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남친 면회 갔다가 사망… 감기처럼 시작된 ‘치명률 10%’ 감염병의 정체

감기처럼 시작돼도 하루 만에 사망… 청년층 중심, 집단생활 감염 우려
버스에서 힘들어하는 여성.

군 복무 중인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부대를 찾았던 20대 여성이 감염증에 걸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감기처럼 시작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가벼운 증상으로 보였지만, 짧은 시간 안에 상태가 악화돼 목숨까지 잃게 된 것이다. 해당 질환은 침습성 수막구균 감염증으로, 빠른 전파력과 높은 치명률로 인해 국내에서도 법정 감염병으로 관리되고 있다.

감기 증상으로 시작되지만 하루 만에 치명적 단계로 진행

군대 간 남자친구 면회를 간 여성.

이 감염증은 처음에는 열이 나거나 오한이 드는 등 감기와 구분되지 않는 증상으로 시작된다. 일반적인 피로감, 두통, 근육통처럼 보일 수 있어 초기에 이를 감염병으로 인식하기 어렵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난 뒤 짧은 시간 안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증상이 나타난 뒤 하루 이틀 만에 패혈증이나 뇌수막염으로 번지며 급격히 위중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하대병원 감염내과 이진수 교수는 지난 13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감염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초기에 진단이 어렵지만, 일단 중증으로 진행되면 하루나 이틀 사이에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해당 질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기침·침으로도 전파… 무증상 보균자 많고 집단생활 환경에 취약

병원 의자에 앉아 있는 군인.

침습성 수막구균 감염증은 수막구균이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한다. 이 세균은 기침, 침, 말할 때 튀는 미세한 비말 등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전파된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균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질환의 가장 큰 특징이다.

실제로 국내 전체 인구의 약 5~10%는 수막구균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무 증상이 없는 무증상 보균자로 추정된다. 대부분은 병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면역 상태가 약하거나 세균의 독성이 강할 경우 세균이 혈액으로 침투해 침습성 감염으로 번진다.

특히 밀접 접촉이 잦은 군부대나 기숙사처럼 공동생활을 하는 환경에서는 전파 가능성이 커진다. 군 복무 중인 남성과의 면회 과정에서 감염된 20대 여성의 경우도 이러한 환경적 특성과 맞물리며, 특정 개인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유사한 상황에서 반복될 수 있는 위험으로 지적되고 있다.

연간 환자 수 많지 않아도 사망률은 높아… 격리 및 신고 의무화

고개를 숙인 군인.

국내에서는 연간 10명 안팎의 환자가 보고되고 있지만, 발병 수 자체가 적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병은 아니다. 이 질환은 질병관리청이 지정한 2급 법정 감염병으로 분류돼 있으며,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격리 조치가 시행되고 의료기관은 반드시 24시간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감염자의 일부는 심각한 후유증 없이 회복되기도 하지만, 사망률이 약 10%에 이르며, 생존하더라도 사지 괴사, 청력 저하, 신경계 손상 같은 중증 후유증이 남는 사례가 많다.

치료 시점을 놓치면 단기간에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만큼, 초기 대응보다는 예방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 교수 역시 “생존해도 일상 복귀가 어려울 만큼 후유증이 심각하게 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층 중심으로 발생… 기숙사·군부대 생활자 백신 필요성 커져

군대 내무반.

국내에서 수막구균 감염증은 주로 16세에서 44세 사이의 청·장년층에서 발생하고 있다. 병원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기 쉬운 환경, 예컨대 군부대, 대학교 기숙사, 합숙소 등은 위험도가 높은 장소로 분류된다.

대한감염학회는 무비증 환자, 면역계에 문제가 있는 보체결핍 환자, 수막구균을 다루는 실험실 종사자, 감염 유행 지역으로 출국 예정인 사람, 군 장병, 기숙사 거주 학생 등에게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수막구균 백신은 생후 6주 이상의 영아부터 성인까지 사용 가능하도록 허가돼 있으며, 연령과 생활 환경에 따라 맞춤형 접종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감염 가능성이 높은 환경에 있다면 사전에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예방법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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