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갑자기 돈을 부쳐왔다”…징용 피해자가 뜨거운 눈물 흘린 사연
한일 양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는 윤기 공생복지재단 회장(82)을 최근 도쿄 고토구에 있는 ‘고향의 집 도쿄’에서 만났다. ‘고향의 집’은 1989년 오사카에서 재일교포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세워진 요양시설이다. 이제는 도쿄, 교토, 고베 등 일본 주요 도시 5곳에 거점이 마련됐다.
공생복지재단은 10월이 가장 바쁜 달이다. 재단의 모태이자 보육원인 공생원이 목포에 세워진 것이 1928년 10월이다. 해방 후 어려움 속에서도 일본인 신분으로 한국에 남아 공생원을 이끌어 간 윤기 회장의 어머니인 윤학자(일본명 다우치 치즈코) 여사의 출생일과 사망일도 모두 10월 31일이다. 4년 뒤인 2028년이 되면 공생원은 100주년, 윤학자 여사는 서거 60주기를 맞는다.
윤 회장은 “1951년 전란 속에서 아버지가 행방불명되면서 어머니 혼자 숱한 어려움 속에 공생원을 이끌고 가셨다”며 “그때 너무 힘들게 일하셨는지 1968년 56세의 이른 나이로 돌아가셔서 너무 한스러웠다”고 회고했다.
윤 여사는 임종을 앞두고 윤 회장에게 “고향(고치현 와카마츠)서 담근 우메보시(매실장아찌)를 먹고 싶다”고 일본어로 힘들게 말했다. 오부치 전 총리가 매화나무를 공생원에 보낸 이유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60년대 초 일본을 방문하셨을 때 당시 총리인 이케다 하야토, 전 총리인 기시 노부스케 등 거물 정치인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이들은 공생원의 이야기를 듣고 크게 감동하며 어두운 정치자금이 아니라 ‘깨끗한 돈으로 가늘고 길게 돕자’며 공생원 후원회를 만들기도 했어요.”
목포에서 살다가 일본으로 돌아간 일본인들의 모임인 ‘목포회’ 회원들도 공생원에게 아낌없이 베풀었다. 50년 넘게 이어진 일본항공(JAL)의 끈끈한 후원도 빼놓을 수 없다.
“70년대에 공생원에 ‘수선화 합창단’을 만들고 후원사업을 위해 일본 공연을 준비했는데 비행깃값이 만만치 않은 거예요. ‘인원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어떻게 알았는지 일본항공이 공짜로 비행기도 태워주고 공생원에 ‘JAL하우스’ 건물도 지어줬어요. 지금도 매년 잊지 않고 후원해주는 공생원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입니다.”
“어느 날 신문에서 재일교포 노인의 시신을 6개월 뒤에나 발견했다는 내용의 고독사 기사를 읽게 됐어요. 사회사업이라는 것은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고독사를 알게 되면서 ‘아 이제 나는 이분들을 위한 일을 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윤기 회장은 1984년 일본 아사히신문에 재일교포 노인을 위한 양로원 건설이 필요하다는 기고를 했고 이것이 반향을 일으켜 일본 재계·문화계·교육계·복지계 등에서 일하는 451명이 발기인이 된 ‘재일 한국 양로원을 만드는 모임’이 출범했다. 이후 1989년 ‘고향의 집 오사카’가 처음으로 문을 열게 됐다.
윤 회장은 “초기에 고향의 집을 찾은 어르신 중에 북해도 탄광이나 각종 광산 등에 징용으로 오신 분들이 많았다”며 “고향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고향 가기에는 본인이 부끄럽다며 뒤로 숨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로원에 계시는 재일교포분을 만나보면 그렇게 고향 음식 얘기를 많이 한다”며 “어머니의 우메보시처럼 이들에게는 고향의 김치가 영원한 향수의 음식”이라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내년은 광복 80주년이자 국교 정상화 60주년이 되는 역사적 변환점”이라며 “잊혀진 사람들을 따뜻하게 모시면서 이 추모시설을 지역이 함께 하는 한일 간 국제교류의 공간으로 만들어 미래의 우호를 이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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