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새 9억 빠졌다⋯강남 집값, 실거래도 한풀 꺾이나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에서 최근 고점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고가주택에 대한 규제를 잇달아 강화한 데 이어 세제 개편으로 보유 부담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호가 조정에 이어 실거래에서도 약세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세제 개편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기 전까지 관망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추가 조정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서초·강남구 일대에서 고점보다 가격을 낮춘 아파트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는 이달 53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5월 같은 면적이 최고 63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9억1000만원(14.4%) 낮은 수준이다.

같은 지역 '반포미도1차' 전용 84㎡도 이달 40억15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11월 41억8000만원보다 1억6500만원 낮아졌다. 서초구 잠원동 '강변' 전용 84㎡ 역시 이달 30억5000만원에 손바뀜해 작년 10월 거래가 34억원보다 3억5000만원 내렸다.

강남구에서도 고점 대비 가격이 낮아진 거래가 이어졌다. 압구정동 '한양3차' 전용 116㎡는 6월 60억원에서 이달 6일 58억7000만원으로 1억3000만원 떨어졌다. 같은 지역 '현대13차' 전용 105㎡는 이달 61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6월 기록한 최고가 72억원과 비교하면 1년여 만에 11억원 낮은 수준이다. 대치동 '은마' 전용 76㎡도 이달 33억4000만원에 계약됐다. 2월 36억4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3억원 낮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도 강남권의 약세가 뚜렷하다. 8월 셋째 주 기준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9%, 강남구는 0.05% 각각 하락했다. 두 지역 모두 2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아파트값이 하락한 곳도 강남·서초뿐이다.

강남권 주택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진 배경에는 정부의 잇따른 규제 강화가 꼽힌다. 다주택자와 초고가주택에 대한 규제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세제 개편을 통해 추가적인 보유세 부담 강화까지 예고되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의사결정을 미루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특히 고가주택 보유자는 향후 늘어날 보유 비용을, 매수자는 추가적인 가격 하락 가능성을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강남권의 조정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고가주택과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진 만큼 세제 개편이 확정되기 전까지 강남권을 중심으로 관망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세 부담 강도에 따라 하반기에는 추가적인 가격 조정도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당분간 강남권 가격이 조정되면서 지역 간 가격 격차가 좁혀지는 ‘키 맞추기’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다만 단기간에 낙폭이 크게 확대되기보다는 거래 위축 속에서 제한적인 가격 조정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한강벨트에서 강남권으로 갈아타려는 주택 보유자들은 기존 주택을 보유하는 데 드는 비용과 강남권 진입에 필요한 자금 부담을 함께 따져야 해 셈법이 복잡해졌다”며 “매수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현재와 같은 가격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