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오프시즌 주목할 부분

2025년 메이저리그가 끝났다.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다저스는 21세기 처음으로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2연패 (다저스 SNS)

야구는 끝났지만, 야구 이야기가 끝나진 않는다. 이번 겨울도 야구가 없는 아쉬움을 달래 줄 볼거리들이 기다리고 있다.

지나간 일들을 뒤로 하고, 다가올 일들을 알아봤다.

다저스, 또 주인공일까
다저스는 명실상부 현재 최고의 팀이다. 21세기 들어 연속 우승은 결코 쉽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시리즈 확대와 더불어, 스몰마켓 구단들의 자생력, 급변하는 야구 트렌드 등이 겹쳐 변수가 크게 늘어났다. 이로 인해 전력상 우위가 반드시 우승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저스가 연속 우승을 일궈낸 건 대단한 일이다.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내면서 확실하게 차별화를 보여줬다. 21세기 팀들의 지향점이 됐다.

다저스는 멈추지 않는다. 2년 연속 우승이 황금기의 종착역으로 보긴 힘들다.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한 주축 선수들의 계약이 아직 많이 남아있고, 메이저리그 전력을 공급하는 외부 투자와 팜 시스템도 굳건하다. 이미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우승 퍼레이드에서 "2보다는 3이 좋다"는 말로, 내년 시즌 3연패 도전을 선언했다.

로버츠 감독 (다저스 SNS)

그렇다면 다저스는 멈춰선 안 된다. 올해 우승 과정이 힘겨웠다. 정규시즌 93승은 2018년 92승 이후 가장 적은 승수였고, 월드시리즈 투타 지표도 토론토에게 밀렸다.

득점 [LAD] 26점 [TOR] 34점
홈런 [LAD] 11개 [TOR] 8개
타율 [LAD] .203 [TOR] .269
OPS [LAD] .658 [TOR] .745

선발ERA [LAD] 4.76 [TOR] 3.35
불펜ERA [LAD] 2.97 [TOR] 3.06


전력 보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리고 다저스는 막대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 <스포츠비즈니스저널>은 "다저스가 이번 정규시즌 스폰서십 매출만 2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바라봤다. 작년보다 17% 이상 증가한 북미 스포츠 최고액이다.

다저스는 연간 TV 중계권 계약으로만 3억 달러를 넘게 받는다. 또한 올해는 2008년 이후 17년 만에 홈에서의 총 관중 400만 명을 돌파한 팀이 됐다(401만2470명). 관중들의 사랑을 뛰어난 성적으로 화답하는 이상적인 상황이다.

여기에 다저스는 오타니가 쏘아올린 '디퍼(defer) 계약 구조'에 힘입어 쓴 돈에 비해 쓸 돈의 여유가 있다.

다저스가 넘보는 선수는 외야수 카일 터커다. 건강한 터커는 공격 수비 주루에서 기여할 수 있는 MVP 후보다. 코너 외야가 빈약했던 다저스에게 필요한 유형이다.

다저스 포지션별 승리기여도

7.2 - 지명
4.0 - 1루수
3.8 - 유격수
3.5 - 포수
3.3 - 3루수
2.4 - 2루수
2.2 - 중견수
1.5 - 우익수
0.6 - 좌익수

카일 터커 (컵스 SNS)

고민은 따른다. 터커는 이번 FA 시장 최대어다. 4억 달러 이상의 계약 규모를 노린다. 물론, 다저스는 그 투자를 감행할 수 있다. 하지만 터커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책정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지난 겨울 주요 영입들(콘포토, 테오스카, 스캇)이 부진했기 때문에 외부 영입에 신중함이 더해질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다저스는 겨울에도 주인공이었다. 오타니와 야마모토, 블레이크 스넬, 사사키 등을 데려오면서 시즌, 비시즌 가릴 것 없이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사람들이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게 다저스의 또 다른 힘이었다.

