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공항 건설 현장서 굴착기 매몰돼 1명 사망…"예견된 인재"
"붕괴 전조증상이 보여 굴착기 등 장비를 철수하려는 순간 (흙더미가) 덮쳤습니다."
경북 울릉도에 건설 중인 울릉공항 건설 현장에서 40톤(t) 굴착기 2대가 흙더미에 파묻히면서 굴착기 기사 1명이 숨졌다.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시공사 측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8일 울릉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1분쯤 울릉공항 공사현장에서 작업하던 협력업체 굴착기 2대가 토사에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울릉공항을 짓고자 굴착기로 가두봉 경사지를 절취해 해상에 매립하려던 중 상부 토사가 밀려내리며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13분 뒤 현장에 출동한 119 구조대가 구조작업을 시작했지만 추가 붕괴 위험이 있어 현장 접근이 힘든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11시 38분쯤 굴착기 기사 1명이 자력으로 탈출했다. 구조당국이 11시 46분쯤 다른 굴착기 내부에서 의식을 잃은 매몰자 A(60·대구) 씨를 발견해 약 30분 만인 낮 12시 12분쯤 구조하고서 울릉군보건의료원으로 후송했지만 12시 23분쯤 사망 판정이 났다. 사인은 심폐정지 질식사로 추정됐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산재과, 대구청 수사과 등은 즉시 사고 조사에 착수해 '작업 중지' 등 엄중 조처를 내렸다.
포항지청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중대재해는 노동자 1명 이상 사망,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같은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등이 해당한다.
사고 현장은 국토교통부 부산지방항공청이 발주하고 DL이앤씨(구 대림산업) 컨소시엄이 시공하는 곳이다. DL이앤씨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가장 많은 사망사고를 기록하고 있다.
주민과 관계자들은 이번 사고가 예견된 인재였다고 지적한다.
이곳에선 지난해부터 크고작은 안전사고가 잇따랐다.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낙석 등에 인한 장비 파손만 10여 건 발생했다. 좁은 현장에서 많은 장비와 인력을 안전설비 없이 운용하느라 사고가 잦았다는 설명이다.
가두봉을 깎아 나온 점성 없는 흙과 모래, 돌바닥 위로 무거운 굴착기가 오가는 것도 전도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울릉군 한 관계자는 "산을 깎아 쌓인 토사는 점성이 약해 무너지기 쉽다. 최근 며칠 간 비바람도 불어 바닥이 더욱 약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울릉군이 지난해 시공사(DL이앤씨)에 안전대책을 요청했고, 시공사도 고강도 안전대책을 세웠으나 끝내 사고가 났다는 지적이다. 실제 사고 현장 주변에는 굴착기 전도를 막거나 토사 붕괴에 대응할 안전장치가 전혀 없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사고 직전 붕괴 전조증상이 보여 장비를 빼려 했으나 결국 사고가 났다. 숨진 A씨는 평소 동료들과 잘 어울리던 성실한 분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북경찰청은 이날 오후 수사팀을 꾸려 현장에 파견했다. 수사팀은 과학수사대(현장 감식), 형사기동대 1개 팀 등으로 구성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안전 관련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조준호 기자 c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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