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외교관,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어로 발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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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대표해 러시아어로 말하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장에서 영국 외교관이 러시아어로 발언해 눈길을 끈다.
18일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 대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주유엔 영국 대표부 소속 퍼거스 에커슬리 정무조정관이 발언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게재돼 있다.
해당 영상은 '러시아어로 발언하는 영국 외교관' 등 제목으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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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화유산 존중하고 열광해"
'우크라이나 침략·병합 중단' 촉구
“영국을 대표해 러시아어로 말하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장에서 영국 외교관이 러시아어로 발언해 눈길을 끈다. 러시아어는 1945년 유엔 창설 때부터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과 더불어 유엔 공용어의 지위를 가져왔으나 영어나 프랑스어에 비하면 존재감이 미미한 편이다.
그는 “우리(영국)는 ‘러시아 혐오’(Russophobia)에 시달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영국이 국제사회에서 러시아를 가장 강경하게 규탄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영국은 러시아 혐오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난한 것을 반박한 셈이다.
에커슬리 조정관은 계속 러시아어로 “영국과 러시아 간에는 오랜 역사가 있다”며 “우리는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함께 싸웠다”고 말했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과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당시 두 나라가 동맹국이었던 인연을 앞세운 것이다. 특히 2차대전의 경우 소련(현 러시아)은 군인과 민간인을 더해 27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엄청난 피해 속에서도 나치 독일을 격파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과거 영국·러시아 관계를 거론한 에커슬리 조정관은 역시 러시아어로 “영국인들은 러시아의 엄청난 문화적 유산을 존중하고 숭배하기까지 한다”면서 “나 또한 여러 해 동안 러시아어를 배웠으며, 그 역사와 괄목할 만한 문학도 공부했다”고 소개했다.
이후 그는 다시 영어로 언어를 바꿔 “우리는 하나의 국가로서 러시아가 실패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가 안정적이고 번영하는 나라가 되길 원한다”며 “그 이웃나라들을 불법으로 침공하고 영토를 합병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것, 그리고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은 유엔 헌장에 따른 평화”라고 거듭 강조했다.
해당 영상은 ‘러시아어로 발언하는 영국 외교관’ 등 제목으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날 낮 12시 현재 30만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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