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겹살집에서 여기저기 볼 수 있는 1인분이라는 글자. 고기 주세요~하고 앉아서 불판 위에 고기를 올려주시면 ‘이게 1인분이야?’라는 생각이 들고 괜히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서 메뉴판을 둘러보게 되는데. 유튜브 댓글로 “도대체 고기 1인분이라는 건 누가 정한 것이며 그 기준은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고기 1인분을 정한 기준은 있었다가 현재는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원래 80년대에는 정부에서 ‘식품의 판매정량기준’ 고시를 발표해 소 돼지 양고기를 굽거나 삶아서 손님에게 팔 때 1인분 기준을 200g으로 정해놨다. 그래서 많은 음식점들은 200g 1인분의 양을 지켰고, 사람들의 머릿 속에도 고기 1인분하면 200g이 떠오르게 된거다.

그런데 1993년 이 판매 정량기준이 폐지되면서 1인분의 양은 시장의 시세에 따라 음식점 사장님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어쨌든 1인분=200g 이라는 등식이 뇌리에 깊이 박혀있었기 때문에 1인분의 양은 이 언저리에서 유지됐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200g 기준은 모호해졌고 고기 1인분의 기준이 180g 150g 이런 식으로 낮아졌다.

특히 삼겹살의 경우 1인분이 2만원을 넘어가는 건 선넘는 거라는 인식 때문에 고기 양 자체를 더 줄여 120g으로 파는 곳들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참가격 정보서비스를 보면 서울의 경우 삼겹살 200g 기준으로 했을 때 지난 5월 음식점 평균가격이 벌써 1만9000원을 넘어가는 중이다.

농촌진흥청에서도 삼겹살 1인분의 중량을 정해둔 게 있는데, 이건 일반 식당의 기준과는 좀 다르다. 급식과 같이 식단을 작성하는 민간 기업 등이 참고할 수 있게 만든 자료인데 이건 생고기가 아니라 구워진 고기 기준 성인 남성 130g, 성인 여성 95g라고 나와있다. 어떻게 조사한건지 물어보니 중간값을 조사한 거라고 한다.
농촌진흥청 관계자
"이게 중위수니까는 10명이 먹었을 때 그러니까는 11명이 먹었을 때 네 11명이 먹었을 때 딱 중간 값인 여섯 번째 사람이 몇 그램 먹었나. 그렇게 제시를 하면은 나는 사람들보다 이건 조금 더 많이 하여튼 그런 걸 가늠할 수 있도록."

물론 찾아보면 여전히 1인분에 200g으로 고기를 파는 곳도 없는 건 아니다. 서울 영등포의 한 고깃집은 생삼겹 200g에 6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200g 1인분의 메리트는 직거래에서 온다. 유통과정이 최소화되었기 때문이라는 얘긴데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쇠고기의 유통비용은 소비자 가격의 42.2%를 차지했다.

2013년 1월 1일부터는 메뉴판에 고기 가격을 표시할 때 부가세 등이 포함된 실제 지불가격을 표시해야 하고, 100g당 가격으로 명시해야 하는 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등심 150g에 3만3000원이라면 등심 100g에 2만2000원 이렇게 명시해야 하는 거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대변인실
"100g 당 가격과 함께 1인분의 가격도 표시하는 경우에는 1인분의 중량과 가격을 함께 표시하도록 되어 있어요. 기본적으로 100g당 가격을 표시하도록 돼 있는 게 저희 취지거든요. 실제 영업자가 소비자들한테 제공되는 양이나 그램 수를 갖다가 명확하게 공지를 함으로 해서 사실 그거에 영업자가 혹시 속이거나 이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

식당마다 1인분의 중량이 제각각이니 대략 1인분이겠거니 하고 시켰다가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100g당 얼마’ 이렇게 표시된 식당에서 100g당 가격과 1인분 가격을 비교해보는 게 합리적으로 보이긴 하는데, 미친듯이 치솟는 외식물가를 보면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

삼겹살 1인분 200g 기준이 속절없이 무너진 것처럼, 고기 가격이 점점 뛰다보면 언젠가는 삼겹살 1인분 가격 2만원의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제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서민 음식이라는 표현도 점점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