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보험업계에 '상생' 압박해도…소비자 쥐는 돈은 '1만원'?

(사진=픽사베이)

금융당국이 보험업계를 상대로 소비자의 금융부담을 경감하는 '상생금융'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보험업계가 앞서 상생금융 취지에 부응해 일반상품보다 혜택을 높인 저축보험을 내놨음에도, 금융당국이 요구강도를 높이는 건 결국 대출상품 금리를 인하하라는 요구로 해석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막무가내식 시장개입 행보라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대출상품인 약관대출(보험계약대출) 금리 인하로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적어서다. 최근 약관대출 금리가 5%대 인 점을 감안하면 인하 여력은 0.1%p~0.2%p 수준에 그칠 것이란 평가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금융위원회는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10개 보험회사 CEO에게 상생금융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는 손해보험 대형 5개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와 생명보험 대형 5개사(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NH농협생명)가 참석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간담회에서 "보험의 근간은 보험계약자 간 '상부상조' 정신과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 간 '장기적인 신뢰'에 있다"며 "고금리와 고물가 환경으로 보험계약자가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으니 보험회사가 신뢰받는 동행자로서 계약자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상생금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주문으로 해석했다. 이에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료 인하, 생보업계는 약관대출금리 인하 등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약관대출 금리 인하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약관대출은 일반적인 은행권 대출과 달리 비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출 규모가 크지 않다. 통상적으로 1000만원을 넘지 않는 생계형 자금이다. 즉 약관 대출 금리를 0.1%p 내린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혜택은 만원 단위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약관 대출 금리 인하 폭 확대도 쉽지 않다. 보험사는 약관 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상품별 예정이율과 시장금리를 반영해 산출하는데, 최근의 약관 대출 금리는 통상적으로 5%대 수준이다. 약관대출금리는 예정이율과 1.5%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지는데, 예정이율은 기준금리와 연동되므로 최근 들어 3.5%로 고정돼 있는 편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3.5%인 만큼 약관대출 금리를 과도하게 내릴 시 오히려 보험사의 역마진으로 돌아올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맹점도 있다.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가 모두 판매한 실손의료비보험(이하 실손보험)은 약관대출이 되지 않는다. 이는 약관대출이 가입자가 쌓은 해약환급금을 기준으로 최대 95%를 대출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 실손보험은 해약환급금이 없는 '실제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이기 때문에 단독으로 가입하는 실손보험은 약관대출이 불가능하다.

즉 약관대출은 해약환급금이 쌓여있는 기간이 오래된 생명보험 가입자만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약관대출 금리 인하를 통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상품이 종신보험으로 꼽히지만 청년층 가입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연령별로 수혜자가 나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노년층에 수혜가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여기에 보험사들이 기존에 내놨던 상생형 상품은 취약계층 등 타깃을 좁혔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약관대출은 통상적으로 비상금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받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그 금액도 백만원 단위라 금리 인하를 하더라도 수혜폭이 크지 않다"며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를 주문했던 만큼 보험사에도 '대출 상품'의 금리를 내리라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신보험이 그나마 해약환급금이 크게 쌓여있을 텐데 종신보험은 청년층이 잘 가입하질 않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은행권 대출과 달리 약관 대출은 소액 대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클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