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 인뱅 각축전]③ 대안데이터 앞세운 유뱅크, 소상공인 넘어 "시니어·외국인까지 포용"
국내 제4호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낸 컨소시엄을 살펴봅니다.
대형 보험사와 다수의 금융기술(핀테크) 업체, 커머스 기업 등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유뱅크가 제4호 인터넷 전문은행 각축전에서 '대안데이터' 확보에 기반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이 나온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이 주요 고객군(중소기업·소상공인, 시니어, 외국인) 관련 주요 데이터와 기술을 보유한 결과다.
대안데이터란 신용정보(CB)처럼 금융권에서 전통적으로 활용된 것과 달리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롭게 발굴된 의료, 세무, 외환 데이터 등을 의미한다.
유뱅크 컨소시엄에는 5일 현재 현대해상, 렌딧,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트래블월렛, 루닛, 대교, 현대백화점, MDM플러스가 참여를 확정했다. 이중 현대해상은 메이저 손해보험사로 1000만명 이상의 고객 중 절반 이상이 50대를 넘는다. 현대해상 측은 "유뱅크 컨소시엄이 중소기업·소상공인뿐 아니라 시니어·외국인을 위한 금융도 고려하기에 데이터 협업이 가능할 거라 생각해 참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컨소시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기업은행은 국내 중소기업 대출 시장의 23.3%를 점유한 데다 중기금융 노하우와 신용평가 시스템, 리스크 관리 역량 등을 갖췄다. 기업은행의 참여가 확실시되면 중소기업·소상공인 등과 관련한 포용금융에서 협업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유뱅크는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중저신용자 데이터 확보를 1순위로 설정했다. 특히 제1금융권에서 소외됐지만 주요 경제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시니어, 외국인에 집중했다.
유뱅크에는 국내 소상공인 약 235만명이 사용하고 있는 앱인 삼쩜삼의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가 참여했다. 삼쩜삼의 세무데이터는 기업 매출보다 정확한 신용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로 평가된다. 이어 대교·현대백화점·MDM플러스는 시니어, 외환 전문 기업인 트래블월렛은 외국인 신용평가를 위한 데이터 협업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유뱅크에 참여한 모든 기업이 재무적투자자(FI)인 동시에 전략적투자자(SI)라는 점도 눈에 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무적투자자는 목표치에 도달하면 이익 추구(엑시트) 후 떠나게 되는데, 전략적투자자는 향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지속적으로 투자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히든카드' 서비스형뱅킹(BaaS)로 대안데이터 축적
유뱅크는 가명 처리된 데이터 결합으로 신용평가모형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컨소시엄 참여사인 현대해상의 보험과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인 루닛의 의료(암 정보) 데이터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신용을 평가할 수 있는 대안데이터로 떠오르고 있다. 유뱅크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전문 기업인 렌딧 신용평가모형에 보험 데이터 등을 결합해 분석한 결과 모형의 성능이 19%가량 향상되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쟁 컨소시엄에 비해 차별 전략으로 꼽히는 서비스형뱅킹(BaaS) 모델로 대안데이터를 축적하겠다는 게 유뱅크의 복안이다. 서비스형뱅킹이란 금융사가 자사의 금융 서비스를 기능 단위로 모듈화해 비금융 회사에 제공하는 모델이다. 유뱅크는 컨소시엄 참여사가 운영 중인 앱 상에서 새로운 은행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형뱅킹을 구축할 계획이다. 가령 트래블월렛 앱 안에서 유뱅크의 외화통장을 개설하는 식이다.
이어 유뱅크는 생성형 인공지능에 기반한 은행 앱 구현에 나선다. 대면서비스에 가까운 모바일 금융서비스 개발로 시니어, 외국인 등 금융취약계층이 사용하기 쉬운 앱을 개발한다는 의미다. 이는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이 다양하고 창의적인 사업모델을 제공해 기존 금융관행의 혁신을 유도하길 바라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부합한다.
유뱅크 컨소시엄 참여사인 렌딧의 김성준 대표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금융 문제 해결을 고민하다 시니어, 외국인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은행을 준비하게 됐다"며 "향후 신생 은행으로서 요구되는 자본조달력을 안정적으로 갖춘 주주구성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평가 항목 및 배점을 공개했다. 이는 △자본금 및 자금 조달 방안(150점) △대주주 및 주주 구성 계획(50점) △사업계획 혁신성(350점) △사업계획 포용성(200점) △사업계획 안전성(200점) △인력·영업시설·전산체계·물적설비(50점) 등 총 1000점으로 구성됐다.
금융위는 오는 12일 희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현재 △더존뱅크 △한국소호은행 △유뱅크 △소소뱅크 △AMZ뱅크 △포도뱅크 등 6개 사업자가가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신규 인가에 참여의사를 밝힌 컨소시엄 대부분은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