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목사골 품은 ‘나주 누정’의 가치, 한눈에 담다
호남 대표 공동체 문화 상징…세계문화유산으로 첫 걸음 의미

위에 열거한 공간들은 나주에 있는 누정들이다. 전라도를 대표하는 ‘천년 목사골’ 나주에는 역사와 문화가 깃든 누정들이 많다. 영산강과 너른 평야, 금성산을 배경으로 찬란한 누정문화를 꽃피웠다는 방증이다.
한국학호남진흥원(원장 홍영기·호남진흥원)은 지난 2022년 ‘호남 누정·원림 종합 조사연구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누정 총 목록을 작성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호남의 현존 누정은 1025곳에 달했다.
그 가운데 나주에는 63개소 누정이 있다. 공산면 6곳을 비롯해 다시면 14곳, 봉황면 7곳, 다도면 5곳 등이다. 이처럼 나주에는 누정문화의 전통을 면면히 이어오고 있는 누정들이 산재한다. ‘충절’, ‘풍류’, ‘문화’ 등의 키워드로 대변되는 누정은 ‘호남을 대표하는 공동체 문화’를 상징한다.
나주 누정의 가치와 문화적 의미 등을 조명한 자료집 ‘나주 누정’이 최근 발간돼 눈길을 끈다.
이번 책자는 호남진흥원이 첫 번째 호남한국학 누정자료집으로 발간했다. 조일형 책임연구위원이 총괄기획을 맡았다. 해제집필에 조태성, 최정미 박사 등이, 현판탈초에 박해장 박사, 현판번역에 장안영 박사가 참여했다.
홍영기 원장은 “지금까지 조사한 1차 결과물인 ‘나주 누정’을 책으로 간행하여 시도민들과 함께 향유하고자 한다”며 “전라도의 대표 도시 나주는 영산강 주변에 수많은 누정이 있다. 또한 나주평야나 금성산 자락에도 수많은 사연을 간직한 누정이 자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호남의 누정 DB를 구축하여 제공할 계획이며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며 “호남의 누정이 인류 문화의 보편성과 탁월성은 물론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임을 밝히기 위한 첫 단계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누정은 누(樓)와 정(亭)이 결합된 말이다. ‘누’(樓)는 중첩해 건립한 집을 의미하며 다소 높이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반해 ‘정’(亭)은 정지하다는 뜻의 정(停)에서 유래한 용어로 잠시 쉰다는 뜻을 함의한다.



쌍계정(雙溪亭)은 ‘금안동 대동계’를 시행했던 곳이다. 숙종 대에서 영조 대에 이르는 ‘쌍계정시단’이 결성돼 시문 활동이 활발히 전개됐다. 설재 정가신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쌍계’(雙溪)는 앞쪽에 금안천이, 뒤편이 시냇물이 흘러 그 같은 명칭이 붙여졌다.
정지 장군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척서정(陟西亭)은 사당인 경렬사와 함께 지어졌다. ‘척서’(陟西)는 ‘서쪽 산을 오른다’는 뜻으로 백이숙제가 서쪽 수양산에서 굶어 죽은 고사에서 유래했다. 정지 장군의 충심을 백이숙제에 비유한 것이다.
호남 사림정신과 효가 투영된 누정도 있다. 영모정(永母亭)은 조선시대 기묘사화 이후 승지 임붕이 낙향해 건립했다. 당초 명칭은 귀래정이었지만 아들 임복과 임진이 부친을 추모하기 위해 영모정으로 명명했다고 전해온다. 정치적 격변에도 불구하고 학문적 소신과 부모에 대한 효를 지키려 했던 정신이 투영돼 있다.
장춘정(藏春亭)은 기대승을 비롯해 송순, 임억령 등 호남의 문사들이 시를 짓고 교유하던 곳이다.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숲과 사시사철 피어나는 꽃들이 봄을 간직한 듯 하다는 뜻을 품고 있다. 고흥 유씨 유충정이 건립했다.
한편 조일형 책임연구위원은 “다양한 기능과 역할은 누정이 단순한 건축물를 넘어 지역 사회의 정신문화와 생활세계가 응축된 복합적 문화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누정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를 통해 그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명확히 규명하고 향후 세계유산활용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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