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신사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조직을 전면 개편했으나 핵심 권한을 가진 C레벨(최고책임자) 임원진은 전원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29CM, 무신사 뷰티, 무신사 걸즈 등 여성 중심 사업을 강화하는 가운데 C레벨의 성별 다양성 부족으로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흐름에 역행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무신사에 따르면 회사는 내년 1월부터 조만호·조남성 각자대표 체제 아래 ‘C레벨 책임제’를 공식 도입한다. 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조만호 최고경영자(CEO)는 최고디테일책임자(CDeO)를 겸하며 산하에 최재영 최고커머스책임자(CCO), 최운식 최고브랜드책임자(CBO), 박준영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전준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둔다.
사업지원 부문은 조남성 CEO가 최고인사책임자(CHRO)를 겸하며 최영준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재환 최고법무책임자(CLO), 이승진 최고홍보책임자(CPRO)가 배치된다. 사세 확장에 맞춰 사업 실행의 속도를 더욱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번 조직개편의 특징은 9인의 최고책임자가 모두 남성이라는 점이다. 유일한 여성 임원은 4월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행희 전 한국코닝 대표뿐이다. 무신사가 올해 처음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며 성별 다양성을 일부 반영했지만 실제 사업 전반을 이끄는 C레벨은 여전히 남성중심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패션과 뷰티 등 여성 소비자를 핵심 성장 축으로 삼은 무신사의 사업전략과 상반된 행보로 평가된다. 무신사는 '무신사 뷰티'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25~39세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한 글로벌 패션 플랫폼 '29CM'는 이미 전체 거래액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0~30대 여성 고객층이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며 성장을 이끌고 있음에도 이들의 소비 성향과 니즈를 경영전략에 반영할 수 있는 여성 리더십은 찾아보기 어렵다.
더구나 여성 리더십이 전면에 등장한 올해 동종 업계의 인사 기조와도 대조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코스메틱2부문 수장으로 1985년생인 이승민 대표를 발탁하며 80년대생 여성 CEO를 처음으로 선임했다. LG생활건강도 이정애 사장에 이어 로레알 출신의 이선주 사장에게 CEO를 맡겨 리더십 교체를 통한 혁신에 나섰다. CJ올리브영은 여성 임원 비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기준 여성 임원 비율은 28.1%로 업계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패션·뷰티 업종은 여성 소비자의 트렌드 감도와 경험에 특히 민감한 산업이라 실무에서 성과를 낸 여성 인재들이 경영진으로 발탁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여성 리더들은 업계 전반에 대한 감각과 소비자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고 실질적인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무신사 내부의 여성 직원 비중은 낮지 않다. ‘2025 무신사 임팩트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인력 중 여성 비율은 55%이며 팀장급 이상 여성 관리자도 2022년 34%에서 올해 36%로 상승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무신사 측은 보고서에서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출산·육아 권리 보장 등을 강조하며 조직문화 개선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임원급의 성별 균형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기업 지배구조의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기업들은 성별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 관리자와 임원 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맞추는 방향으로 조직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장기업일수록 다양성과 포용성(D&I) 이슈를 핵심 경영요소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신사의 현재 C레벨 구성은 D&I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직급이 높아질수록 성별 불균형이 심화되는 유리천장 구조는 ESG 측면에서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리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