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MBC 때문이야”…대통령실의 황당한 위기대처법

조문희 기자 2022. 11. 2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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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스테핑 중단 시발점 된 尹대통령 ‘이XX’ 발언 논란
대통령실서 ‘가짜뉴스’ 규정했지만 계속되는 진위여부 공방
일각선 “尹대통령이 직접 해명하라” 책임론 제기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비속어 논란'의 시발점이 된 문장이다. 2달 전인 9월22일 이를 최초 보도한 MBC는 현재 대통령실과 대척점에 선 언론이 됐다. 대통령실과 MBC 취재진과의 갈등은 윤석열 정부의 트레이드마크로 통하는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을 중단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대통령실은 해당 보도를 '가짜뉴스'이자 'MBC의 악의적 행태'로 규정했다. MBC에서 정파적 의도를 갖고 성급하게 보도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각에선 의문을 제기한다. 해당 보도를 '허위 보도'로 보는 게 맞느냐는 의구심이다. 논란의 당사자인 윤 대통령의 책임론이 일고 있는 배경이다. 틀어질 대로 틀어진 언론과의 사이를 바로잡으려면, 윤 대통령이 직접 해당 발언의 진위 여부를 가려 오해를 풀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與 인식은 "MBC가 선 넘었다"

9월22일 윤 대통령의 북미 순방길에서 나온 문제의 발언은 두 달 동안 정치권을 달군 '뜨거운 감자'로 통한다. 야권은 윤 대통령의 '이XX' 발언에 대한 직접 사과를 촉구하고 있으며, 지난달엔 헌정 사상 최초로 시정연설 보이콧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야권과의 협치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는 게 주효한 평가다.

대통령실은 사태의 근본 원인을 'MBC 보도'로 규정했다. 문제의 윤 대통령의 '이XX' 발언을 담은 영상에 최초로 자막을 달아 송출한 게 MBC였다. "음성 전문가도 판독하기 어려운 발언에 특정 자막을 단 것엔 정파적 의도가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이다. "비속어는 논란의 본질이 아니며, MBC에서 한‧미 동맹을 조롱하고자 정확하지도 않은 문장을 특정한 게 문제"(이재명 부대변인)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MBC와 관계는 임기 초반부터 껄끄러웠다는 게 언론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윤 대통령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순방 당시 김건희 여사의 사적 지인이 전용기에 탑승했다는 논란을 최초 보도한 것도 MBC였다. 윤 대통령은 평소 MBC의 '정파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을 결정하는 데에도 윤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게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의 말이다.

대통령실에서 '가짜뉴스'로 규정한 MBC의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 관련 보도 장면 ⓒ MBC 캡처

MBC 보도가 '악의적 가짜뉴스'라는 근거는? 

문제는 대통령실의 'MBC탓'에 물음표가 붙는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은 MBC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한 근거로 언급한 전문가 음성 분석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대기 대통령실장은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음성분석 결과를 제출하라'는 야당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김 실장은 "음성분석업체 자문 업체에서 비공개를 요청했다"며 "자문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자료를 제출할 순 없다"고 했다.

더군다나 대통령실은 최초 해명 당시엔 '이XX' 언급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김은혜 홍보 수석은 논란 직후 브리핑에서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한 것"이라고 했고, '이XX' 발언에 대해선 "거친 표현이라 느끼는 국민 우려를 잘 듣고 알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한국 국회를 향해 비속어를 사용한 게 맞다고 확인 사살한 셈이다. 이후 일주일 만에 대통령실의 해명은 번복됐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XX' 발언조차 "사실 관계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도어스테핑 중단 관련 대통령실의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재정비'를 언급했다. 그 일환으로 대통령실 출입기자 간사단에 MBC 기자의 등록 취소 및 출입 정지 등을 요청했다. 이를 두고 언론계는 "기자들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대통령실이 앞장서 특정 언론사 징계를 운운한 것에 경악한다"며 "도어스테핑 중단을 교묘하게 MBC의 잘못으로 돌려 출입기자들 사이 갈등을 유발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을 앞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단체들이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정공법 대신 저격으로…언론 관계는 악화일로

이 때문에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윤 대통령으로 쏠린다. 문제의 발언의 진위 여부를 가릴 사람은 결국 윤 대통령 본인이라는 취지에서다. 윤 대통령이 직접 그날의 발언 취지를 명확하게 설명하면 오해가 풀릴 수 있다는 조언이다. 비속어 논란이 촉발한 9월 말께 시사저널이 만난 복수의 국민의힘 인사들은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 쉽게 풀릴 문제"라고 기대하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윤 대통령은 해명이나 사과 대신 '저격'을 택했다. 북미 순방에서 귀국한 직후 가진 도어스테핑에서 MBC의 보도를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했다"고 하는가 하면, 지난 18일에는 MBC를 직접 겨냥해 "가짜뉴스로 동맹을 이간질하려는 악의적 행태를 보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MBC를 사실상 '적폐 언론'으로 규정한 셈이다.

여권 인사들도 일제히 MBC 책임론을 제기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실의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 중심엔 MBC가 있다"고 했고,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MBC가 난동 수준을 보였다"고 했다. 반면 야권은 이 같은 정부여당의 태도는 "몰상식한 언론탄압"이란 입장이다. 여야의 인식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향후 윤석열 정부 언론관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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