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KS 랜딩⑥] '바빕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영웅은, 때로는 의외의 곳에서 나타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내야에 높이 뜬 타구가 글러브를 외면하는 순간, 한 팀의 시즌은 그대로 끝이 났다. 모든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서는 그 실책을 저지른 선수를 잔인하게 조명하고 있었다. 패배의 모든 지분이 그 선수에게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짊어져야 할 일이었다. 패자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다.
2015년 넥센 히어로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마지막 순간 주저앉았던 선수는 김성현(35)이었다. 사실 내야에 애매하게 뜬공이었고, 오히려 직선거리는 2루수 쪽이 더 짧았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공을 쫓았던 선수는 유격수 김성현이었고, 마지막 순간 ‘히드랍더볼’의 오명이 붙은 선수도 김성현이었다. 오히려 최선을 다하다 나온 이 장면은 그의 선수 경력에 매번 따라붙는 필름으로 남았다.
그러나 3년 뒤 가을은 조금 달랐다. 김성현은 2018년 넥센과 플레이오프에서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5경기에 모두 나가 타율 0.385, 출루율 0.500을 기록하며 대활약했다. 특히나 가장 중요했던 1차전에서 5회 안우진을 상대로 터뜨린 3점 홈런은 시리즈 기선을 제압하는 아주 결정적인 한 방으로 기억과 역사에 남았다.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도 출루율 0.364를 기록하며 자신의 몫을 다했다. 삼진은 하나도 당하지 않은 반면 볼넷을 4개 골랐다. 2015년의 아픔은,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와 함께 어느 정도 사라졌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기 마련이고, 큰 무대에서는 그 명암이 더 극명하고 선명하게 기억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음지에 있는 선수가 꼭 계속 음지에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은 김성현이 증명하고 있다. 운과 기세를 많이 타는 단기전에서는 의외의 선수가 영웅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쩌면 올해 SSG 타선에서 그 조건을 갖추고 있는 선수가 바로 김성현과 외국인 타자 후안 라가레스(33)다.
케빈 크론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들어온 라가레스는 시즌 49경기에서 타율 0.315, 6홈런, 32타점을 기록하며 좋은 분위기와 함께 시즌을 마쳤다. 추신수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리드오프 자리가 고민으로 떠올랐을 때도 라가레스가 좋은 활약을 하며 그 자리를 메웠다. SSG가 마지막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하나의 원동력이었다. 시즌 막판 팔꿈치에 공을 맞아 자리를 비웠지만 지금은 충분히 회복이 된 상태로 한국시리즈를 조준한다.
김성현도 올해 공격적인 성적은 조금 아쉬웠지만, 2루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이며 팀을 뒤에서 밀었다. 시즌 마지막 10경기에서도 타율 0.316의 좋은 타격 컨디션으로 팀 공격력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
두 선수는 SSG를 대표하는 ‘콘택트 히터’다. 삼진이 많지 않고, 인플레이타구 비율이 높은 선수들이다. 끈질긴 승부에 더해 이 인플레이가 운을 타고 긍정적으로 흘러간다면 경기의 흐름을 상당 부분 바꿔놓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두 선수는 SSG 라인업 지속성의 완결 여부를 쥐고 있기도 하다. 이들이 힘을 내야 상대 마운드를 괴롭히고, 좋은 분위기를 앞뒤로 옮겨갈 수 있다.
이들의 경력에서도 기대할 만한 요소가 있다. 김성현은 포스트시즌에서 상대 투수들을 괴롭힐 수 있는 선수임을 충분히 보여줬다.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11개의 4사구를 골랐는데, 반대로 삼진은 4개에 불과했다. 살 떨리는 큰 경기 경험이 적지 않은 선수이기도 하다.
정규시즌 마지막 10경기에서 타율 0.381의 맹타를 휘둘렀던 라가레스는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뉴욕 메츠 소속이었던 2015년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월드시리즈까지 포스트시즌 13경기에서 타율 0.348(23타수 8안타)을 기록하며 힘을 냈다. 라가레스 특유의 스타일이 당시 시리즈에서도 잘 드러났다. 23타수 중 삼진은 단 3개였고, 장타보다는 콘택트 위주의 타격으로 쏠쏠한 몫을 했다.
수비에서의 몫도 중요하다.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SSG는 모험적인 라인업보다는 보수적인 라인업으로 갈 확률이 높다. 특히 시리즈 초반에는 수비적인 라인업이 자주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정규시즌 타구 판단과 포구 이후 플레이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던 라가레스는 더 단단한 수비를 보여줘야 한다. 수비적 라인업에서 김성현은 내야의 무게감을 유지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도 ‘바빕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SSG 2022년 한국시리즈 예상 엔트리
투수 : 김광현, 서진용, 김택형, 이태양
포수 :
내야수 : 박성한, 김성현
외야수 : 최지훈, 김강민, 한유섬, 오태곤, 라가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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