3연패를 정조준하는 다저스는 이번 겨울도 바쁘게 움직일 것이다. 프리드먼 사장도 "기쁨은 잠시"라고 말했다. 어쩌면 다저스의 2026시즌은 벌써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FA 시장 분위기는?
지난 2년하고 분위기가 다르다. 재작년은 오타니, 작년은 후안 소토라는 독보적인 존재가 있었다. 두 선수는 모두 7억 달러 이상 계약을 따내면서 FA 계약의 새 역사를 썼다.

올해는 이 정도로 시장을 지배하는 선수가 없다. 토론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14년 5억 달러 계약에 잔류하면서 터커가 각종 FA 랭킹에서 1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터커는 내구성 이슈와 포스트시즌에서 아쉬운 성적(72경기 타율 .233) 등으로 원하는 계약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터커의 협상이 늦어지면 다른 선수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FA 계약은 나이도 중요하다. 지난해 소토의 천문학적인 계약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26세 나이 덕분이었다. 에이징 커브에 민감한 구단들은 한 살이라도 더 어린 선수를 선호한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FA 선수들은 애매하다. 내년 1월 29세가 되는 카일 터커를 제외하면 알렉스 브레그먼(32세)과 카일 슈와버(33세) 코디 벨린저(30세) 피트 알론소(31세) 등 주요 야수들이 모두 30대다. 그나마 보 비셋이 내년 3월 28세로 어린 축에 속한다.

이에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력한 무라카미 무네타카(25)에 대한 관심이 높다. 포스팅으로 건너올 것으로 보이는 무라카미는 NPB 8년간 통산 246홈런을 때려냈다. 2022년에는 56홈런으로 일본 선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1964년 오 사다하루 55홈런). 3루 수비는 회의적이지만, 강력한 파워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무라카미 (야쿠르트 SNS)

이번 FA 시장은 투수들도 그다지 압도적이지 않다.

프램버 발데스(31세)와 딜런 시즈, 레인저 수아레스, 잭 갤런, 마이클 킹(이상 30세) 등이 나왔다. 하지만 높은 주가가 예상됐던 시즈와 갤런이 올해 나란히 성적이 떨어졌다(시즈 8승12패 4.55 & 갤런 13승15패 4.83). 그러면서 특별히 두각을 드러낸 투수가 없다. 발데스가 1선발 역할을 맡을 순 있지만, 여러모로 평가가 이전 같지 않다.

이는 올해 FA 계약이 천천히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선수와 구단, 양측 모두 버티기에 돌입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느림'을 염두해야 될 시간이다.

김하성은 어디로?
김하성도 FA 자격을 얻었다. 내년 시즌 1600만 달러 선수 옵션을 거절했다. 올해 어깨 수술 회복과 추가 부상으로 인해 48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2025 김하성 소속팀별 성적

TBR : 24G 타율 .214 2홈런 ops .612
ATL : 24G 타율 .253 3홈런 ops .684

김하성 (애틀랜타 SNS)

탬파베이에서 시즌을 맞이한 김하성은, 9월부터 애틀랜타에서 뛰었다. 이적 후 19경기 68타수 21안타, 타율 .309와 함께 3홈런 12타점, OPS도 0.828로 준수했다. 그러나 시즌 마지막 5경기를 19타수 1안타로 마침으로써 눈에 띄는 성적 상승은 이루지 못했다.

김하성이 기대하는 건 시장 사정이다. 올해 FA 시장은 유격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비셋은 공격은 출중하지만, 수비가 시한폭탄이다. 수비지표도 크게 하락했다(DRS -12 & OAA -13). 비셋을 유격수로 영입할 팀들이 있을지 미지수다.

애틀랜타와 토론토가 유격수 보강이 절실한 가운데, 현지에서는 양키스도 거론된다. 빅마켓 팀이 참전해야 몸값이 올라간다. 메마른 유격수 시장에 반사이익을 얻길 바라는 상황에서, 이전보다는 속도감 있는 협상이 진행돼야 한다.

