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입원치료'로 인구 늘리기? '메디투어리즘' 통할까[지방소멸은 없다]

박채오 기자 2023. 3. 17.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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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의료관광 통한 체류형 관광객 유치…정주인구 전환
의료연구산업 클러스터 구축으로 일자리 만든다

[편집자주] 영영 사라져 없어지는 것. '소멸'이라는 말의 의미가 이토록 무섭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를 힘 모아 풀어나가야할 때입니다. 그 현실과 고민을 함께 생각합니다.

부산 서구청 전경.(서구 제공) ⓒ News1 DB

(부산=뉴스1) 박채오 기자 = 대한민국 제 2의 수도라고 불리는 부산이 급격한 인구 유출로 '노인과 바다'만 남았다는 한탄만 나온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K지방소멸지수' 자료에 따르면 부산 16개 구·군 중 소멸우려지역에 해당하는 곳은 영도구(0.549), 서구(0.636) 등 2곳이다.

특히 서구의 경우 항도 부산의 근대화를 이끌었고 한국전쟁 중에는 대한민국 임시 수도의 역할을 할 만큼 부산의 '중심지' 였다.

실제 서구의 남부민동과 충무동 해안은 부산의 도심과 연결돼 있으며 공동어시장을 비롯하여 수산업 관계 회사들이 모여 있어 많은 청년들이 모였던 곳이다. 또 대신동·부민동 일대는 일제 초기에 개발된 주택지로서 부산의 부촌으로 꼽혀왔었다.

하지만 동부산의 발전과 부산시청 등 행정시설의 이전으로 서구는 급격한 인구유출을 겪으며 '소멸우려 지역'으로 전락했다. 이에 서구는 잘 갖춰진 의료인프라를 활용해 지역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의료관광으로 체류형 관광객 잡는다.

최근 인구감소지역의 인구유입 방법으로 '체류형 관광'이 주목받고 있다. 특정 지역에 일정기간 머무르는 살아보기형 관광을 시작으로 '관계인구'를 단계적으로 확장·육성해 인구를 유입한다는 것이다.

관계인구는 삶의 터전을 지역에 둔 정주인구가 아닌 지역과 관계를 지닌 외부인을 뜻한다. 관광으로 시작해 어떤 계기로 해당지역을 방문하는 '교류인구'를 장기간 체류하게 해 지역과 '관계'가 깊어지면 최종적으로 '정주인구'로 만든다는 해법이다.

대다수의 소멸우려 지역은 '귀촌'이라는 형태로 '관계인구'를 만드려고 하지만 대도심인 부산에서는 이 같은 현실적으로 '관계인구' 형성이 쉽지 않다.

하지만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3개의 대학병원과 1개의 종합병원이 몰려있는 서구는 '의료관광'이라는 형태로 체류형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서구의 의료관광은 미용이나 요양 중심의 다른 의료특화지역과 달리 암, 심내혈관, 혈액암, 신경외과 등 중증질환의 수술과 치료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들 질병은 장기간 입원치료가 필요해 환자의 보호자들은 지역에서 체류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서구의 인구등록추이를 살펴보면 1994년 312명에 불과했던 외국인의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20년에는 1916명에 달한다. 부산의 외국인 체류관광객의 70%가 서구에 몰려있고, 이들은 서구에 거주지를 구해 장기간 체류하고 있는 것이다

구는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이 같은 '메디투어리즘(의료관광)'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자체가 기금 투자 계획서를 정부 기금심의위원회에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평가 결과에 따라 기금이 배분되는데, 부산에서는 서구가 제일 많은 예산(140억원)을 확보한 상태다.

구는 이 중 절반 이상을 '의료와 관광을 통한 관계인구 유입 정책'에 사용한다. 치료목적으로 온 내국인들에게 지역이 갖고 있는 매력을 보여줘 외국인뿐 아니라 의료시설이 부족한 지역의 인구들을 유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위해 의료와 지역 관광(해양)을 접목할 수 있는 '문화복합플랫폼'을 건립하고 지역경제 활성활를 위한 인프라를 확충한다. 또 이렇게 유입된 인구들이 지역에 체류할 수 있도록 '관계인구 형성' 사업에도 13억5000만원을 투입한다.

◇의료 R&D산업 클러스터 구축으로 양질의 일자리 확보

정주인구의 감소나 유출을 막지않으면 아무리 관계인구 형성을 통해 인구를 유입한다고 해도 지역소멸을 막을 수는 없다.

이에 서구는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해 '정주인구'의 유출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서구는 지난해 의료인프라를 기반으로 1월 중소벤처기업부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로부터 '의료관광특구'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2025년까지 총사업비 1735억원(국비 173억원, 시비 72억원, 구비 37억원, 민자 1453억원)을 순차적으로 투입해 △중증치료 중심의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 R&D 역량산업화를 위한 의료연구산업 클러스터 구축 △관광·힐링이 결합한 웰니스 관광서비스 제공 등 3개 특화사업과 6개 세부사업을 추진한다.

이 중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되는 사업이 의료연구산업 클러스터 구축 사업으로, 현재 관련 용역이 진행 중이다.

구는 의료연구산업 클러스터가 구축되면 관련 기업 100여개를 유치한다는 목표다. 이들 기업이 유치되면 2000여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한수 서구청장은 "구청장이 직접 세일즈맨이 돼 경남권에 흩어져 있는 의료연구산업체들을 지역으로 유치하겠다"며 "기업들이 모이면 관련 일자리가 생기고 사람들이 모인다. 환경개선, 주거복지, 교육지원 등의 정책을 통해 지역으로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정주인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모이면 관련 일자리가 생긴다"며 "환경개선, 주거복지, 교육지원 등의 정책을 통해 지역으로 들어 온 사람들이 정주인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he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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