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증시 불안한데..연준은 마이웨이, '페드 풋' 없다[오미주]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가 있었거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소개합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전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달러 가치가 치솟아 오르며 세계 각국의 통화 가치는 급락하고 주식과 채권 가격은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외환, 주식, 채권시장의 혼란은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높여 다시 달러 가치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달러 강세는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수입물가를 올려 인플레이션 압력도 고조시킨다.
세계 각국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이는 국채 금리를 올리고 증시를 끌어내리는 동시에 기업의 투자와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을 제한해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부채비율이 높은 국가들은 달러 가치가 급등하며 달러 표시 부채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모간스탠리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마이크 윌슨은 지난 26일 보고서에서 "최근의 달러 강세는 위험자산에 견디기 어려운 상황을 조성하고 있으며 이는 역사적으로 금융위기나 경제위기 혹은 두 위기가 함께 찾아오는 상황으로 끝이 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한 이벤트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지금 위기가 발생할만한 조건은 갖춰졌다"고 우려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언제나 믿을 것은 미국의 연준(연방준비제도)이었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제를 살려내겠다"고 나섰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는 재빨리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추고 유동성을 풀었다.
따라서 경제적 위기감이 고조될수록 전세계 투자자들은 연준의 입을 주목하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연준조차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유동성을 완화하는 정책은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연준이 돈을 뿌려댔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는 극심한 수요 부진으로 오히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압력)이 걱정됐다는 점이 지금과 다르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을 낮춰야 한다는데 동의하지만 연준의 목표치인 2%까지 낮추는 것은 경제적으로 많은 희생이 필요한 만큼 목표치를 좀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7일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연준 위원들은 모두 인플레이션을 2%로 떨어뜨려야 한다는데 대해 만장일치로 동의하고 있다"며 "이 일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연준 위원들이 이처럼 생각이 일치한 적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 통화정책을 완화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데 대동단결한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니 현재로선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2%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낮춘 뒤 적당히 타협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는 아예 접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으로선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올라 다른 국가들이 경제위기에 처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미국 증시와 채권시장이 무너지고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은 다소 부담이 되지만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것보다는 덜 나쁘다.
금융시장 붕괴와 실업률 상승은 미국인 일부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물가 상승은 전 국민에게 타격을 가하고 달러에 대한 자국 국민들의 신뢰를 훼손시켜 경제를 뿌리 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카시카리 총재가 "과잉 긴축의 위험이 있다"고 말하고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CNBC에 출연해 금리를 너무 빨리 올릴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조금 걱정이 된다"고 밝히긴 했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정책적 오류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일 뿐 당장 정책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27일엔 연준의 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주는 경제지표들도 추가로 공개됐다.
이날 발표된 8월 신규주택 판매건수는 68만5000건으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 50만건을 웃돌았다.
콘퍼런스 보드의 9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108로 5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 104.5를 웃도는 것이다.
8월 내구재 주문은 0.2% 주는데 그쳤다.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한 0.5% 감소에 비해 선방한 셈이다.
이는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월스트리트(금융시장)는 신음하고 있지만 메인스트리트(일반 소비자들)는 별 타격을 입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티미스 트레이딩의 주식 매매팀장인 조 살루치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연준이 하는 일(금리 인상)에 대해 불평할 때 연준이 반박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지표들"이라고 밝혔다.
B. 릴리 자산관리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아트 호건은 "어느 순간 연준이 금리를 너무 올렸다고 말하게 될 수도 있지만 이는 좀더 외부적인 요인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페드 풋'(Fed put)이 있다고 해도 지금보다 증시가 훨씬 더 낮은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페드 풋이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거나 국채 매입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금융시장 안정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LPL 파이낸셜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하로 돌아설 가능성은 없지만 양적 긴축(QT) 규모를 줄일 수는 있다고 예상했다.
연준은 이달(9월)부터 매월 대차대조표 축소 규모를 950억달러로 늘렸다.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재연장하지 않고 원금을 상환받는 방식이다.
이는 채권시장에서 950억달러의 유동성이 매달 사라지는 효과를 낸다.
크로스비는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면 연준이 양적 긴축 규모를 줄이거나 일시적으로 중단해 채권시장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봤다.
연준이 증시의 최대 악재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8일 오전 10시30분(한국시간 오후 11시30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지역 은행들과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해 연설한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강달러와 국채 금리 급등, 증시 급락, 전세계 금융시장의 불안 등에 대해 언급이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글로벌 금융시장은 달러 강세로 요동치고 있지만 미국 증시는 악재가 많이 반영돼 급락세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B. 릴리의 호건은 전형적인 경제 침체일 때 미국 증시가 평균 30~32%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S&P500지수가 연 고점 대비 24% 가량 떨어진 만큼 악재는 상당 부분 소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7일 다우존스지수와 S&P500지수는 5거래일째 하락했지만 나스닥지수는 0.2% 강보합 마감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나스닥지수는 26일에도 3대 지수 중 가장 낙폭이 작았다. 이는 3대 지수 중 올들어 가장 많이 떨어진 나스닥지수가 먼저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특히 이날 테슬라는 특별한 호재 없이 2.5% 올랐고 수요 부진에 폭락했던 반도체주도 반등했다. 우량 기술주를 중심으로 이 정도 가격이면 살만하다는 매수세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아시아 증시 급락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은 미국 증시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연준의 정책 전환 시점은 아직 언제일지 특정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고 경기 침체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영국의 '파운드화 위기'가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도 미지수다.
당장 애플이 아이폰14 수요 부진으로 증산 계획을 취소했다는 소식도 취약한 투자심리를 더욱 짓누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테슬라처럼 팬덤이 있는 주식이나 많이 하락한 기술주를 중심으로 단기 반등 시도는 있을 수 있지만 막연한 기대감과 많이 떨어졌다는 것 외엔 상승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침체장이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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