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으로 떠나는 ‘창녕WFC’…열악한 여자 축구 현실 그대로
2018년 여자축구 8팀 유지코자 급히 창단
선수층 운영비 적고 성적 저조 악순환
문체부 지원 중단해 군도 포기
무관심과 재정 문제 복합적으로 작용
여자실업축구팀 창녕WFC가 창단 8년 만에 연고지를 전남 강진으로 옮겼다. 창녕WFC는 다음 시즌부터 '강진WFC'로 WK리그에 참가한다. 연고 스포츠팀이 하루아침에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데, 지역 분위기는 뜻밖에 잠잠하다. 그간 창녕WFC가 처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연고지 이전은 표면적으로는 한국여자축구연맹과 창녕과의 계약이 만료돼 자연스레 지역을 옮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자축구가 당면한 현실이 들어있다.
창녕에 둥지 튼 여자축구 팀
창녕WFC는 여자축구 명문 이천 대교가 2017년 팀 해체를 발표하면서 2018년 시즌을 앞두고 창단됐다. 당시 창녕WFC 창단은 8개 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긴급 처방에 가까웠다.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은 여자축구 팀 사정상 전국체육대회 출전 명목으로 받는 지원금이 중요하다. 실업팀이 7개로 줄면 정식종목이 아닌 시범종목으로 분류된다. 자연스레 지원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시로서는 새로운 팀을 창단하는 게 사실상 나머지 7개 팀을 살리는 방안이었던 셈이다.
창녕WFC는 어렵사리 팀을 꾸렸지만 운영이 쉽지 않았다. 기존 이천 대교에서 넘어온 선수는 3명이 전부였다. 대부분 선수를 신인으로 채울 수밖에 없었고, 그해 리그 최하위인 8위를 기록했다. 이후로도 8위 5번, 7위 1번, 5위 1번에 그쳤다.
팀 성적이 나지 않으니 관중 수도 평균 100명대에 그쳤다. 현상 유지도 쉽지 않았다. 올해 팀 운영비는 17억 원 수준으로 창녕군이 5억 8800만 원을 지원했고, 나머지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았다.

연맹과 창녕군의 불편한 동행
우려는 현실이 됐다. 창녕WFC가 매년 하위권을 전전하고 스포츠팀으로서 구색을 갖추지 못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부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창녕군으로서는 매년 17억 원 넘는 돈을 들여 사업성과 홍보 효과가 떨어지는 여자축구 팀을 떠안을 수 없었다. 연맹에 계약 연장을 의사가 없다고 전했다. 8개 팀을 유지해야 했던 연맹은 새로운 지방자치단체를 찾아 나섰고 전남 강진군과 손을 잡았다.
이번 연고지 이전을 두고 창녕군과 한국여자축구연맹은 미묘하게 다른 목소리를 냈다. 창녕군은 한정된 예산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지만, 연맹은 창녕군의 적극성이 아쉬웠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창녕군은 이름을 빌려주고 지원금을 전달했을 뿐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연맹에서는 실질적 운영 주체는 창녕군이라고 반박했다.
창녕군 관광체육과 관계자는 "군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지원 없이 창녕WFC를 정상화하려면 최소 매년 20억 원은 투입해야 한다"며 "빠듯한 군 예산에서 이 정도 돈을 들여 팀을 운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지원하는 예산도 창단 때부터 꾸준히 올려온 것"이라며 "매년 성적도 최하위권인 상황이다 보니 예산을 대폭 늘리기는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군은 창녕이라는 이름만 빌려줬을 뿐 실질적인 운영에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호승 한국여자축구연맹 전무는 "창녕WFC 구단주가 연맹 회장으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운영은 군이 해왔다"며 "물론 상황이 이렇게 된데에는 연맹의 안일함도 있지만, 창녕 이름을 달고 뛰는 팀인 만큼 군에서도 조금 더 적극적인 관심을 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 연고 팀이 지역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그런 부분도 다소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결국 이러한 것들이 쌓이면서 문체부가 예산 지원을 거부하는 문제까지 가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창녕WFC는 떠났다
이번 창녕WFC 연고지 이전은 복합적인 문제를 품고 있다. 여자축구에 대한 무관심과 열악한 지자체 현실이 겹치며 수년간 상처만 곪았다. 아무도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며 결국 연고지 이전이라는 극약 처방에 이르렀다.
이제 경남에는 여자축구 실업팀이 없다. 새로운 팀을 품은 강진군이 밝힌 포부에서 8년 전 창녕이 겹쳐 보인다.
강진군 관계자는 "이번 연고지 이전은 지역 소멸 상황에서 뭐라도 해보자는 절박함에서 나온 결정"이라며 "여러 대회나 전지훈련 등을 유치해 지역 홍보나 경제 활성화까지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