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파크리스틴 매각]③ 혁신과 위법 사이…리스크 된 '온라인 픽업'

피피비스튜디오스가 운영 중인 렌즈 예약서비스 '윙크'/사진=윙크 홈페이지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가 국내 콘택트렌즈 브랜드 하파크리스틴을 보유한 피피비스튜디오스 인수를 추진하면서 유통업계와 투자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원영 렌즈’로 알려진 하파크리스틴은 강한 브랜딩과 해외 확장성을 앞세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왔지만, 주력 비즈니스 모델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기업가치 평가를 둘러싼 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

2000억원 몸값의 근거 '윙크'…불기소에도 리스크 해소 '아직'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케이엘앤파트너스는 피피비스튜디오스 경영권 인수를 위해 실사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2011년 설립된 피피비스튜디오스는 하파크리스틴을 중심으로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해외 시장에 진출한 컬러렌즈 브랜드 기업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약 1500억원에서 2000억원 수준이다.

이 같은 밸류에이션의 핵심 근거로는 자회사 윙크컴퍼니가 운영하는 ‘온라인 예약-오프라인 픽업’ 서비스 ‘윙크’가 꼽힌다. 소비자가 앱에서 렌즈를 예약한 뒤 인근 안경원에서 제품을 수령하는 O2O(Online-to-Offline) 방식으로, 오프라인 중심이던 콘택트렌즈 유통 구조에 일정한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안경원 중심 유통망에 디지털 접점을 더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에서다.

다만 피피비스튜디오스 투자에서 가장 큰 변수는 이 모델의 적법성 여부다. 현행법상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는 엄격히 제한된다. 이에 따라 국내 1위 콘택트렌즈 업체 스타비젼과 대한안경사협회는 해당 서비스가 의료기사법을 위반했다며 지난해 2월 이승준 윙크컴퍼니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윙크 측은 해당 서비스가 ‘판매’가 아닌 ‘예약 중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사건은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고검에서 모두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법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2월 대한안경사협회 등이 대검찰청에 재항고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불기소 처분이 유지됐더라도 형사적 판단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며, 업계에서는 대검의 판단이 이번 거래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검찰청의 재항고 결과는 이르면 올여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케이엘앤파트너스는 인수 검토 과정에서 대검의 최종 판단과 그에 따른 사업 지속 가능성을 핵심 검토 항목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감 이후 재점화된 논란…업계 반발 여전

이미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지만 시장의 시각이 다시 경계적으로 바뀐 것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이후부터다. 당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콘택트렌즈는 각막에 직접 착용하는 의료기기로, 사용 과정에서 오용될 경우 심각한 건강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기사법 제12조 제5항에 따라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가 전면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주문 후 안경원에서 단순히 제품을 수령하는 방식의 편법 판매가 성행하고 있다”며 해외 직구와 픽업 판매에 대한 당국의 실태 파악과 조치를 촉구했다. 사실상 윙크와 유사한 사업모델 전반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대한안경사협회도 불기소 처분 이후 반발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협회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불기소 결정이 온라인 픽업의 합법성이나 정당성을 인정한 것처럼 해석돼선 안 된다”며 “검찰 결정문에도 안경원이 고객에게 검안 없이 제품 봉투를 전달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고, 이는 문제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지적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불기소 판단과 별개로,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규제 당국과 업계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규제 당국의 해석 여지가 남아 있고 기존 업계와의 마찰도 큰 상황에서 대검찰청의 최종 판단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검찰 판단과 별개로 향후 주무 부처의 유권해석이나 제도 정비 방향에 따라 사업 확장성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적법성 인정돼도 숙제…선점 효과 프리미엄 유지 미지수

다만 대검 재항고 절차에서 윙크 모델의 적법성이 최종 인정되거나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제도적 정당성을 확보하더라도 또 다른 과제가 남는다. 규제 장벽이 낮아질수록 오히려 경쟁 강도는 높아질 수 있어서다.

윙크 모델이 사실상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면 하파크리스틴뿐 아니라 스타비젼(오렌즈), 바슈롬 등 주요 경쟁사들도 유사한 플랫폼 서비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피피비스튜디오스가 현재 인정받고 있는 플랫폼 프리미엄이 빠르게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 국내 렌즈업계 관계자는 “현재 피피비스튜디오스가 인정받는 플랫폼 프리미엄은 규제 불확실성 속 선점 효과에 기반한 측면이 적지 않다”며 “온라인 예약 후 오프라인 픽업이라는 사업모델이 제도적으로 인정되면 경쟁사들도 유사한 방식을 충분히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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