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방' 김수현의 눈에 눈물, 등에 식은땀 마르지 않게 하는 자 누구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신데렐라의 뜻이 재투성이라는 걸 강조라도 하는 걸까. 남자주인공 백현우(김수현)가 남성판 신데렐라라고 비유되고 있는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극본 박지은, 연출 장영우 김희원)이 보란 듯이 현우의 얼굴을 잿빛으로 만들었다. 현우가 여주인공 홍해인(김지원)에게 여전히 절절한 마음이란 걸 확인하기가 무섭게, 아주 제대로 재를 뿌렸다.
얼음공주 해인은 간만에 해빙 모드였는데, 이제 배신감에 치를 떨며 온 세상에 얼음벽을 치고 마음을 닫아버릴 게 자명하다. '눈물의 여왕'이 핑크빛 로맨스로 꽃길을 펼쳐도 시간이 아까울 현우 해인 커플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이들 커플에 과몰입해 흥분하던 팬들의 마음도 얼어붙었다. "꿀잼"이라며 '눈물의 여왕'에 환호하던 사람들이 6회 엔딩에 그만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간신히 마음이 몽글몽글해진 현우와 해인을 매몰차게 갈라놓았다고 반발하며 아우성치고 있다. 게다가 잔혹한 전개의 원흉이 한둘이 아니라서 더 심란해하고 있다.
실제로 '눈물의 여왕'은 최근 방송을 통해 작정하고 고구마 드라마를 선언한 형국이다. 앞서 현우와 해인을 둘러싼 퀸즈 그룹 주변인물들이 하나 같이 찜찜한 구석을 보이더니 기어이 검은 이면들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현우에게 걸림돌이 된다면 팬들에게는 바로 그게 악역이고, 현우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전개는 무조건 고구마다.
심지어 빌런들이 마치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엮여있는 한패라니 뿔이 단단히 났다. '눈물의 여왕'은 초반부터 윤은성(박성훈)의 존재감을 앞세워 시청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지만, 그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그레이스 고(김주령)와 천다혜(이주빈)까지 모두 한통속이었다.
그러나 굴곡 없는 인생 없듯, 갈등 없는 드라마는 없다. 갈등의 골이 깊을수록 해피엔딩의 희열이 큰 법이다. '눈물의 여왕'이 사방에 빌런들을 배치하고 현우의 숨통을 조이는 까닭이다.

묘한 기운으로 악역인지 정체를 헷갈리게 하며 관심을 모으던 인물들도 있다. 그중에 퀸즈 그룹 홍만대 회장(김갑수)의 막내딸이자 해인의 고모인 홍범자(김정난)와 홍 회장의 동거녀 모슬희(이미숙)도 있다.
범자는 첫 등장부터 '미친X'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하는 행실로 밉상 캐릭터가 될 듯했다. 하지만 점차 인간미 있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퀸즈 그룹 일가에서 현우와 가장 돈독한 인물도 범자여서 각별해졌다. 더욱이 푼수 같은 캐릭터상 뇌종양이라는 해인의 비밀을 금세 폭로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입이 무거운 모습이어서 신뢰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작품에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한 김정난이 범자 역을 맡아 퀸즈 그룹 일가의 문제적 캐릭터를 맛깔나게 그리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2022)에 이어 다시 박지은 작가의 부름을 받고는 귀여운 팜므파탈로 변신해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머니의 자리를 꿰찼다고 범자가 핏대를 박박 세우는 모슬희는 30년을 홍 회장과 함께 살면서도 결혼이나 자신의 몫을 요구하는 게 전혀 없는 의뭉스러운 인물이다. 그의 차분하고 단정한 행실은 범자와 딱 정반대. 그러나 수상한 분위기가 경계심을 늦출 수 없게 하더니만 얼마 전 범자와의 육탄전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며 시청자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또, 범자가 붙인 흥신소의 뒷조사 끝에 조만간 숨겨진 비밀이 모조리 들춰질 찰나다.
이렇듯 미스터리한 슬희를 노련미 넘치는 이미숙이 그리며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다. 그동안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이미숙은 매 장면 무언가 한방 크게 터뜨릴 듯한 강렬한 에너지로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더구나 범자와 슬희의 대결구도는 앞으로 현우와 은성까지 각각 가세해 더욱 맹렬해질 전망이다. 화려한 의상만큼이나 속 시원한 대사가 일품인 범자는 궁지에 몰린 현우를 도울 사이다 같은 존재로 활약해줄 수 있다. 슬희에게는 숨겨놓은 자식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보육원 출신의 은성이 그 비밀을 쥐고 있을 것으로 유력시되고 있다. 관계야 어찌 됐든 인물들 간 편가르기는 예정된 순서다.
그런데 '눈물의 여왕'에는 범자와 슬희 못지않은 여여(女女) 갈등이 하나 더 있다. 현우의 결혼생활을 숨 막히게 한 장본인들로, 해인과 해인의 엄마 김선화(나영희)다. 해인에게는 오빠, 선화에게는 아들의 죽음이라는 가슴 아픈 사연이 두 사람 사이에 깊은 감정의 골을 만들었다. 해인이 냉랭한 얼음공주로 자란 이유이기도 하다.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의 엄마 역으로도 모녀 갈등을 그린 나영희가 이번에는 더욱 독해졌다. 왜소한 체구에도 화면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내공을 과시한다. 그의 매정한 표정 연기는 팬들의 마음마저 얼어붙게 하고, 그가 내는 특유의 콧소리는 차갑게 가슴을 후벼판다.
6회 엔딩에서 결정적 한 방을 날린 것도 선화다. 현우가 작성한 이혼 합의서를 굳이 사진 파일로 해인에게 전송해 사달이 났다. 서로에게 닫혔던 마음의 문을 가까스로 연 현우와 해인이 다시 사랑을 꽃피울 수 있겠다 싶던 순간 그 싹을 완전히 짓밟았다.
이처럼 '눈물의 여왕'이 남녀 주인공의 앞길을 가로막는 캐릭터들을 대거 배치해 시청자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빌런 옆에 또 빌런, 기 센 언니 옆에 더 센 팜므파탈들로 줄을 세웠다. 재벌가 인물들의 팽팽한 기싸움을 구경하는 것도 드라마의 재미라면 재미. 하지만, 이게 현우에게 재를 뿌리고 시청자들에게 고구마를 투척하는 거라면 생각이 달라진다.
무엇보다 현우와 해인에게 찬물을 끼얹는 건 그만하면 된 것 같은데, 앞으로 10회가 더 남은 상황이라 걱정이 앞선다. 박지은 작가가 현우에게 힘이 될 깨알 같은 고구마 처리반을 구성해주길 기대하는 건 너무 큰 희망일까. 연기 잘 하는 빌런들의 활약에 기운이 쪽 빠질 팬들을 위해 부디 현우의 고난이 너무 험난하지 않기를 소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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