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에 직접 '골프장'을 만들었다

안녕하세요! 집꾸미기에 푹 빠져있는 정이가든입니다 :)

항상 변함이 없던 우리 집에 새로운 변화가 생겼어요. 바로 집 건물 반지하를 비웠는데요. 세입자를 받을까 고민하다가 저만의 놀이터로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오늘은 제가 반지하를 어떻게 바꿨는지!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재밌게 읽어주세요 :)

| 계획 (+BEFORE)

📝 Step 1 :: 공간별 테마 정하기

​세입자가 이사 나가고 집 습기 문제도 있어서 장판까지 다 걷어 놓았더니 짝꿍이 그 시멘트 바닥에서 쭈구려 앉아서 도색을 하기 시작했어요.

프라모델&피규어 도색은 짝꿍의 오랜 취미였는데 연애와 결혼으로 바쁘기도 하고 장소 여건도 마땅찮아서 조립과 수집만 하고 도색은 못한지 꽤 됐었거든요. (창고에 미개봉 박스 천국...)

저희 집 서재는 협소하지만 2인용으로 계획했었는데 저의 재택으로 온전히 제 차지가 되어버려서 짝꿍은 자리도 뺏겨 아랫집으로 쪼르르 가서 쭈굴탱으로 도색하는 게 귀엽기도, 안쓰럽기도 하고. 어디 놀러 갔다가 돌아오는 고속도로 안에서 우리의 취미 공간으로 사용하기로 급 타결, 전개되었습니다.

코로나19가 잦아들어서 수영장이 재개장되니 시간을 따로 내어 골프 연습장에 가는 게 어려워지더라고요. 그래서 큰 방은 골프연습방, 작은방은 도색방으로 꾸미기로 했어요!

그리고 공간이 여유가 된다면 소파베드 같은 것을 놓아서 혹여 손님이 오실 때 편하게 사용하실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의 기능도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건물의 반지하 집은 이런 구조예요. 사이즈는 저희 집을 딱 반절 잘라 놓은 크기이고, 큰방 작은방 투룸에 복도 수준의 공용 공간, 화장실입니다.

옆집과는 아래 도면 상 왼쪽 면이 닿아있고, 나머지 면은 건물 외벽이예요.

📝 Step 2 :: 골프방 스윙 사이즈 가늠하기

골프채를 휘두르다가 집을 부셔먹으면 안 되니, 사전 체크를 꼼꼼이 해봅니다.

천정고가 높지 않아서 채를 휘둘렀을 때 공간이 어디까지 포용해 줄지 우려가 많았어요. 빈 방에서 채를 휘둘렀을 때는 드라이버까지도 가능하긴 했는데, 골프 네트를 설치하면 공간이 좁아지기 때문에 좌우 간격이 안 나와서 드라이버는 쉽지 않겠다 싶었어요.

그렇지만...벽을 부술 수는 없으니까. 드라이버를 포기하기로 합니다.

골프 스윙은 입체적으로 이루어지니까 사방팔방을 신경써야 했어요.​​ 실제로 해보기 전까지는 천정고(높이)만 걱정했었는데,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 좌우 폭이 중요했어요.

열심히 검색해 보니, 실제 스크린 골프를 설치 하려면 최소 폭이 4m부터 더라고요.​

저희 공간은 가로, 세로 3.3m로 절대 넉넉한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어떻게 잘 비집고 휘두르면 될꺼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

📝 Step 3 :: 방음재/보호재 시공 영역 정하기

골프 공을 때렸을 때 그 타격 소리! 잘 맞았을 땐 그것처럼 시원하고 청량한 소리가 없죠.​

그렇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소음으로 들릴 것이 뻔한 데다가. 생크가 났을 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골프공을 막아줄 보호재가 필요했어요.

도색방은 옆집과 벽이 맞닿아 있어서 콤프레셔의 소음이 옆집 청년에게 스트레스를 줄까 걱정됐어요. 여러모로 방음/흡음재를 시공하는 것이 최선이겠다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대신, 반지하라 벽과 천장을 모조리 덮었다가 그 사이에 곰팡이가 드글드글 입주할까 봐 두려워서 부분 시공을 하기로 했어요. 자주 왔다 갔다 하겠지만 사람이 계속 사는 공간이 아니니까 쾌적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했어요.

