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 ‘빵지순례’ 계속된다…성심당 대전역점 생존에 누리꾼들 환호
코레일유통, 성심당 자리 유찰되자 컨설팅 의뢰
월 수수료 70% 낮춰 1억3300만원 제시
6차 입찰서 성심당 최종 선정…“새로운 운영방안 사례”
“성심당 때문에 대전을 찾는다”는 사람들도 있을 만큼 대전의 명물 제과점으로 자리매김한 성심당이 대전역점의 매장 임대료 문제가 해결돼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성심당 대전역점의 월 수수료를 큰 폭으로 올리려 했던 코레일유통이 늦게나마 합리적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레일유통은 27일 대전역 2층 종합제과점 6차 공개경쟁 입찰 결과, 성심당 운영업체 ‘로쏘’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성심당 대전역점은 올해 11월부터 2029년 11월까지 같은 자리에서 5년간 영업을 더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성심당 측은 대전역 월 수수료로 코레일유통이 6차 공모에서 제시한 1억3300만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코레일유통은 지난 4월 계약만료를 앞둔 성심당 대전역점에 월 수수료로 4억4100만원을 새롭게 제시했다. 성심당이 그간 지불했던 월 수수료(1억원)보다 4배 이상 높은 가격이었다. 이에 성심당 측은 “연간 임대료로 50억원 이상을 지불한다면 대전역점 영업을 계속할 수 없다”며 임대료가 1억원대로 조정되지 않을 경우 매장을 옮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레일유통이 성심당 대전역점의 월 수수료로 제시한 4억4100만원은 ‘매출 대비 17%를 임대료로 책정한다’는 내부 규정에 따른 것이다. 성심당 대전역점의 평균 월 매출은 26억원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유통은 2012년 성심당의 대전역 입점을 추진할 당시에는 성심당의 인기와 지역 명물로 불리는 특수성 등을 고려해 매출액과 상관없이 월 수수료를 고정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후 대전역 내 입점한 일부 다른 매장들을 중심으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이 나왔고, 결국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특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코레일유통이 이번 공모에서는 내부 규정에 따라 4억원이 넘는 월 수수료를 책정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대전이 아닌 곳에는 매장을 내지 않는 성심당 덕분에 관광객이 증가했다는 여론이 우세했고, 대전시도 “지역 업체의 경우는 (코레일유통이) 규정을 융통성 있게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성심당 측에 힘을 실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시간에 쫓겨 성심당 본점을 방문할 수 없는 관광객들이 대전역에서 성심당 빵을 구매하는 사례가 많고, 오로지 성심당 빵을 구매하기 위해 대전역에 하차하는 기차 이용객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코레일유통은 월 수수료를 올린 뒤 공개입찰이 5차례 유찰되자 지난 7월 감사원에 사전컨설팅을 의뢰했고, 월 수수료를 기존 4억4100만원에서 약 70% 낮아진 1억3300만원으로 변경했다.
코레일유통 관계자는 “감사원 사전컨설팅을 통해 철도역 상업시설의 공공의 가치 및 경제적 효용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운영 방안을 마련한 사례”라고 말했다.
인터넷 여론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살펴보면 “대전 하면 성심당 아닌가” “성심당 말고는 대전에 갈 일이 없다” “코레일(유통)이 도둑 심보였다” “(대전역 내 성심당) 위치도 안 좋은데 연 수수료 50억원이면 누가 들어오겠는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일부 누리꾼들은 “다른 매장들은 17%인데 성심당만 특혜 아닌가” “그자리에서만 월 26억원을 번다는데 (4억원은) 부담스럽지 않은 듯하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으로 시작한 성심당은 대전시의 향토기업인 로쏘가 운영하는 제과점이다. 본점은 대전시 중구 대종로에 위치하고 있으며, 최근 논란이 된 대전역점은 세 번째 직영점으로 2012년 문을 열었다.
성심당은 당일 생산한 빵은 그날만 판매하고 남은 빵은 불우한 이웃에게 기부한다. 이는 천주교 신자였던 창업주 고(故) 임길순 전 대표의 운영방침을 이어온 것으로,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임영진 성심당 대표에게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기사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성심당의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1243억원으로,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국내 제과점 중 유일하게 1000억원을 돌파했다. 같은 해 성심당의 영업이익은 315억원으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199억원)과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214억원)을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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