요.

식탁을 고를 때도 적당한 크기의 원하는 컬러를 찾기 위해 쇼룸을 많이 돌아다녔어요. 밝은 우드톤을 선호하지 않아서 월넛 컬러의 식탁 위주로 보러 다녔는데 플랫포인트에 딱 있더라고요. 월넛 다리에 하얀 상판이 많지 않았거든요.

상판까지 모두 월넛으로 하기엔 칙칙해 보일 것 같아 하얀색 상판으로 골랐어요. 무엇보다 다리 라인과 컬러감이 마음에 들고 상판은 닦기 쉬운 소재에 뜨거운 냄비도 견딜 수 있다고 해요. 하지만 아직까지 뜨거운 냄비째로 놓아본 적은 없네요.

조명은 공사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직구로 미리 사뒀어요. 포인트가 되는 조명을 필두로 다른 가구들을 매치하고 싶었거든요. 서치하다 보니 베르판의 달 모양 조명이 눈에 들어왔어요. 떨리는 마음으로 받았는데 생각보다 무게가 있었어요. 천장 조명 공사할 땐 무게와 천장에 따라 조명이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해야 해서 미리 무게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완성된 조명은 저녁에 켜두고 보면 정말 초승달처럼 보이기도 하고 예뻐서 마음에 들어요.

거실의 포인트는 조명뿐 아니라 가벽으로 설치한 유리블록이에요. 거실을 확장하면서 작은방 베란다랑 연결되는 부분인데 문을 설치할까 가벽을 세울까 고민하다 뜬금없이 유리블록을 발견하게 되어서 포인트로 넣게 됐어요. 빛을 모두 차단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유리블록은 뒤에 공간을 가려주면서도 빛을 통과해서 거실이 어둡지 않게 해줘요. 낮엔 자연광이 들어오고 밤엔 작은방 베란다 조명을 키면 빛이 테이블에 물결처럼 비춰줘요. 확실한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TV를 사랑하는 남편은 주말 저녁마다 영화를 보면서 맛있는 음식 먹는 걸 좋아해요. 술을 잘 못하는 저는 요즘 와인 한 잔씩 마시는 걸 좋아하고요. 덕분에 거실은 와인바가 되기도 하고 영화관이 되기도 하죠.

뿐만 아니라 꽃을 만지기도 하고 분갈이를 하기도 해요.

식물을 키우는 집이기 때문에 계절에 따른 공간 변화가 있어요. 추운 날을 대비해서 베란다에 있는 식물들 위치를 조정하고 추위를 싫어하는 식물들은 거실로 들여야 하기 때문이죠. 식물의 개수가 많고 창가에 다 둘 수 없어서 식물 등을 구입했고 여기저기 배치했어요.

펌리빙 플랜트 박스는 베란다에서 물이 닿아도 되는 철제 소재에 박스의 높이가 높지 않아서 통풍에 방해받지 않을 것 같아 구입했는데 작은 식물들을 놓기에 적합하고 분위기에 잘 어울려요.

좁은 공간을 활용한, 주방

25평대의 집은 보통 방이 2, 3개로 나뉘는데요. 앞서 말했듯 수납의 중요성을 잘 아는 저는 무조건 방이 3개여야 했어요. 짐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죠. 방이 3개이다 보니 아무래도 주방의 크기가 작았고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주방 쪽 뒷베란다 확장을 하고 최대한 넓어보이되 수납에 신경 썼어요.

앞서 말했듯이 오픈된 장은 결국엔 정리가 어렵고 자신이 없기에 싱크대 상부장은 필수였고 확장된 공간에도 수납할 수 있는 붙박이장을 넣었어요. 역시나 이렇게 수납을 많이 넣었어도 살다 보면 왜 이렇게 부족하게 느껴지는지 몰라요. 언젠가 넓은 주방을 갖게 된다면 상부장 없는 인테리어를 하고 싶어요.

