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4G 2개 vs 대구에선 3G 12개···보고도 못 믿을 ‘라팍의 기운’, 오늘도 터지면 진짜다
마치 관중석에서 누가 타구를 끌어당기는 듯하다. 삼성이 안방의 기운을 앞세워 한국시리즈 추격을 시작했다.
삼성은 지난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KIA를 4-2로 눌렀다. 솔로홈런 4개로 4점을 뽑았다. KIA와 똑같은 8안타를 쳤지만 KIA가 출루해서 도루를 시도하고 움직이면서 2점을 뽑은 것과 달리 삼성은 간단히 홈런 4방으로 승부를 갈랐다. 지난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차전에서 KIA(10안타)보다 많은 12안타를 치고도 3-8로 진 모습과는 정반대다. 라이온즈파크(라팍)에서 삼성의 장타는 절대적으로 강하다.
삼성은 이번 포스트시즌 시작 이후 라이온즈파크에서 LG와 플레이오프 1·2차전, KIA와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3경기를 치렀다. 홈런만 총 12개를 쳤다. 나머지 잠실에서 2경기, 광주에서 2경기로 원정에서는 총 4경기를 치르면서 2홈런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3차전 승리 뒤 “타자들이 광주에서는 위축된 느낌이었는데 대구 오니까 활기차게 잘 움직이는 것 같다. 편한 듯이 자기 스윙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들어 앞서 2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치고 있던 박병호도 7회말 우중월 솔로홈런으로 침묵을 깼다. 김헌곤에 이은 연속타자 홈런으로 3-1에서 4-1로 달아난 쐐기 홈런이었다.
박병호는 “타자의 입장으로서는 상대 선수들도 같을 것이다. 라팍은 큰 것 한 방을 조심해야 되는 구장이다. 하지만 올해 삼성의 팀 컬러가 장타로 점수를 많이 뽑았고, 타자들 모두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홈런이 나오면 나뿐 아니라 다들 생각도 많이 달라진다. (오늘 경기로) 그런 것들이 남은 경기에서도 도움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구는 기술 싸움이자 심리 싸움이기도 하다. 올시즌 리그 최다인 185개 홈런을 때린 삼성은 그 중 119개를 홈인 라이온즈파크에서 기록했다. 외야 펜스까지 거리가 짧은 데다 곡선 아닌 직선 구조라 장타가 나오기 쉬운 홈구장에서 타자들은 자신감을 찾는다. 원정 팀 타자들에게도 구장이 작아 장타가 나오기 쉬운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삼성 타자들이 기본적으로 장타력을 갖고 있고, 가장 어려울 때에는 라팍이 ‘믿을 구석’이 되는 심리적인 안정 효과도 누리는 것이 포스트시즌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KIA와 삼성의 한국시리즈가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것은 26일 4차전이 마지막이다. 자주 바뀌는 한국시리즈 배치 방식이 올해도 바뀌어 정규시즌 1위 KIA가 1·2·5·6·7차전을, 플레이오프를 거쳐온 삼성이 3·4차전을 홈 구장에서 치르는 구조다. 삼성이 ‘라팍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은 4차전이 마지막이다.
그러나 2패 뒤 라팍에서 1승을 거두면서 삼성의 장타 감각과 자신감이 깨어났다. 박진만 감독은 “앞으로 시리즈가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는 말로, 선수들이 깨어났으며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4차전에서도 삼성의 ‘라팍 효과’가 터져 승리한다면 2패 뒤 2승으로 시리즈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도 있다. 원정지 광주로 넘어가는 것은 같지만 1승3패와 2승2패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4차전 KIA 선발 제임스 네일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삼성 상대로 2경기를 던졌다. 모두 라이온즈파크였다. 올시즌 홈런을 11개밖에 허용하지 않은 네일은 그 중 삼성에게 2개를 허용했다. 대구에서, 네일의 공에 홈런을 친 삼성 타자는 김영웅과 강민호다.
대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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