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서울대생”…차량 스티커, 해외선 “자연스러워”

美 대학에서 스티커부터 번호판까지 판매…아이비리그 아니여도 상관없어
[사진=뉴시스]

서울대학교 발전재단이 서울대 재학생 가족임을 알리는 ‘SNU family’ 스티커 기념품이 논란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학벌주의를 조장한다고 판하고 있고, 반대 측에서는 개인의 자유이자 만족이라는 반응이다.

15일 서울대발전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대학교발전재단에서 서울대학교 가족분들께 학교와 관련된 다양한 소식을 안내해 드린다”며 “아래 신청하기 버튼을 통해 정보를 입력해 주시면 SNU Family 스티커를 보내드린다”고 안내하고 있다.

재단이 재공하는 스티커에는 서울대 로고와 함께 ‘PROUD FAMILY(자랑스러운 가족)’ ‘PROUD PARENT(자랑스러운 부모)’ ’I’M MOM(나는 엄마)’ ‘I’M DAD(나는 아빠)’ 등의 문구가 삽입돼 있다. 스티커는 단순 기념품으로 교내 차량 출입이나 주차 목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신청하기’를 누르면 학부모의 성명과 연락처, 재학 중인 자녀의 이름과 입학연도, 학과명 등을 입력해야 한다. 서울대발전재단은 서울대학교의 공식 모금기관으로, 기금 조성을 통해 단과대학과 대학원, 부속 기관의 교육 및 연구 활동 등을 지원하는 재단법인이다.

▲ 서울대 스티커를 두고 누리꾼들간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사진은 서울대학교발전재단에서 제작한 학부모 스티커. [사진=서울대학교발전재단 누리집]

해당 스티커에 대한 여론은 ‘유치한 학벌주의’라 비판하는 쪽과 ‘자부심과 자유’라는 두가지 반응으로 나뉜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국내 고질병인 학벌주의를 부각시키며 자칫 대학 서열화를 더욱 고착화 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서울대 학생도 아닌 부모가 스티커를 부치는 것은 유치하단 반응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학교발전재단 홈페이지팟캐스트 진행자인 원종우 작가는 “본인이 다니면서 서울대 스티커를 붙인다면 그걸 뭐라 할 생각은 없다”며 “나름대로 고생해서 들어갔다면 젊은 치기에 좀 자랑해도 되지만 부모, 가족, 엄마, 아빠 스티커의 공식적인 배포에 이르면, 서울대가 손수 나서서 이 사회의 저열한 정신 수준을 증명하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여론 또한 서울대 스티커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다. 한 누리꾼은 “학교는 브랜딩이 아닌 학문에 중심을 둬야 하는 곳인데 저런 스티커는 껍데기만 강조할 뿐이다”며 “국내 최고 대학교조차 겉모습에 치중하는 것이 매우 유치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 스티커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에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뒷바라지해서 자식을 국내 최고 대학에 입학시킨만큼 자부심도 느껴도 된다는 주장이다. 또 일각에서는 비판 여론에 대해 자격지심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별걸 다 불편해하는 것 같다”며 “합법적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경쟁해 얻은 지위를 뽐내는 것은 자유다”고 밝혔다. 이어 “내 눈에는 자격지심에 욕하는 것 같은데 부러우면 저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시키면 되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해외 특히 미국에서는 자식이 입학한 대학을 뽐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인데 너무 유난 떠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은 해외에서는 자식 대학 스티커가 문화로 자리잡았지만 국내는 정서상 아직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진은미국 대학교들의 학부모 기념품들로 스티커부터 번호판, 티셔츠까지 다양하다. [사진=아마존 갈무리]

실제로 미국의 경우 자식 대학교를 들어내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이는 하버드나 버클리 등 명문대학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대학교에서도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스티커나 티셔츠 등 기념품을 판매한다. 심지어는 번호판 테두리에 자식의 학교를 부착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대학교를 들어내는 경우는 본인이 졸업했거나 자식이 입학했을 때로 나뉜다. 본인이 졸업한 대학교를 스티커를 나이가 들어서도 붙이고 다니는 경우는 애교심 혹은 대학 스포츠 팀 팬인 경우가 많다. 자식 학교의 스티커는 보통 명문대거나, 집안 첫 입학 혹은 부모와 똑같은 대학일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대학을 졸업한 재미 교포 김성호(가명·33) 씨는 “미국에서는 4년제 대학(University)에 입학하는 자체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 어떤 대학이든 나름의 자부심이 존재하는 것 같다”며 “부모님들도 보통 첫 자식 입학 시 한두 달 정도 많이들 스티커를 부착한다”고 밝혔다.

애리조나에 거주하는 로저 맨데즈(Roger Mendez) 시는 “나랑 내 아내 그리고 우리딸까지 모두 같은 대학을 나왔다”며 “우리는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있으며 아직도 스티커를 붙이고 같이 모여 와일드캣츠를(애리조나 대학 미식축구 팀)응원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에 대한 국내와 해외에 대한 정서가 많이 달라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국내보다 중요성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며 “그런 자연스럽고 부담 없는 분위기에서는 순수하게 소소감을 느끼는 문화가 될 수 있지만 국내처럼 대학 서열화가 심한 환경에서는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발전재단은 해당 스티커가 화제가 되자 “학부모 맞춤으로 학교에 대한 관심과 소속감을 제고하는 목적으로 제작됐다”며 “학교에 들어온 것은 학생이지만 학부모도 고생했음으로 그런 부분에 대한 소속감, 연대감, 자긍심 등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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