📝 Step 4 ::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느낌 내기

살 집을 고치거나 꾸미는 것도 아니고. 놀이터를 꾸미는 거라 뭔가 돈을 펑펑 쓰기는 스스로에게 눈치가 보였어요.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서 최대한의 느낌을 내보자. 가성비를 넘은 갓성비가 느껴지게 만드는 걸 목표로 했어요.

아시죠. 돈은 쓰다 보면 끝도 없는 거. 하이엔드의 길을 흘끔 쳐다라도 봤다가는 가계 와장창 나죠.​ 그래서 아주 처음부터 다짐. 또 다짐했어요.

| 기초 시공

🧹 Step 1 :: 청소하기

이 반지하 집의 상태는, 전체 리모델링(도배, 장판, 방문 교체, 주방 싱크대 가구 교체, 화장실 타일&도기 교체)을 한 지 1년 정도 되었었고 몇 달 전 윗집 누수로 인해 벽지가 운 부분이 있고, 곰팡이가 생긴 부분에 곰팡이 제거제를 도포해서 벽지가 군데군데 타 있었어요.

세입자가 나간 후 집을 바싹 말리기 위해서 장판은 걷어 놓은 상태였습니다.

깔끔한 (셀프)시공의 첫걸음은 청소죠!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얼룩들에 혹시나 몰라 곰팡이 제거제도 도포해 놓고, 바닥 콘크리트 크랙 난 부분에 방수 본드 좀 흘려주고. 다신 장판을 까보지 않을 느낌으로다가 바닥도 청소해 줬어요.

장판은 원래 시공되어 있던 거를 실리콘 제거만 해서 돌돌 말아뒀기 때문에 다시 펴서 잘 배치하기만 하면 되었어요.

🧹 Step 2 :: 골프방 카페트 시공하기

카펫은 얻어왔어요. 때마침 아는 프로님이 실내 스크린 연습장을 오픈하시면서 공사하고 남은 자재들이 있어서 오픈 전날 구경 갔다가 바리바리 얻어왔어요.

그래서 사이즈는 방 사이즈에 맞춰 주문할 수 없었고, 그냥 좀 더 조각조각 이어 붙였어요.

얻어온 카펫이 한쪽에 거친 소재의 천..?으로 마감이 되어있었는데, 이 부분은 조심조심 오렸답니다. 바닥에 그냥 칼질을 하면 더 쉬운데 장판 아끼느라 가위로 슬금슬금 조심히 잘랐어요.

카펫 끝 지점도 가위나 칼로 숭덩숭덩 자르면 돼요. 뒷면의 라인을 매직아이마냥 잘 보고 자르면 반듯하게 잘 잘립니다. 그렇지만 대충 자름, 굽도리 돌릴 거니까요!

카펫과 카펫 사이는 아무걸로나 붙여도 된다 해서 집에 있던 오공 본드로 붙였어요. 붙이면서 가위질 삐끗해서 땜빵 난 곳도 야금야금 메꿔줬어요. 자세히 보면 티 나지만. 이게 셀프의 묘미. 라고 하고 넘어갔어요!

카펫을 깔아본 기념으로다가 냉큼 골프 네트를 설치해 보았어요. 생각보다 사이즈가 커서 벽에 붙일 수가 없었어요ㅜㅜ 방이 0.5m만 컸더라면...! ㅜㅜ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설치해야 채 휘두르는 각이 나오더라고요. 그래도, 나름. 색깔이 잘 어울리죠?

🧹 Step 3 :: 방음재/보호재 붙이기

- 골프방

우려했던 일은 생각보다 빨리 일어났어요. 아주 빨리. 시험 삼아 쳐봤던 공이 생크가 나서 벽을...뚫어버렸습니다.

단열을 위해 시공해 놓았던 아이소핑크가 빼꼼 나왔네요. 벽을 보호할 방법을 찾습니다. ​생크는 벽도 찢고 마음도 찢어요.

골프방에는 골프 네트 뒤로 생크가 날 염려가 있는 벽 두 곳과 천장에 OOO로 시공을 하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