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도 아깝나? 롯데의 해괴한 ‘대리 징계’, 팬들은 등을 돌렸다

대만 전지훈련지를 도박장으로 물들였던 롯데 자이언츠 ‘도박 4인방’이 결국 솜방망이 처벌조차 피해 갔다. 잘못은 선수가 저질렀는데 벌은 엉뚱한 프런트가 대신 받는, 그야말로 코미디 같은 ‘대리 징계’ 촌극이 벌어졌다.

롯데 구단은 27일 이번 사태에 대한 자체 징계안을 발표하며 고승민, 나승엽, 김동혁, 김세민 등 해당 선수들에게 추가 징계를 내리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강훈 대표이사와 박준혁 단장에게 중징계를, 실무진에게 문책성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사건을 매듭지었다.

이것이 과연 ‘책임 경영’인지, 아니면 전력 손실을 막기 위한 ‘꼼수 보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고 친 선수는 면죄부를 받고, 뒷바라지하던 프런트만 철퇴를 맞는 이 해괴망측한 논리는 롯데 자이언츠라는 조직의 기강이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촉법 소년’ 된 프로 선수들... 롯데에 기강은 있는가

박준혁 단장은 “KBO 징계 수준이 가볍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이중 처벌에 대한 부담을 불참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는 궤변에 가깝다. KBO 징계는 리그 차원의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일 뿐, 구단은 소속 선수가 품위를 손상하고 팀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권리와 의무가 있다.

성인인 프로 선수가 새벽에 자발적으로 도박장에 출입한 행위를 ‘관리 소홀’이라는 명분으로 프런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선수를 주체적인 성인이 아닌 ‘촉법 소년’ 취급하는 것과 다름없다. 롯데의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선수가 어떤 사고를 쳐도 “교육을 제대로 안 한 구단 탓”이라며 숨어버릴 수 있는 최악의 선례를 남기게 됐다.

‘중징계’라더니 비밀 유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롯데

더욱 황당한 것은 프런트에게 내렸다는 ‘중징계’의 실체다. 구단은 징계위원회 비밀 유지 원칙을 내세워 사장과 단장이 정확히 어떤 벌을 받았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팬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진정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면 징계 수위를 투명하게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구체화했어야 한다. 내용을 알 수 없는 ‘비공개 중징계’를 누가 신뢰하겠는가. 결국 소속 선수를 감싸기 위해 수뇌부가 방패막이를 자처하며 팬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마음껏 사고 쳐라” 안일한 인식이 불러올 참사

이번 결정은 롯데 선수단 전체에 아주 위험한 메시지를 던졌다. “사고는 내가 쳐도 매는 윗분들이 맞는다”는 인식이 심어지는 순간, 팀의 기강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 8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라는 참담한 성적표 앞에서도 묵묵히 응원해 온 부산 팬들이 바란 것은 이런 비겁한 타협이 아니다.

비시즌 외부 영입 하나 없이 전력 보강에 실패한 롯데가, 그나마 남은 주축 자원인 고승민과 나승엽을 한 경기라도 더 빨리 쓰기 위해 ‘면죄부’를 발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합리적이다. 하지만 눈앞의 성적을 위해 도덕성을 내팽개친 대가는 혹독할 것이다.

사고 친 자는 웃고, 지켜보던 팬들만 피눈물을 흘리는 롯데의 현주소. ‘자이언츠’라는 이름의 거인은 이제 실력뿐만 아니라 도덕적 품격마저 잃어버린 ‘난쟁이’로 전락했다. 이번 솜방망이 처분은 훗날 롯데 야구의 흑역사 중에서도 가장 부끄러운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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