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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이사가 올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 확대에 만전을 기한다. 기후변화와 친환경 금융 상품 출시 등 ESG 투자 규모를 늘리고 향후 탄소배출권 플랫폼 구축 등에도 나설 계획이다.
21일 금투 업계에 따르면 서 대표는 5일 이사회로부터 대표이사 연임을 추천받았고 28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임기는 2026년 3월28일까지다.
서 대표가 연임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해 높은 실적 개선이 뒷받침했다는 평이다. IBK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455억원을 거뒀다. 2023년과 비교해 45.4% 증가했다.
서 대표는 연임을 확정 지은 뒤 ESG 확대를 통한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및 마중물 역할 강화를 추진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약 300억원 수준의 수익을 내며 계열사 사이 시너지 효과를 확인한 만큼 금융 사각지대 지원과 IBK증권 수익성 개선을 모두 노린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이날 월드비전과 기후변화대응사업 추진 업무협약을 맺었다. 최근 배달의민족의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친환경 배달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지 1주일 만이다. 더 앞서서는 충청남도와 수소버스·수소충전소 보급 협업, 해양 벤처기업 맵시와 유럽 탄소배출권 시장에서의 해운 특화 서비스 제공, 대성문그룹과 ESG 탄소중립 신사업 발굴 협약 등을 진행했다.
서 대표는 올해 경영 목표로 '디지털·ESG경영 확대를 통한 Value-Up IBKS'를 제시하며 올해 ESG 펀드, 친환경 투자상품 등의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서 대표의 ESG 행보가 향후 IBK증권의 전략성을 입증할 기회가 될 것으로 바라본다. 최근 미국에서는 투자자들의 ESG 관련 투자상품 관심이 줄어들고 있지만 기관투자자들은 여전히 ESG 상품을 다루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관 투자자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 ESG에 신경 쓰는 기업들의 투자 전략이 우수하며 앞으로 닥칠 규제 리스크에도 잘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ESG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고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여전히 ESG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으며 올해와 내년 10% 이상의 수익성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1, 2월 경쟁력 나침반((Competitiveness Compass)’과 ‘청정산업협약(Clean Industrial Deal)’, ‘옴니버스 패키지(Omnibus Package) 등을 발표하며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합리적 환경 규제를 조정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유럽연합 공급망 실사 지침 시행을 대비해 기업의 ESG 준비를 통합지원하기로 했다.
IBK증권이 향후 ESG 투자 확대와 함께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 구축, 친환경 투자 상품 출시 등을 이어간다면 그 투자 전략과 규제 리스크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2029년까지 전 세계 시장규모가 약 2조달러(약 292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거대 시장이다.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은 기업이나 국가가 탄소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는 시장 시스템으로 현재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등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어 IBK증권은 후발주자인 셈이다.
서 대표는 지난해 말 "온실가스 배출부터 감축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올인원 탄소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플랫폼을 마련하겠다"라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탄소중립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증권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SG 확대로 IBK증권은 IBK금융그룹 안에서 입지를 더 굳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BK증권은 지난해까지 ESG 협약으로 자산운용, 연금보험 등과 300억원 수준의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IBK증권 당기순이익의 약 66% 수준으로 전체 그룹사 당기순이익을 비교해도 11%를 차지한다. 올해 그 규모를 2~3배 확대한다면 지난해 거둔 300억원+α 효과가 추가되는 셈이다.
서 대표는 1963년생으로 동국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2013년 IB지원부장, 기술금융부장, IT그룹장 부행장, CIB그룹 부행장 등을 지냈다. 2021년 3월 IBK저축은행 대표이사에 선임됐으며 2023년부터 IBK투자증권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