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지 않은 홍콩]⑤“교육열·소비력 높은 홍콩, 블루오션 사업 영역 아직 많아”
태권도를 하이엔드급 교육화 시키면서 안정적으로 사업 확장...“외국인 차별 없어 사업 수월”
한때 아시아의 금융·경제 허브(hub)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누려왔던 홍콩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이후 빚어진 중국 본토와의 정치적 갈등 때문에 외국 자본이 줄줄이 홍콩을 이탈하면서 국제 사회에선 머지않아 싱가포르가 홍콩 대신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은 다소 이르거나 과장된 감이 없지 않다. 조선비즈는 다양한 현장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홍콩의 객관적인 현 위상과 내일에 대해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홍콩의 공식 투자 유치기관인 홍콩투자청은 해외 투자자들의 홍콩 투자와 비즈니스 유치를 돕는 홍콩특별행정구정부 산하 기관이다. 홍콩투자청은 서울시 서초구에도 지부인 한국 사무소를 두고 있는데, 여기서는 홍콩으로의 사업 진출을 원하는 국내 스타트업 및 기업들에게 컨설팅과 네트워킹 등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특별할 것 없는 사업 아이템이 홍콩을 비롯한 해외에서 빛을 발하기도 하면서 상담을 받는 사례도 종종 있다.
홍콩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태권도 프랜차이즈 NRG태권도도 이같은 경우에 속한다. 국내에서 태권도장하면 특이할 것 없는 어린이 체육 교육시설이지만, 홍콩에서의 위상은 조금 다르다. 태권도를 전공하고 홍콩에서 태권도 교육 사업을 시작한 노래 NRG태권도 대표는 “태권도 종주국에서 태권도를 교육하는 도장이 최근에는 사실상 탁아소, 보육시설처럼 여겨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며 “홍콩에서는 신체와 정신을 단련하는 무술로서 특히 어린아이들의 부모님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대표는 태권도 교육을 해외에서 하고 싶다는 오랜 꿈을 가지고 있었다. 교회 목사였던 부모님을 통해 해외에서 교회를 운영하고 있는 선교사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고 해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는 자신이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 때문에 영어는 열심히 했고, 군복무도 외교부 산하 코이카를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태권도 선수들을 지도하는 국제협력 요원으로 다녀온 경력이 있다. 이후에는 필리핀으로 1년간 태권도 사범으로서 일을 했다.
국내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해외 태권도 교육 사업을 해보고자 했던 노 대표는 전공 교수를 통해 해외 사업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당시 홍콩과 싱가포르, 중국에 수요가 있고 연결이 가능하다는 선택지가 있었는데, 노 대표는 그간 한번도 다녀오지 못한 홍콩에 대한 관심이 생겨 일단 한번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홍콩행을 택했다. 그는 “홍콩에 이렇게 바로 자리잡으러 온 것은 아니었는데, 막상 이곳에서 사범으로 일해보니 홍콩에서 태권도 사업을 해볼만 하겠다는 판단이 들어 이렇게 자리 잡을 수 있덨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 대표가 홍콩을 사업의 최적지라고 판단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홍콩은 교육열이 굉장히 높다. 홍콩에는 80개가 넘는 국제학교가 있으며 평균 연봉이 높은 홍콩에서는 자녀들의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를 한다. 이와 함께 홍콩 사회는 태권도에 대해서 하나의 무술로서 인정해주고 태권도를 지도했을 때 일반인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은 편이다. 또한 그가 법인을 설립할 당시 홍콩에는 크고 작은 태권도 도장은 있었지만 체계적이고 학부모들의 이목을 끌만한 도장이 없어 블루오션이라는 결론도 내렸다.
노 대표는 홍콩에서 태권도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교육열이 강한 홍콩에서는 교육에서 유치원을 선택할 때가 가장 중요하다. 홍콩식, 국제식, 영국식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어느 유치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어느 정도 쭉 이어지는 방식이다. 중간에 바꿀수는 있지만, 유치원 때 선택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원하는 학제를 위해 경쟁할 필요가 없다.
노 대표는 이 점을 활용해, 어린이들의 경험을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단순한 태권도 교육에서 그치는 게 아니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고 수료증을 발급하면서 향후 유치원 입학시 도움이 될 수 있는 증명을 만들어 준 것이다. 또한 맞벌이 부부가 많고 근무시간동안은 아이들이 학원가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 착안해 지점의 위치도 가족 단위 가정이 많고 인기있는 학원을 조사해 결정했다.
덕분에 NRG태권도는 홍콩 지하철(MTR)역 기준 올림픽역, 센트럴역 등 총 네군데에 지점이 있는 홍콩의 태권도 교육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이런 교육 사업은 투자를 받거나 그런 류의 스타트업이 아닌 자영업에 가깝기 때문에 다음 마일스톤(목표)은 지점 확장과 프로그램 확장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태권도장에서 배우는 동안 끝나고 데려가기 위해 기다리는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사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외 진출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미 한국에서는 레드 오션인 사업 아이템이 외국에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관점이 달라 인기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의 기반도 있으니 국제 교류도 쉽다. 실제로 NRG태권도는 국내 고신대학교, 백석대학교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이벤트도 함께 기획하고 있다. 노 대표는 “태권도의 태가 발차기, 권이 손기술, 도가 예절이라는 뜻인데 종주국인 한국 내에서도 태권도장이 흔한 교육시설로 전락해 이런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반면 홍콩에서 태권도는 하이엔드급 어린이 교육으로 만들어가면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사업지로서 홍콩의 이점에 대해서는 외국인과 내국인의 차별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중국은 위험도가 너무 높고 다른 지역은 멀면서도 문화가 많이 다른데, 홍콩은 유사한 문화에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면서 외국인이 온전히 회사를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는 것. 노 대표는 “다른 나라도 그렇겠지만, 홍콩 같은 경우에는 투자청이 사업 확장을 위한 자문이나 컨설팅을 도와주기 때문에 유리한 부분도 있었다”며 “기술이나 금융 쪽으로 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홍콩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고 투자청의 도움이나 커넥션도 훨씬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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