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탱크로 유엔군 주둔지 돌격…네타냐후 “레바논에서 철수하라”
이스라엘방위군(IDF) 탱크가 레바논 남부에 주둔 중인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이하 유엔군)의 건물 정문을 부수는 등 공격을 해 유엔군 15명 이상이 다쳤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유엔군의 철수를 공식 요구했다. 최근 유엔군을 향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이어지는 것을 두고 이스라엘군이 진군하기 위해 사전 공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13일(현지시각) 유엔은 누리집을 통해 “이스라엘 방위군 전차가 일요일 이른 아침 레바논 남부에 있는 유엔군 주둔지에 강제로 진입했다. 유엔군이 있는 자리 인근에도 여러 발의 총격이 가해져 연기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레바논 유엔평화유지군 성명을 인용해 피해 사실을 밝혔다. 이날 오전 4시30분께 탱크 2대가 정문을 파괴했고, 오전 6시40분께 유엔군으로부터 약 100m 떨어진 곳에 총격이 가해진 뒤 포탄이 터져 연기가 피어올랐다는 게 유엔의 설명이다. 유엔군은 “보호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연기가 주둔지로 들어와 15명의 군인이 피부와 소화기관 등에 피해를 입어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유엔은 “레바논 유엔군에 대한 모든 공격은 국제법을 위반(결의안 1701)하는 것으로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메시지를 통해 유엔군의 철수를 공식 요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엔군의 부상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유엔군 병사들이 대피를 거부한다면 그들을 헤즈볼라의 소총수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헤즈볼라의 거점과 전투 지역에서 유엔군을 철수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군은 이를 반복해서 요청했지만 거듭해서 거부당해 헤즈볼라 테러리스트들에게 인간 방패를 제공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의도적 공격이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이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해 25명이 부상당한 뒤 후진하던 중 군 기지 안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다브 쇼사니 이스라엘군 국제 대변인은 알자지라에 “기지를 습격하는 것은 아니다. 기지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공격을 받은 탱크이고 부상자가 발생해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후진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엔군 기지의 입구와 헤즈볼라 땅굴이 연결돼있다고 이스라엘이 주장한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의 유엔군 활동 방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일 레바논 남부 나쿠라에 위치한 유엔군 기지 인근에서 이스라엘군이 발포해 평화유지군의 통신장비와 조명 등이 부서지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 중 한 명은 총알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군대 건물은 포격으로 화재가 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이후 지난 11일 미국과 유럽, 중국, 한국 등 40개국은 이스라엘에 유엔군에 대한 발포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의 레바논임시군을 향한 공격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1987년 이스라엘 전차 분대가 임시군 사령부가 있는 마을에 발포해 아일랜드 평화유지군 1명을 사살했다. 1996년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임시군 대대를 폭격해 당시 유엔군 4명이 부상당했다. 또 120명 이상의 레바논 민간인이 사망하고 약 500명이 부상당했다. 지난해 11월 말에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아이타룬 근처 임시군 순찰대를 공격하기도 했다.
군사분석가 엘리야 매그니어는 “나쿠라에 있는 부대는 레바논 침공의 필수적 접근로”라고 공격 이유를 짐작했다. 이스라엘군이 진군하는 데 필수적인 경로라는 분석이다.
다국적군인 유엔 레바논 임시군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의해 설립된 뒤 1978년부터 레바논에 주둔해왔다. 파란색 헬멧을 쓰고 있는 유엔군이 주둔하는 지역은 2000년 유엔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를 설정한 일종의 국경선(블루라인)이다. 세계 각국에서 파병 온 1만명 규모의 임시군이 주둔해왔다.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두 진영이 서로 직접 충돌하지 않도록 해당 지역에 즉시 추가 병력을 배치하고 결의 위반 상황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명태균 “윤 부부, 인수위 와서 면접 보라고 해…6개월 매일 통화”
- 친한 핵심 “독대 때 윤 대통령 ‘김건희 대책’ 내야 한다는 게 한 대표 입장”
- ‘김건희 행차’ 교통통제 논란…경찰 “마포대교는 안 했지만…”
- 트럼프 ‘세 번째 암살’ 시도?…유세장 인근 40대 총기 소지자 체포
- 한강 “택시에서 눈물”…악동뮤지션 ‘그 노래’ 차트 역주행
- 이, 탱크로 유엔군 주둔지 돌격…네타냐후 “레바논에서 철수하라”
- [단독] 명태균·김영선, 수사 고비마다 휴대전화 바꾸고 또 바꿨다
- 한국 상륙하는 ‘위고비’…다이어트 보조제 X, 비만 치료제 O
- 김여정 “재침범 땐 끔찍한 참변”…북, 드론 전단 연일 맹비난
- 이재명 “미친 거 아닙니까”…‘5·18 북 개입설’ 김광동 망언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