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보장' 아니었어? 6만 5천 명 정보 털린 '오픈 카톡방'…누가 어떻게 가져갔나 [스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말 그대로 오픈채팅을 하는 커뮤니티입니다. 취미나 친목을 위해 개설되는데, 다른 단체 채팅방과 다르게 네트워크상에서 검색이 가능하고 방장의 권한으로 비밀번호를 만들어서 운영하기도 합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소통을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이름을 노출할 필요는 없어서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해 3월쯤입니다. 당시 오픈채팅방 이용자 정보를 판매한다는 글이 은밀하게 나돌았습니다. 홍보 글에는 "어떤 오픈방도 가능하다", "실명과 전화번호도 추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유령계정도 다 거를 수 있다고 자세히 홍보했습니다. 오픈채팅방에는 특정 주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익명으로 모이기 때문에 데이터 가치는 높게 책정됐습니다. 한 명당 7천 원에서 많게는 2만 원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오픈채팅방 운영자
(주식) 리딩방 초대하는 문자가 오는 거예요. 처음에는 스팸 문자라고 생각하고 무시했었는데, 자세히 보니까 (문자에) 제 이름이 딱 거론돼 있는 거예요. 카카오톡 이름(닉네임)이…
(다른 이용자들도) '나도 왔다', '나도 왔다' 똑같은 번호로 동시에 탁 왔더라고요. 근데 신기했던 게 카카오톡 이름(닉네임)이랑 정확하게 매치가 돼서 스팸 문자가 오니까, 이건 개인정보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뭔가 이상함을 느껴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까 비슷한 사례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지금도 문자가 계속 와요.
좀 더 설명하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개인정보 판매업체를 통해 6만 5천 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자체 입수한 판매업체의 개인정보 파일과 오픈채팅방 이용자 정보를 대조해 696명이 일치한 걸 확인했는데, 외부에서 오픈채팅방에 침투해 오픈채팅방 ID를 조회한 건수를 감안하면 6만 5천 건 이상이 유출됐을 거라고 추정하는 겁니다.
개인정보를 추출하는 방법은 조금 복잡했습니다. 개인정보 판매업체는 먼저 오픈채팅방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휴대전화 번호를 기입해 친구 추가를 했습니다. 매크로 기능을 통해 수백만, 수억 개의 전화번호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 텐데, 누구나 쓸 수 있는 친구 추가 기능을 활용해 일종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습니다.
정확하게 누군지는 모르지만, 친구 추가가 된다면 그 번호를 갖고 있는 카카오톡 사용자가 있을 것이고 이 휴대전화 번호와 카카오톡 회원일련번호를 확인해 같이 정리해 놓는 겁니다. 회원일련번호는 공개돼 있는 건 아니지만, 간단한 해킹 프로그램을 통하면 누구든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입니다.
이렇게 사전 데이터베이스를 충분히 만들어놓으면, 그다음에 특정 오픈채팅방에 들어갑니다. 오픈채팅방 안에선 개개인마다 회원일련번호가 아닌, 암호화된 오픈채팅방 ID를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서 암호화된 오픈채팅방 ID를 풀어서 회원일련번호를 뽑아내는 겁니다.
암호화된 오픈채팅방 ID에서 회원일련번호를 쉽게 뽑아낸 건 오픈채팅방 ID의 구조가 단순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카카오톡 회원일련번호에 버전값으로 불리는 단순한 숫자와 채팅방 링크 ID를 조합해 만든 방식이었던 겁니다. 암호화가 단순해 오픈채팅방 ID에서 회원일련번호를 비교적 쉽게 역산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입니다.
사전 제작된 데이터베이스에서 정리된 회원일련번호, 그리고 오픈채팅방을 통해 뽑아낸 회원일련번호를 대조해 오픈채팅방에 참여하는 회원들의 카카오톡 닉네임과 전화번호를 확인하는 수법이었습니다.
한 걸음 더

당초 카카오는 오픈채팅방을 통해 참여자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오픈채팅방의 정보만으로 개인정보 유출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오픈채팅방 ID의 암호화 과정이 단순해 회원일련번호가 노출됐다는 건데, 이 역시 카카오는 지난해 문제가 생기고 보안을 강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성엽 교수ㅣ고려대학교 기술법정책센터장
오픈채팅이라고 해서 쉽게 아이디나 회원 번호를 알 수 있도록 조치했다는 것은 어쨌든 개인정보에 대한 기술적, 관리적 조치가 미비했다고 봐야 되겠죠. 그리고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으로 보면 대기업은 조금 더 강화된 의무를 하도록 되어 있거든요. 카카오 같은 경우는 사실은 국민 기업이니까 대기업으로서 조금 더 강화된 보호 조치를 취했어야 되는 거 아니냐는 거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엄민재 기자 happym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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