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하거나 무대에 설 때 공포를 느끼시나요?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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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나를 주목하는 상황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런 상황을 불편해하고 공포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기를 하거나 노래를 하는 것을 좋아하여 가수나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연습이나 리허설 과정에서는 아무런 문제를 보이지 않지만 무대만 올라서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사람이 있을 때 우리는 무대공포증이 아닐까 의심해봅니다.

'무대공포증' 또는 '공연 불안(Music Performance Anxiety)'이라고도 불리는 질병은 다수의 청중 앞에서 공연을 할 때 느끼는 불안이나 공포를 의미하며, 전세계적으로 특히 음악이나 관련 전공자들이 연습이나 공연을 할 때 경험하는 중요한 심리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 제 5판(DSM-5)에 의하면, 무대공포증은 사회불안장애(Social Anxiety Disorder)의 하위 유형으로 분류되며, 다수의 청중 앞에서 공연을 하는 직업이면 가지게 되는 정상적인 불안에서부터 공황과 같은 증상에 이르기까지 수준이 다양합니다. 이러한 공포는 공연에서의 수행 저하를 유발할 뿐 아니라 경력과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해당 질병이 끼치는 부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편이고, 진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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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무대공포증을 진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척도는 'Kenny 무대공포증 척도(Kenny Music Performance Inventory; KMPAI)'로 무대공포증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긴장, 불안, 부정적 인지 등의 증상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여기에는 불안과 관련된 증상 외에도 개인력과 관련된 요인, 어린 시절에 대한 평가도 진행되며, 점수가 높을수록 불안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다양한 선행 연구들을 통해 신뢰도와 타당도가 입증되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약물치료가 사용되기도 하는데, 공연 직전에 약을 복용하는 경우 불안감이 완화되어 효과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일시적으로 불안 수준을 낮추기 위한 임시적 방법이며,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심리치료를 병행하여 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대처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보통 사회불안장애 치료에 가장 효과적으로 알려진 인지행동치료가 많이 사용됩니다. 이는 공연하는 사회적 상황에서 가지게 되는 부정적 사고와 신념, 즉 인지적 과정을 재구성하거나, 여러 청중들 앞에서 공연을 해 보는 등 두려운 사회적 상황에 대한 반복적 노출, 실제 또는 유사한 사회적 상황에서 스스로가 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역할 연습, 높은 수준의 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한 긴장 이완 훈련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비합리적 사고에 대한 수정으로 높은 수준의 불안을 유도하는 공연을 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 점진적으로 노출시켜 해당 상황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외에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가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스트레스를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운동이나 산책, 음악 듣기, 영화 보기와 같은 취미 활동을 마련해서 마음을 좀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

[참고문헌] 오상훈, 유은라, 이형준, & 윤동욱. (2020). 한국판 Kenny 무대공포증 척도의 표준화 연구. Journal of Korean Neuropsychiatric Association, 59(3), 25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