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긴장시키고, 구글에 이기고, 이번엔 삼성에 소송 건 회사가 있다?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4. 10. 1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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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모바일 앱 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 이 두 회사의 영향력이 크다는 건 이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죠.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같은 주요국 정부들도 이런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의 *독과점을 견제하기 위해 여러 규제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은 여러 번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이번엔 미국 법원이 이들을 더 긴장시킬 만한 행동에 나섰어요.
법원이 뭘 한 건데?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북부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구글에 앞으로 3년간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의 앱 마켓인 ‘구글 플레이’를 전면 개방하라고 명령했어요. 안드로이드용 앱 다운로드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구글의 앱 마켓 대신, 소비자들이 다른 앱 마켓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거예요. 더 쉽게 말하면 ‘지금까지 구글이 누려왔던 특혜들을 없애라. 최소한 다른 앱들이 구글과 붙어볼 수 있도록 3년간은 구글에 불리한 규칙을 적용하겠다’는 의미죠.

법원이 구체적으로 구글에 명령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아요.

① 구글 플레이에서 유통되는 앱들은 경쟁사의 앱 마켓에도 모두 제공한다. 예를 들어 구글 플레이에서만 다운받을 수 있었던 앱들은 ‘삼성 갤럭시 스토어’나 ‘원스토어’에서도 모두 받을 수 있게 조치해야 한다.

② 구글 플레이 앱을 사용할 때 구글페이 결제를 소비자에게 요구하면 안 된다. 또한 앱 개발사들이 구글 플레이를 통하지 않고도 웹사이트 등 다른 경로로 고객에게 앱을 제공할 수 있도록 외부 링크 활용을 허용해야 한다.

③ 구글 플레이에서 얼마에 팔고 있든 상관없이, 개발사들이 다른 경로로 앱을 파는 가격은 자유롭게 책정돼야 한다.

④ 개발자에게 ‘구글 플레이에 앱을 독점적으로(혹은 다른 곳보다 먼저) 출시해달라’고 요청하며 금전이나 혜택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⑤ 스마트폰 제조사나 이동통신사에 구글 플레이를 먼저 설치해 소비자에 판매하도록 요청하고 금전이나 혜택을 제공하는 것 또한 금지한다.

법원은 이런 내용의 조치를 다음 달(11월) 1일부터 지키라고 명령했고, 실제 명령 이행에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①번은 8개월 안에 기술적 준비를 하라고 했어요. 만약 이런 내용의 조치를 모두 적용한다면, 구글은 당연히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요. 구글 플레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줄어들고, 구글 페이로 결제하는 사람도 줄어들 테니까요. 물론 아직은 미국에서만 적용되는 내용이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국가로 확산할지도 알 수 없고요.

갑자기 왜 이런 명령을 한 건데?
사실 이번 명령이 갑작스럽게 내려진 건 아니에요. 구글이 세계적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를 만드는 에픽게임즈와의 소송에서 작년 11월에 패소했고,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검토하다가 법원이 이번에 확정한 거죠.

에픽게임즈와 구글 사이의 갈등은 디그에서도 여러 차례 다뤘던 *인앱(in-app) 결제 논란이 핵심이에요. 인앱결제는 말 그대로 앱 안에서 결제한다는 뜻인데요. 구글은 게임 이용자들이 구글 플레이에서 내려받은 게임을 이용하다가 구글의 결제 시스템으로 각종 구매를 하면, 결제 금액의 15~30%를 수수료로 받아왔어요.

에픽게임즈는 막대한 수수료를 구글이 가져가는 게 부당하다며 구글페이 대신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고, 구글은 이에 반발해 에픽게임즈의 유명 게임 ‘포트나이트’를 구글 앱 마켓에서 퇴출했어요, 에픽게임즈는 구글이 지배적인 지위를 남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죠. 결과적으로 재판에선 에픽게임즈가 승리했고요.

다만 구글이 법원의 명령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한 번 더 다퉈보겠다는 항소 의지를 밝힌 점을 고려하면, 당장 11월부터 구글 앱 마켓이 개방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여요.

애플이 더 나쁘다는 구글
특히 구글은 애플보다 더 강한 조치를 부과받았다는 걸 기분 나빠해요. 사실 에픽게임즈는 애플을 상대로도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해서 법적으로 다퉜고, 미국 법원은 큰 틀에서 애플이 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렸었거든요. 물론 애플이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다른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지 않은 건 잘못이라고 지적당하긴 했지만요. 이 소식은 올해 1월에 디그에서도 전해드렸어요.

그런데 비슷한 소송에서 구글은 애플보다 훨씬 더 많은 잘못을 지적당한 거예요. 물론 법원에 제출된 여러 증거와 법정 다툼에서 활용된 논리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구글 측은 안드로이드 앱 마켓이 애플보다 오히려 개방적이라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요. 구글 측은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를 구글 플레이뿐 아니라 삼성 갤럭시 스토어를 통해서도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었지만, 아이폰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고 강조했어요.

삼성도 긴장시킨 에픽게임즈
에픽게임즈 로고
모바일 시장에서 에픽게임즈와 법정 다툼을 벌일 회사는 더 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도 그 대상이에요. 각국 정부나 법원이 거대 독과점 IT 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더욱 예민한 요즘 분위기를 고려하면, 삼성도 긴장할 수밖에 없겠죠.

지난달(9월) 30일 에픽게임즈는 “삼성이 스마트폰 기본 기능을 이용해 구글을 제외한 다른 경쟁 앱스토어 회사들의 성장을 막았다”며 “불공정한 독과점 행위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어요. 에픽게임즈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의 보안 기능 중 하나인 ‘오토 블로커(auto blocker·보안 위험 자동 차단)’를 문제 삼았어요.

구글 플레이나 삼성 갤럭시스토어가 아닌 다른 경로로 앱을 설치하려는 시도를 차단하는 기능인데, 지난해 11월부터 갤럭시 스마트폰에 추가됐어요. 에픽게임즈는 원래 이 기능이 이용자가 직접 켜는 방식이었다가, 최신 제품부터는 켜진 상태로 구매하게 바뀌었다는 점을 지적했어요. 이 기능이 다른 앱스토어 이용을 제한하는 불공정한 장치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에요.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이 이렇게 하도록 만든 건 구글이라고 생각한다”며 “소송을 통해 삼성·구글 모두와 싸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반면 삼성전자는 해당 기능이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기기 보안을 위해 만든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어요. 악성 앱을 막기 위한 장치이고, 사용자에게 분명히 사용 여부도 묻고 있다는 거예요.

동시에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송전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확실한 건 미국과 유럽 등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거대 IT 기업들의 ‘독과점법 위반’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미국이나 유럽에서 전해지는 공룡 기업들의 소송 결과는 곧 세계적인 추세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크고요. 이미 구글과 애플의 공고했던 앱 마켓 장벽이 열리기 시작한 것처럼요.

어쩌면 그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독과점 소송들, 관심을 두고 지켜봐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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