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어보다 재미[인기‘팍’ 골프‘파크’]

강석봉 기자 2026. 1. 2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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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생성

운동을 하다가 보면 스코어에 집착하기 쉽다.

‘오늘 최고 기록 세웠어. 퍼팅이 죽여줬지. 버디가 도대체 몇 개야’라고 으쓱이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그런데 파크골프를 치면서 그런 생각들은 둘째가 된다. 공이 뜻대로 가지 않았는데도 웃음이 많았던 날, 기다림이 길었는데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던 날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상한 일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파크골프는 과정이 중요하다. 한 홀을 치기까지의 걸음,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 공이 멈춘 자리에서 나누는 짧은 대화가 게임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런 순간에 나누는 이야기들은 점수표에 기록되지 않지만, 머릿속에 남는다. 그래서 파크골프의 스코어보다는 함께한 사람들의 밝은 웃음이 더 선명하게 남는다.

흥미로운 점은 즐거운 날이 꼭 스코어가 좋은 날도 아니라는 것이다. 욕심을 내려놓은 날, 실수에 관대해진 날, 나의 몸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인 날에 웃음이 많아진다. 결과를 붙잡지 않으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가벼우니 하루가 편안해진다. 그래서 경기가 끝난 후 사람들이 자주 나누는 “오늘 즐거웠어요”라는 한마디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잘 치는 날은 가끔 오지만, 즐거운 날은 자주 반복될 수 있다. 사람의 몸은 매번 다르고, 컨디션도 예측하기 어렵다. 그때마다 결과로 하루를 평가하면 운동은 점점 멀어진다. 하지만 즐거움을 기준으로 삼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늘은 공이 안 맞아도 햇살이 좋았고, 좋은 사람들의 얼굴을 봤고, 나눈 대화가 좋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루는 충분해진다.

사람은 성공보다 즐거움이 생길 때 그 일을 계속하게 된다. 파크골프가 꾸준히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냥 부담 없이 경기하고, 잘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가 허락되기 때문이다. 잘 치는 날은 지나가지만, 즐거운 날은 오래 머문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도 기록보다 만족스런 기분을 챙기며 집으로 향한다.

엊그제 파크골프장에서 만난 어르신의 말이 기억난다. 친구들과 1,000원짜리 내기 경기를 해서 3,000원을 땄다는 그 어르신은 “딴돈으로 복권을 살거여. 당첨이 되면 좋고 아니면 재미지.” 이날이 그의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는 건 공이 잘 맞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날이 그냥 즐거웠기 때문이 아닐까.

이익희 파크골프 심판(극동대 교수)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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