결혼 전에 자취를 오래 했던 저는 오피스텔에서 인덕션의 불편함을 많이 느꼈어요. 너무 오래전이라 요즘 나오는 제품들은 더 좋아졌겠지만 아직까지 가스불의 맛을 버리지 못해요. 식기세척기는 리모델링하면서 같이 넣었는데 정말 신세계죠. 퇴근이 늦는 남편과 밥을 해먹고 설거지까지 하고 나면 금세 자야 할 시간이고 둘만의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는데 식기세척기가 시간을 많이 단축시켜줘요. 비스포크 식기세척기 대만족이에요.

소형가전들이 은근 자리 차지를 많이 해요. 커피 머신은 베란다에 놨으니 해결됐고, 밥솥은 아일랜드장 아래쪽에, 전자레인지와 에어프라이기는 창문 아래 하부장에 넣을 계획으로 미리 전기 작업을 해놨어요. 바깥으로 보이지 않으니 훨씬 더 넓어 보이죠.

주방 확장을 하면서 기존에 있던 문을 철거하고 이쪽에 아치형 통로를 넣었어요. 냉장고와 쓰레기통을 뒤에 숨겨두고 쓰니 오히려 깔끔한 주방이 완성된 거 같아요.

빈 공간이 아쉬워 스트링 포켓 선반을 달았고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이쪽에도 식물 등을 놓고 식물을 배치했어요. 봄, 여름엔 베란다 정원이 풍성하다면 가을, 겨울엔 식물들이 집안 곳곳 채워져 더 그리너리하고 포근한 느낌이에요.

잠을 위한 포근한 공간, 침실

남편은 잠에 무척 예민해요. 새벽에 자다가도 제 뒤척임에 깨기도 하거든요. 저 또한 신경 쓰는 일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잠을 설치곤 해요. 그렇기 때문에 침실은 잠을 정말 잘 자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신혼 시작할 때부터 썼던 안방 가구들은 시몬스 제품인데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우드 컬러감이 마음에 들어 골랐어요. 매트리스도 일일이 누워가며 우리에게 제일 잘 맞는 걸로 골랐죠. 오래 쓰고 있지만 질리지 않고 편안함이 아주 좋아요. 오히려 쓸수록 더 마음에 드는 가구랄까요.

조명은 노르딕 파크에서 구입한 루이스폴센 빈티지에요.

안방 창문은 홈 카페와 연결되는데 리모델링 전엔 체리색 창틀에 무늬가 들어간 시트지가 붙어있었어요. 홈 카페에 식물을 키울 계획이었기 때문에 안방에서 봤을 때 식물들이 마치 액자 속 그림처럼 보여지길 바랬거든요.

유리를 깨끗한 통유리로 교체하고 시트지 작업을 했어요. 따뜻한 봄이 올 때부터 식물들을 들이기 시작했죠. 아침에 일어나 식물이 바로 보일 때나 자기 전에 가만히 앉아 바라볼 때 정말 힐링 되는 기분이에요.

마음에 드는 그림을 찾는 데 한참 걸렸는데 에곤 쉴레 그림이 와 닿았고 벽에 걸었어요. 가구들과도 잘 어울려서 저희 집 침실에 찰떡이에요.

가끔은 침실에서 영화관 분위기를 내요. 빔을 틀고 좋아하는 과일을 먹으며 드라마나 영화를 보죠. 최근엔 인센스 스틱에 빠져서 기분에 따라 켜기도 하고, 비오는 날 켜두면 감성 폭발이에요.

마치며

코로나가 지속되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정말 길어졌어요. 덕분에 식물을 볼 시간도 많아지고 인테리어에 관심도 더 많아졌네요. 집은 그 사람의 성격을 보여주는 공간인 것 같아 저희 집을 소개하는 게 부끄럽기도 하지만 저와 취향이 비슷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팁이 됐으면 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