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제약 승계]④ 지주사 출신 CFO 배치 의미…통제력 확보

/사진 제공=코오롱그룹,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코오롱그룹의 승계 전략이 오너4세 이규호 부회장 체제 아래에서 재무라인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각각 다른 재무 리스크를 안은 채 지주사 차원의 관리 대상 사업으로 편입했다. 두 회사에 배치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은 승계 구조의 실제 작동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지목된다. 동시에 이 같은 전략의 성패는 양사에 걸쳐 있는 파이프라인 TG-C(옛 인보사)의 재무적 성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지주사 재무라인 기반 통제 구조 강화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이승준 기자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CFO는 각각 옥윤석 전무와 김정인 이사가 맡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인 옥 CFO는 ㈜코오롱 사업관리실과 ㈜코오롱 경영관리실을 거쳐 2024년 7월부터 코오롱생명과학으로 이동해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일하는 중이다. 국민대 수학과 출신인 김 CFO는 ㈜코오롱 경영관리실에서 2022년 1월부로 코오롱티슈진으로 옮겨 CFO직을 수행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코오롱그룹의 제약바이오 사업이 지주사 재무라인에 의해 통제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사업이 개별 계열사 차원의 판단영역이 아니라 그룹 차원의 관리체계 안에 편입돼 있다는 시각이다. 동시에 자금배분과 투자 속도가 각 법인의 독립적 판단보다 지주사의 재무 기준에 따라 조율되는 구조를 띤다고 여겨진다. 제약바이오가 성장자산인 동시에 그룹 차원에서 관리해야 할 리스크로 정의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분석의 배경으로는 두 CFO의 이동 시점이 꼽힌다. 김 CFO는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기 전부터 코오롱티슈진의 재무를 맡아왔다. 이규호 체제 출범 이후에도 해당 인사가 유지됐다는 점은 바이오 재무관리 구조가 새롭게 설계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기존에 작동하던 지주사 중심 재무 통제 체계가 승계국면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코오롱생명과학으로 옥 CFO가 이동하면서 동일한 재무관리 체계의 적용범위가 넓어졌다고 풀이된다. 이는 이미 검증된 재무관리 시스템을 다른 바이오 계열사로 확장한 조치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코오롱티슈진에 적용되던 재무 통제 방식이 코오롱생명과학으로 이식된 셈이다. 제약바이오 전반을 하나의 재무관리 틀로 묶으려는 흐름이 보다 선명해졌다는 시각이 자리 잡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재무라인 중심 통제는 이규호 체제에서 진행된 그룹 전반의 구조재편 기조와 맞닿아 있다. 코오롱그룹은 지난해 8월 코오롱모빌리티를 지주사 ㈜코오롱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자회사 코오롱ENP와의 합병을 의결했다. 코오롱글로벌 역시 코오롱LSI와 MOD를 흡수합병하며 사업구조를 단순화했다.

TG-C로 회수되는 재무 승계 시나리오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이승준 기자

지주사 중심 제약바이오 재무 통제는 해당 사업을 '관리 가능한 리스크'로 다루겠다는 승계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개발(R&D)의 실패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가장 먼저 관리돼야 할 영역으로 분류된다는 관점이다. 이 때문에 두 회사의 현금흐름, 차입구조, 손익 변동성 등을 중심으로 한 재무관리가 우선순위에 놓였다고 여겨진다.

실제로 코오롱티슈진의 재무상태는 지주사 차원의 관리 필요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코오롱티슈진은 2021년 이후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025년 3분기 누적기준 영업손실은 143억2000만원, 당기순손실은 686억6000만원에 달한다. 매출 대비 R&D비 비중은 2023년 1628%, 2024년 1945%에 이어 2025년에도 3분기 누적기준으로 1831%를 기록하며 자체수익으로는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를 보였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5년 연속 마이너스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25년 들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재무구조 전반에서는 여전히 관리대상에 가깝다. 2025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02억4000만원으로 개선됐으나 순차입금 931억4000만원, 유동비율 55.6%로 단기 유동성 부담이 남아 있다. 결손금도 여전히 1936억7000만원을 기록 중이며 R&D비도 연간 100억원 이상 집행되고 있다.

시장은 이 같은 재무 통제 기반 승계전략의 성패가 TG-C의 성과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주사 재무라인을 통해 비용과 리스크를 통제한 뒤 TG-C를 통해 성과를 회수하는 구조가 핵심 축으로 지목된다. TG-C는 코오롱티슈진의 미국 임상3상 성공 시 국내판매와 위탁생산(CMO) 수익이 코오롱생명과학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띤다. 증권가에서는 TG-C의 국내판매 및 CMO를 합산한 코오롱생명과학의 귀속가치가 6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오롱생명과학의 현재 시총에 TG-C 가치를 합하면 1조280억원에 달한다"며 "코오롱생명과학은 TG-C 미국 승인 이후 국내판매·CMO에 따른 두 가지 매출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금흐름할인(DCF)으로 산출한 가치는 6075억원"이라며 "국내 품목허가 신청 및 승인 이후 판매에 대한 위험조정현재가치(rNPV)는 1886억원, 미국향 TG-C CMO 매출 인식에 대한 rNPV는 4189억원"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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