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것 없으면 명품 아파트 명함 못 내밀어요"
밥 잘 주는 아파트가 뜬다
‘밥 주는 아파트’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초기엔 서울 강남·용산 등 일부 최고급 아파트에서 조식 위주로 운영됐는데, 이젠 지방에서도 점심·저녁을 내놓는 곳까지 나오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서도 ‘식사 서비스 제공’ 여부가 시공사 선정의 주요 기준이 됐다.
◇점차 확대되는 아파트 호텔식 서비스
아파트 조식 서비스는 초고가 단지로 꼽히는 성수동 트리마제가 2017년 처음 도입했다. 당시만 해도 ‘관리비 부담으로 곧 없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이젠 많은 아파트가 앞다퉈 호텔식 식사를 제공중이다.
작년 10월 입주한 브라이튼 여의도는 여의도 내에서 조식·중식 서비스가 가능한 첫 아파트다. 여의도에는 재건축을 앞둔 낡은 아파트가 대부분이었는데, 옛 여의도MBC 부지에 고급 아파트인 브라이튼 여의도가 들어서면서 호텔식 식사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이밖에 단지 내 상가인 ‘브라이튼 스퀘어’도 조성될 예정이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고청담, 프리미엄 중식당 신류, 캐주얼 다이닝 소이연남 등이 입점할 예정이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롯데캐슬 SKY-L65′는 식자재·급식 전문업체 CJ프레시웨이와 손잡고 곧 아침과 점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서울 청량리 지역 아파트 중에서 식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한양수자인 그라시엘’에 이어 아파트가 두 번째다. 점심 때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위한 특식 메뉴인 ‘키즈식’도 내놓는다. 집들이 등 손님이 찾아오면, 과일을 깎아 집까지 직접 배달해 주는 케이터링 서비스도 운영한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는 작년 7월부터 조·중·석식을 내놓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만 하더라도 최근 몇 년간 입주한 신축 아파트들은 대부분 조식과 중식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개포래미안포레스트, 래미안블레스티지, 디에이치자이개포 등이 대표적이다.
지방에선 충남 천안시 ‘펜타포트’가 대표적이다. 경남 김해 '김해센텀두산위브 더제니스'에는 식음료 서비스 라운지가 있다. 9월 분양 예정인 대구 두류역 자이 아파트 역시 조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 알려졌다.
◇시공사 선정 때 식사 제공을 입찰 조건으로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때 식사 제공을 입찰 조건으로 내걸기도 한다. 2017년 서울 송파구 미성·크로바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된 롯데건설은 단지내 호텔급 조식 서비스를 공약했다.
재건축 시공사 입찰 조건에 ‘조합원 조·중식 식당’ 조성을 포함시키는 경우도 안오고 있다. 그만큼 조·중식 서비스에 대한 조합원들의 요구가 높았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 수주 때 식당 설비를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호텔식 서비스는 대체로 평이 좋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직접 요리하는 가정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메뉴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데다, 외식 물가가 급등한만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식당 운영 업체 입장에선 회사나 공공기관보다 이용률 예측이 힘들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가정마다 구성원 수, 생활 습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체 식당 특성상 메뉴 다양성, 품질 등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는 주민도 있다. 이런 이유로 아파트 조식 서비스 추세가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로 유명 호텔과 2만원대 조식 서비스를 했던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는 4개월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도 2018년 조식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2020년 종료했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