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실험서 입증된 배트맨 효과란

사람은 슈퍼히어로를 눈으로 접하는 것만으로 사회적 행동을 하기 쉽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자들은 이런 심리학적 현상을 배트맨 효과(the Batman effect)로 명명했다.

이탈리아 사크로쿠오레가톨릭대학교(UCDSC) 연구팀은 21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슈퍼히어로와 조우한 사람은 배려심이 발휘되고 공감능력이 올라가는 등 평소보다 사회적으로 변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코믹북이나 소설, 드라마, 영화를 통해 친숙한 슈퍼히어로가 눈앞에 나타날 경우 사람의 심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실험했다. 이탈리아 관광도시 밀라노의 혼잡한 지하철에 임산부로 변장한 여성 스태프를 태우고 객차 내 승객 약 140명의 행동을 살폈다. 이후 배트맨 복장을 걸친 스태프를 함께 지하철에 태워 다시 승객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배트맨 트릴로지 '다크나이트' 중에서 <사진=영화 '다크나이트' 공식 스틸>

그 결과 여성 혼자 탑승할 때보다 곁에 배트맨이 있을 때 자리를 내주는 승객이 1.8배 많았다. 연구팀은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슈퍼히어로 배트맨이 승객의 주의를 팍팍한 일상에서 분리하고 이타적 행동을 불러왔다고 결론 내렸다.

UCDSC 프란체스코 그로소 연구원은 "이타적 행동이나 사회적 행동은 사람이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데 절대 필요한 요소"라며 "어떤 환경적 자극이 이타적·사회적 행동을 유발하는지 지금까지 자세한 조사는 없었다"고 전제했다.

이어 "임산부 변장을 한 스태프가 평범한 동료와 탔을 때 자리를 양보한 승객은 37.66%였지만 배트맨 옷을 입은 스태프와 탑승할 때 그 비율은 67.21%로 껑충 뛰었다"며 "눈앞에 슈퍼히어로가 나타나는 예상치 못한 사건, 즉 비일상성이 사람들 행동을 바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승객 약 140명이 탄 밀라노 지하철 내부에서 실시된 실험 <사진=UCDSC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승객들이 비록 배트맨이 가짜임을 알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주의가 일상에서 벗어나 이타적 행동을 한 것으로 추측했다. 예기치 않은 자극에 시선과 관심이 본인이 아닌 주변을 향했고, 배가 불룩한 임산부를 보고 자리를 내줬다는 이야기다.

프란체스코 연구원은 "우리의 뇌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평소에는 무의식적·습관적으로 일을 처리하므로 지하철 승객은 경치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며 "배트맨 효과로 의식과 주의가 본인의 일상 밖으로 향하고, 마침 임산부가 서 있다는 사실을 보다 확실히 인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슈퍼히오러가 눈앞에 나타나는 예상치 못한 사건에 일상에 묶인 의식과 관심은 쉽게 주변으로 향하는 것으로 추측됐다. <사진=영화 '다크나이트' 공식 스틸>

연구팀은 배트맨의 등장을 눈치채지 못하고도 친절한 행동을 취한 승객이 많은 점에도 주목했다. 임산부에 자리를 양보한 사람 중 44%는 배트맨을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는 예기치 못한 사건이 의식 밖에서도 사람의 친절을 자극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프란체스코 연구원은 "배트맨 출현에 따른 객실 분위기 변화가 승객 간에 전파되면서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마음챙김), 즉 경험이나 판단 없이 주의를 기울이는 심리적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며 "배트맨이라는 슈퍼히어로가 승객들의 문화적 가치관, 가령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도덕심을 고조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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