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업 성장동력으로 부상…대주주 변경, M&A 잇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투자와 최대 주주 변경이 잇따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큰 기업이 기술과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또는 바이오 시장 진출을 위해 지분 인수와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7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프리시젼바이오의 최대 주주가 지난 2일 아이센스에서 광동제약으로 변경됐다. 프리시젼바이오는 코스닥 상장사로, 인체·동물용 검사기나 카트리지 등을 제조, 판매하는 체외진단기기 기업이다. 광동제약은 지난 7월 개인맞춤형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프리시젼바이오 인수를 결정했다. 프리시젼바이오의 전 최대주주인 아이센스는 보유 지분 28.20% 전량을 약 160억원에 매각했다.
제약업계는 광동제약의 프리시젼바이오 인수에 주목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삼다수,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헛개차 같은 식음료(F&B) 사업에 집중해 왔는데, 최근 신약을 도입하고 의료기기 회사를 인수하는 등 제약·바이오 본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동제약은 지난 7월엔 이탈리아 키에시(CHIESI Farmaceutici)사의 희소질환 의약품 4종을 국내에 독점 판매∙유통하는 계약도 맺었다.
아이센스는 프리시젼바이오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주요 사업인 연속혈당측정기(CGM) 사업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이센스는 작년 9월 국내 최초로 연속혈당측정기(CGM)를 출시했다. 회사 측은 “글로벌 혈당측정기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미국 진출 비용 마련을 위해 프리시젼바이오를 매각했다”고 했다.
동화약품은 지난달 미래에셋벤처투자PE와 함께 1600억원을 투자해 미용 의료기기 기업 하이로닉 지분 57.8%를 인수했다. 동화약품은 하이로닉 인수가 미용 의료기기업체 인수를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이로닉 인수는 동화약품이 현장 실사를 마친 뒤 오는 12월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동화약품은 이번 인수에 500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독이 최대주주인 제넥신은 지난 7월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와 합병 계약을 체결했으며, 합병 신주 상장 예정일은 오는 17일이다. 제넥신은 이번 합병을 통해 표적단백질분해제(TPD) 기술인 프로탁(PROTAC)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바이오프로탁(bioPROTAC) 플랫폼 기술과 신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전문성을 갖춘 핵심 연구 인력을 영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TPD는 인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이용해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골라 제거하거나 비활성 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최재현 이피디바이오 대표는 미국 프로탁 기술 기업 아비나스(Arvinas)에서 프로탁 개발 담당자로 근무한 TPD 분야 전문가로, 제넥신에서 임상 개발을 포함한 연구개발(R&D)을 맡는다. 추후 주주총회를 거쳐 최재현, 홍성준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대웅그룹의 관계사인 시지바이오는 지난 2월 이노시스의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이노시스 사명은 11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시지메드텍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시지바이오는 근곡결계 조직손상 재건에 필요한 의료용 치료재료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시지바이오는 이노시스 인수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재생의료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노시스는 정형외과용 의료기기 제품과 스텐트 판매·유통사다. 두 회사 모두 스텐트와 척추 임플란트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이노시스는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생체분해성 금속 임플란트 소재에 대한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이노시스는 계열사를 통해 전기 계량기 등 전기에너지 사업도 하고 있다.
앞서 오리온그룹도 올해 5485억원을 출자해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바이오 기업 리가켐바이오의 지분 25%를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됐다. 리가켐바이오 인수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꾀한 것이다.ADC는 암세포와 결합하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서 정확하게 전달하는 차세대 항암 기술로, ‘암 잡는 유도미사일 항암제’라고도 불린다. 항암 효과는 높이고, 정상 조직의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당초 시장 일각에서 식품 사업과 바이오 사업 간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으나, 리가켐바이오 주가가 올해 들어 65% 상승했고, 리가켐바이오의 사업 성과 기대감이 커지면서 오리온에 대한 주식도 반등 움직임을 보였다. 리가켐바이오는 2015년부터 매년 기술수출을 해왔다. 오리온 오너 3세 담서원 상무는 리가켐바이오 사내이사가 됐다.
시장은 금리 인상 시기에 위축됐던 인수합병(M&A)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으면서 헬스케어 분야 거래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현금 유동성이 늘어나면 인수합병에 유리한 환경이 된다”며 “앞서 투자 시장이 위축돼 자금난을 겪은 기업들의 가치가 하향 조정됐다 보니 이에 따른 지분 매입과 인수합병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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