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 살해 후 돼지 먹이로... 백인 농장주에 남아공 발칵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 소유 농장에 버려진 음식물을 구하러 들어간 흑인 여성 2명이 농장주와 직원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농장 관계자들이 범행 과정에서 흑인 여성들 사체를 돼지 우리에 버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남아공 흑인과 백인 간 인종 갈등 국면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2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와 BBC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17일 요하네스버그 북동쪽 림포포주 폴로콰네 인근의 한 농장에서 마리아 마카토(44)와 로카디아 은들로부(35)가 총에 맞아 숨졌다.
총을 쏜 사람은 농장주 자카리아 요하네스 올리비에(60)와 농장 관리인 안드리안 루돌프 드 웨트(19)다. 모두 백인이다. 이들은 ‘농장 부지에 들어오는 불법 침입자를 총으로 쐈다’는 입장이다. 마카토의 남편도 이날 함께 농장 담을 넘다가 총을 맞았지만 기어나와 도망쳐 살아남았다.
남편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며칠 뒤 그 농장을 찾았을 때, 두 흑인 여성의 사체는 돼지 우리에서 발견됐다. 시신은 부패가 진행됐는데 돼지들이 그 일부를 먹어 훼손된 상태였다. 조사 과정에서 이 농장에서 근무하는 흑인 윌리엄 무소라(45)가 사체 유기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 추가 입건됐다.
숨진 흑인 여성들은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해 버려지는 농산물과 유제품 등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기 위해 그 농장에 몰래 들어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남아공 농장에선 그걸 돼지 사료로 활용하기 위해 모아두는데 이걸 훔쳐 호구를 하는 흑인 빈민층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번 사건에 남아공 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주민들은 법원 밖에서 시위를 벌였고 정치인들은 분노에 찬 성명을 발표했다. 마카토씨 아들은 어머니가 단지 자녀들에게 먹일 무언가를 찾고 있었을 뿐이라며 그 삶이 어떻게 이렇게 끔찍하게 끝났는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용의자들은 현재 구금된 상태로 법원은 보석심리를 11월 6일까지 연기했다.
NYT는 이번 사건이 남아공의 고질적 문제인 인종과 성별에 기반한 폭력, 유혈사태로도 종종 이어지는 백인 상업 농장주와 흑인 이웃들 사이의 갈등을 둘러싼 논쟁을 촉발했다고 짚었다.
1994년까지 이어졌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기간 많은 흑인은 토지 소유권을 강제로 빼앗겼고 남아공에서는 아직도 대부분의 주요 상업 농장이 백인 소유로 남아있다.
농촌 지역의 많은 흑인은 여전히 빈곤한 삶을 살고 있으며 먹을거리를 찾아 농장의 쓰레기 더미를 뒤져야 하는 처지다. 다만 많은 백인 농부가 지속적인 침입을 받아왔으며 이에 따라 위협을 느껴왔다는 반론도 있다.
농민 보호 운동을 주창하고 있는 흑인 운동가 페트루스 시토는 “남아공에서 농민의 삶은 100% 위험에 처해있다”며 정부가 특히 백인 농부 보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죽여서는 안 된다며 “모든 백인 농부가 이번 사건의 용의자와 같지는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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