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 동안 한화 불펜의 구멍을 혼자 메워온 외국인 투수가 이제 짐을 싼다. 선발로 영입됐다가 마무리로, 다시 멀티이닝까지 소화하며 '취업 사기'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들으면서도 묵묵히 마운드를 지켜온 잭 쿠싱이 15일 계약 만료와 함께 팀을 떠난다.
오웬 화이트가 돌아오면서 이별은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정작 한화가 직면한 질문은 더 불편하다. 쿠싱이 빠진 뒷문을 이제 누가 잠글 것인가.
쿠싱은 떠나지만 구멍은 남는다

쿠싱은 4월 4일 합류 이후 14경기에서 1승2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4.82를 기록했다. 5경기당 3번꼴로 등판했고 그중 네 차례는 멀티 이닝까지 소화했다.

평균자책점 숫자가 다소 높은 건 3일 삼성전에서 2이닝 4실점을 허용한 경기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고, 전체적인 기여도를 따지면 한화 입장에서 상당한 빚을 진 투수다. 쿠싱이 버텨주는 동안 한화는 마무리 문제를 잠시 유예할 수 있었는데, 그 유예 기간이 끝나버렸다.
문제는 그 한 달 사이 상황이 나아진 게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김서현은 여전히 답이 아니다

지난 시즌 33세이브를 올리며 구원 2위에 오른 김서현은 올 시즌 완전히 다른 투수다. 평균자책점 12.38. 지난 7일 KIA전 복귀 등판에서는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은 채 2안타 4사구 포함 4실점을 내줬고, 14일 삼성전에서는 5점 차 여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고도 46구를 던지는 동안 스트라이크 비율이 39%에 그쳤다. 152km짜리 공이 존에 들어가질 않으니 공이 빨라도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작년 전반기만 해도 평균자책점 1.55로 리그 최고의 마무리 중 하나였는데, 후반기 ERA 5.68로 꺾인 이후 아직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퓨처스리그에서 재정비를 시키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의 김서현을 다시 마무리 자리에 세우는 건 팀에도, 선수에게도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민우, 갑자기 왜 이름이 나왔나

그래서 급부상한 이름이 이민우다. 2015년 KIA 1차지명으로 프로에 입문한 우완 투수인 그는 2022년 트레이드로 한화에 합류했고, 2024년 10홀드를 기록하며 필승조 한 자리를 꿰찼다. 그러다 지난 시즌 1군 등판이 없었다. 퓨처스리그에서 34경기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준비를 이어갔고, 올 겨울 주무기인 투심을 다듬으며 스프링캠프에서 무브먼트를 끌어올렸다.

올 시즌 12경기 15이닝 평균자책점 2.40. 가장 최근인 12일 키움전에서는 11-5로 앞선 9회에 올라와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틀어막았다. 마무리 보직의 실전 세이브 상황과는 부담이 다르겠지만, 일단 최근 폼만큼은 합격점이다.
감독도 못 박지 못한 답

김경문 감독은 "딱 누가 마무리 투수라기보다 팀이나 타선에 따라 가겠다"고 했다. 사실상 집단 마무리 체제다. 그러면서도 이민우가 가장 먼저 기다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정된 마무리가 없는 팀이 순위 싸움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는 건 이미 LG가 비슷한 상황에서 답을 보여주고 있다. 유영찬이 빠진 뒤 장현식·함덕주로 채우려다 연일 불안한 뒷문을 걱정해야 하는 LG처럼, 한화도 마무리 공백을 누군가가 온전히 책임지지 않으면 흔들리는 건 시간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