대형 트레이드 나오나
지난 겨울 개럿 크로셰와 카일 터커, 데빈 윌리엄스 등이 트레이드로 팀을 옮겼다. 올해도 팀 전력을 크게 바꿔 줄 선수들이 트레이드 대상이 될 수 있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타릭 스쿠벌(28)이다. 2년 연속 사이영상이 유력한 스쿠벌은 현재 리그 최고 투수다. 최근 2년간 평균자책점 2.30은 전체 1위, 투수 개인 능력과 직결되는 FIP도 2.47로 전체 1위다.

2024-25 투수 ERA 순위 (300이닝)

2.30 - 타릭 스쿠벌
2.63 - 잭 윌러
2.89 - 크리스토퍼 산체스

2024-25 투수 FIP 순위 (300이닝)

2.47 - 타릭 스쿠벌
2.76 - 크리스토퍼 산체스
2.77 - 로건 웹


심지어 작년부터 나선 포스트시즌 성적도 6경기 평균자책점 2.04였다. 스쿠벌은 큰 무대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리그 에이스로서 위상을 높였다.

스쿠벌은 내년 시즌 이후 FA가 된다. 그러던 와중에 디트로이트가 지난 연장 계약 협상 과정에서 스쿠벌을 매우 홀대한 것이 알려졌다. 제시액이 1억 달러도 되지 않았다(존 헤이먼에 의하면 4년 8000만 달러 미만). 이 소식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이적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타릭 스쿠벌 (디트로이트 SNS)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디트로이트는 더 큰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에이스를 넘기는 건 비상식적이다. 같은 지구 라이벌 팀들이 환호할 일이다.

디트로이트는 비난 수위가 갈수록 강해지자, "스쿠벌 트레이드는 없다"고 못박았다.

필라델피아도 브라이스 하퍼 트레이드 소문이 나돌면서 홍역을 치렀다. 돔브로스키 사장이 하퍼의 현재 기량에 다소 실망감을 표한 것이 화근이 됐다. 하퍼가 정면으로 반박하자, 돔브로스키 사장도 "트레이드 의도는 없었다"고 물러섰다.

이번 겨울 트레이드 시장은 투수들에게 더 열려 있다. 밀워키 프레디 페랄타와 세인트루이스 소니 그레이, 미네소타 조 라이언, 마이애미 샌디 알칸타라 등이 후보군이다.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선발진의 중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에 선발 트레이드가 요동칠 수 있다.

주요 일정
11월은 수확의 계절이다. 다음주 신인왕을 시작으로, 감독상과 사이영상, MVP가 발표된다. 시즌 내내 논쟁이 치열했던 애런 저지와 칼 랄리의 맞대결 승자가 밝혀진다.

오타니는 통산 4번째 MVP가 눈앞이다. 성공할 경우 최다 MVP 단독 2위가 된다(배리 본즈 7회).

12월 둘째주는 윈터미팅 주간이다. 구단 관계자와 선수, 에이전트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직접 협상에 돌입한다. 주요 계약과 트레이드가 가장 많이 탄생하는 시기다. 작년에도 소토와 아다메스 계약, 크로셰 트레이드 등이 윈터미팅 때 이뤄졌다.

윈터미팅 기간에는 내년 드래프트 순위 추첨제와 룰5드래프트도 진행된다. 룰5드래프트는 진흙 속에 감춰진 진주를 고르는 작업이다.

1월은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가 발표된다. 지난해 70.3%였던 카를로스 벨트란이 75%의 벽을 넘어설지 궁금하다.

벨트란이 아니면 딱히 들어갈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첫 득표 자격은 총 18명이 가지는데, 추신수가 이름을 올리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이처럼, 야구는 없어도 야구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장외 시즌' 스토브리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창섭
현 <SPOTV> MLB 해설위원
전 <네이버> MLB 칼럼니스트

- 저는 다음 한 주 잠시 휴식기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올해도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