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아프다고 주사만 맞는다? "인공관절 못할 수도" 의사의 경고

박정렬 기자 2024. 10. 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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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영식 연세본병원 대표원장
박영식 연세본병원 대표원장이 퇴행성 관절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연세본병원


무릎이 아프면 일상이 무너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 2위가 관절염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 사이에 있는 연골이 닳으면서 염증이 발생하는 병으로, 한 번 망가진 관절은 저절로 재생되지 않아 미리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박영식 연세본병원 대표원장(정형외과 전문의)에게 퇴행성 관절염의 예방과 단계별 치료 전략을 물었다.

-관절염은 누구에게나 생기는 병인가.
▶모두에게 오는 질환은 아니지만, 누구든지 겪을 수 있는 질환이다. 대한슬관절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에서 퇴행성관절염 유병률은 37.8%다. 관절을 많이 사용해 연골이 닳으면서 생기는 병이라 노인 환자가 많다. 체중도 중요하다. 체중이 1㎏만 늘어도 무릎에 3~5㎏의 하중이 실린다. 점프하면 20㎏ 이상으로 무릎이 받는 하중이 많이 늘어난다. 스포츠 인구 증가와 MRI(자기공명영상) 등 진단 기법의 발전으로 최근 20~30대 젊은 층 발생 빈도가 늘고 있다.

-나이와 체중 외에 퇴행성관절염을 유발하는 요인은.
▶성별이다. 남성 유병률은 20.2%이지만 여성은 50.1%로 2배 이상이다. 호르몬과 관련이 있다. 여성이 폐경을 맞으면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무릎 관절에 붙어있는 연골의 강도가 약해지고 연골판이 쉽게 파열된다. 자세도 영향을 미친다. 쪼그려 앉으면 무릎 관절 속 압력이 높아져 연골에 미세 손상이 발생한다. 이게 반복되면 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리 모양도 중요한데, 특히 'O'자 다리가 관절염에 취약하다. 젊을 때는 근육이나 힘줄 탄력이 좋아 무릎 관절을 잡아당겨 줘 압력이 비교적 균일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근육이 약해지면 체중이 무릎 관절 안쪽에 집중돼 관절염이 진행할 수 있다. 'X'자 다리는 하중이 무릎 바깥쪽에 실려 외측 관절염을 조심해야 한다.

-무릎이 잠깐 아프다 말 때도 병원에 가야 하나.
▶일시적으로 아픈 건 보통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무릎 통증이 1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붓는다면 병원에 가야 한다. 관절 표면에 붙어 있는 연골이 관절액 속으로 떨어져 나온 것을 우리 몸이 이물질로 인식해 염증을 일으킬 때 무릎이 붓는 증상이 발생한다. 무릎을 움직일 때 어느 순간 무릎 뒤쪽에서 '딱' 소리가 나면서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아플 때도 연골판 파열을 의심하고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퇴행성관절염은 완치가 가능한가.
▶관절은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고, 지속해서 닳기 때문에 증상을 조절하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을 뿐이다.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으면 먼저 진통소염제를 써서 통증이나 부기 등의 증상이 가라앉는지 본다. 진통소염제가 소용이 없으면 주사제를 쓴다. 과거에는 스테로이드 제제를 썼지만, 최근 더 흔하게 쓰이는 주사제는 히알루론산이다. 일종의 '관절 영양제'로 관절 움직임을 부드럽게 해 통증을 줄인다. 하지만 이런 주사 치료도 말기에 접어들면 큰 효과가 없다. 약이나 주사로 통증이 조절되지 않으면 정밀 검사를 통해 또 다른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박영식 원장이 무릎 관절 내시경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사진=연세본병원


-어떤 치료법이 있나.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손상된 연골에 이식하는 '줄기세포 연골재생술'을 시도해볼 수 있다. 퇴행성관절염 중기 환자에게 주로 시행하는데 뼈가 노출될 정도로 연골 결손이 있되 그 크기가 너무 크지 않아야 한다. 적절한 환자에게 적용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관절염이 심하면 뼈의 변형이 오는데, 이때는 줄기세포 치료를 시행해도 효과가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요즘은 환자 본인 몸에서 추출한 골수에서 줄기세포만 분리, 농축시킨 뒤 무릎 관절강 내에 주사하는 '자가 골수 흡인 농축물 주사 치료'도 많이 시행된다.

-인공관절 수술은 어떨 때 해야 하나.
▶퇴행성관절염이 이미 많이 진행돼 무릎 관절 연골이 완전히 소실됐다면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한다. 뼈가 노출될 때, 그래서 움직일 때마다 뼈끼리 맞부딪힐 때가 수술이 필요한 시기다. 이쯤 되면 너무 아파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가 된다. 인공관절 수술 시기는 가급적 늦게 하는 게 치료원칙이지만 통증 때문에 일상이 무너진다면 그때가 적기라고 봐야 한다. 감염과 골절만 조심한다면 요즘 인공관절 수명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의료진의 역량도 중요할 것 같다.
▶인공관절 수술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개별 환자의 뼈 모양에 맞춰 가장 좋은 위치에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것, 두 번째는 균일한 관절 간격을 맞추는 것이다. 이 균형이 잘 맞아야 수술 후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통증이 줄어든다. 인공관절 수명이 연장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퇴행성관절염 말기는 무릎 변형이 심해서 관절 간격을 맞추는 것이 매우 힘들다. 개인마다 제각기인 인대와 힘줄의 상태까지 고려해서 무릎 균형을 정확히 맞추는 것이 의료진의 역량이다. 요즘은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 많이 시행되면서 수술 정확도는 높아지고, 출혈과 부작용은 낮아지는 결과를 보인다. 하지만 로봇이 스스로 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술 집도의의 임상경험은 여전히 중요하다.

-수술 후 조심해야 할 점은.
▶감염과 골절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세균이 들어가서 곪으면 삽입한 인공관절을 다시 빼야 한다. 주사나 침은 피하는 것이 원칙이다. 부득이한 경우 신중히 맞아야 하고 치과 치료를 할 때는 주치의와 상의해 항생제를 예방적으로 써야 한다. 인공관절은 생각보다 딱딱하고 실제 뼈와의 강도가 차이 나기 때문에, 넘어지면 인공관절 주위에서 골절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평소 조심할 필요가 있다.

-자기 관절을 오래 쓰는 방법이 있다면.
▶퇴행성관절염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유전이나 나이는 어찌할 수 없다.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체중 조절이다. 1㎏만 빼도 서 있거나 걸을 때 무릎이 받는 하중이 3~5㎏이 줄어든다. 무릎 불안정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대퇴 근력을 강화하는 게 좋다. 물속에서 하는 아쿠아로빅이 도움 된다. 무릎 통증이 심하면 걷기보다 실내 자전거 타기를 추천한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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