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커플도 친자식을 볼 수 있을까 [강석기의 과학풍경]

한겨레 2023. 3. 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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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타이의 한 결혼식이 화제가 됐다.

20년 동안 형, 동생 사이로 지내다 동생이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해 커플이 됐다.

'염색체 한 벌을 정자 형태로 주나 난자 형태로 주나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수컷의 체세포로 만든 난자의 염색체가 모계 유전체 각인 패턴을 지니지 않으면 수정란 발생에 실패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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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풍경]

지난 9일 런던에서 열린 ‘인간 게놈 편집 국제회의’에서 일본 연구진이 수컷 생쥐 두 마리 사이에서 새끼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2004년 암컷 생쥐 사이에서 새끼를 얻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특정 유전자를 없애 유전체 각인 패턴이 수컷에 가까운 난자(위)에서 핵을 꺼내 정상 난자(가운데)에 넣어 얻은 수정란을 발생시켰다(아래). <카탈리스트> 제공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얼마 전 타이의 한 결혼식이 화제가 됐다. 20년 동안 형, 동생 사이로 지내다 동생이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해 커플이 됐다. 여기에 엄청난 부자 신랑과 굉장한 미인 신부의 결합이라 매스컴까지 탄 것으로 보인다.

화면 속 신부는 외관상으로도 법적으로도 여성으로 인정받아 사회 통념의 성(gender)을 바꾸는 데 성공했지만, 생물의 성(sex)은 남성 그대로다. 수술로 여성의 외부생식기 형태를 만들었겠지만, 자궁과 난소가 없고 세포의 성염색체는 XY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도 가질 수 없다. 그런데 미래에는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남성 커플도 친자식을 얻는 게 가능할지 모른다.

지난 9일 학술지 <네이처> 사이트에 실린 뉴스를 보면, 영국 런던에서 열린 ‘3차 인간 게놈 편집 국제회의’에서 일본 오사카대 하야시 가쓰히코 교수팀은 수컷 생쥐 두 마리를 부모로 둔 새끼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한쪽 수컷이 난자를 제공해 어미 역할을 했고, 수정란은 대리모 자궁에 착상시켰다. 그런데 수컷이 어떻게 난자를 만들 수 있을까.

연구팀은 수컷 몸에서 체세포를 떼어내 만든 ‘유도 만능 줄기세포’(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의 업적이다)를 배양하며 염색체를 교란하는 약물 처리를 해, 세포분열 때 오류로 XY 대신 XX 성염색체를 지닌 세포를 만들었다. 줄기세포 성이 바뀐 것이다. 그 뒤 이 세포를 분화시켜 난소를 얻는 데 성공했고, 다른 수컷의 정자와 수정시켜 수정란을 얻었다. 다만 성공률은 매우 낮아 대리모 자궁에 착상한 수정란 630개 가운데 7개만이 정상 발생을 거쳐 태어났고, 자라서는 짝짓기로 새끼를 낳기도 했다.

생쥐와 사람은 난자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수정란 발생 과정이 많이 다르지만, 연구가 거듭되면 인간도 트랜스젠더 여성이나 동성 부부도 체세포로 난자를 만들고 시험관 수정과 대리모를 써서 엄마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염색체 한 벌을 정자 형태로 주나 난자 형태로 주나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몇몇 유전자는 모계 또는 부계의 염색체에서만 발현(유전체 각인)된다. 수컷의 체세포로 만든 난자의 염색체가 모계 유전체 각인 패턴을 지니지 않으면 수정란 발생에 실패한다는 얘기다. 한편 세포호흡을 담당하는 세포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는 자체 게놈을 지니고 있는데, 모계인 난자의 세포질을 통해 자식으로 전달된다. 즉 미토콘드리아 게놈의 관점에서도 난자가 될 체세포를 제공한 사람이 생물적 엄마다.

그렇다면 여성 커플도 자식을 볼 수 있을까. 사실 이건 훨씬 간단한 문제로, 이미 2004년 암컷 생쥐 두 마리 사이에서 새끼를 얻는 데 성공했다. 다만 한쪽의 난자에서 유전체 각인 패턴을 정자처럼 바꾸기 위해 게놈 일부를 없앴다. 19년이 지나는 동안 여성 동성 부부를 친부모로 한 아기가 태어났다는 뉴스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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