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의 결혼식 날 아침 대기실 문을 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딸이 폐백 때 입을 옷으로 제가 시집올 때 입었던 낡은 한복을 입고 있었습니다.왜 새 한복을 두고 이걸 입었느냐고 묻는 제게 딸은 조용히 웃었습니다. 딸이 들려준 이유를 듣고 저는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장롱 속 연분홍 한복
그 한복은 40년 전 제가 결혼할 때 친정엄마가 지어 주신 옷이었습니다. 연분홍 저고리는 색이 조금 바랬고 치마 끝에는 작은 얼룩도 있었습니다. 저는 딸에게 새 한복을 맞춰 주겠다고 몇 번이나 말했습니다. 딸은 괜찮다며 늘 웃어넘겼습니다. 그 한복을 딸이 몰래 꺼내 수선해 둔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딸이 들려준 이유
딸은 어릴 때 이 한복을 입은 엄마 사진을 보며 자랐다고 했습니다. 사진 속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예뻐 보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결혼하는 날에는 꼭 엄마의 한복을 입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외할머니가 엄마를 위해 지은 옷을 이제 자기가 이어 입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딸의 손을 잡은 채 한참을 울었습니다.

폐백을 마친 뒤
폐백 자리에서 딸은 그 한복을 입고 시부모님께 절을 올렸습니다. 연분홍 저고리가 딸에게 꼭 맞아 마치 제 젊은 날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식이 끝나고 딸은 한복을 곱게 개어 다시 제게 건넸습니다. 언젠가 자기 딸에게도 이 옷을 물려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한복을 안고 엄마 생각에 또 한 번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세대를 이어 내려오는 물건에는 엄마와 딸의 사랑이 겹겹이 담겨 있습니다. 낡은 한복 한 벌이 할머니와 엄마, 딸을 하나로 이어 주었습니다.오늘은 딸이나 엄마와 함께 옛 사진을 꺼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 집에도 대대로 이어진 물건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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