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의 자력(磁力)'에 대하여

방민준 2024. 12. 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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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공이 눈에 파묻힌 참고 사진입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지난달 27~28일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열흘째 골프 연습을 못하고 있다. 골프장 그물이 눈 무게를 못 이겨 찢어지고 내려앉는 바람에 유일한 운동인 골프 연습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철제 기둥이 온전해 찢어진 그물을 보수하면 연습장을 다시 열 수 있지만 문제는 당장 보수인력과 자재 조달이 어렵다는 점이다. 전국적으로 비닐하우스, 축사, 전통시장, 골프연습장 등 폭설에 따른 피해가 워낙 광범위해 전문인력이나 필요한 자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물을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국내에 재고가 없어 수입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작업할 사람도 경쟁이 심해 예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골프 사상 가장 위대한 골퍼 다섯 명에 꼽히는 벤 호건(1912~1997)은 "하루 연습을 하지 않으면 내 자신이 알고, 이틀 연습을 안 하면 갤러리들이 안다. 3일 연습을 안 하면 온 세상이 다 안다."는 명언을 남겼다.



 



85세로 타계한 벤 호건(1912~1997)은 1946년부터 1953년 사이 US오픈 4회 우승, 마스터스와 PGA선수권에서 두 차례 정상에 올랐고 브리티시 오픈 챔피언에도 오른 미국의 전설적인 골퍼다. 1949년 승용차를 몰다가 버스와 충돌, 중상을 입고 산산조각이 난 다리뼈를 간신히 붙여 겨우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자 주치의의 만류를 뿌리치고 1950년 US오픈에 출전, 극적으로 챔피언에 올라 골프팬들을 놀라게 했다.



 



흰 모자에,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으로 유명한 그는 PGA투어에서 무려 64번이나 우승했는데 이 기록을 뛰어넘은 골퍼는 타이거 우즈와 샘 스니드(82회 우승), 잭 니클로스(73회 우승)뿐이다. 그는 "연습하지 않고 좋은 스코어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 위에서 고기를 얻으려는 것과 같다."며 연습을 중요시했다.



 



벤 호건 정도는 못되지만 필자 역시 연습을 안 하면 몸 구석구석이 쑤신다. 다른 중요한 일정이 있어도 틈을 내 연습장을 찾는 게 습관이 되었다. 매년 겨울 눈이 내리면 먼저 연습장으로 달려가 직원들과 함께 눈을 치우곤 했는데 이건 순전히 연습을 중단할 수 없는 습관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 연습장. 사진제공=방민준

 



 



지난번 폭설로 골프연습장 이용이 중단된 이후에도 며칠에 한 번씩 연습장을 찾아 진척 상황을 살피고 앞으로의 계획을 알아보곤 빈 스윙만 몇 번 하고 돌아오곤 했다. 그러나 골프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하루하루는 내게 고문이었다. 칼럼을 쓰고 최근 마무리한 소설을 손보고 볼펜이나 펜 또는 수채화로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한시도 골프와 떨어질 수 없었다.



 



아파트 뒤 공터에서 막대기로 빈 스윙을 하거나 근처 공원의 체육시설을 이용해 허리나 하체 훈련도 빠뜨리지 않는다. 건강 유지보다는 순전히 골프 스윙의 퇴화나 노화를 저지하기 위한 발버둥이다. 물론 아파트단지 후미진 곳에서 매일 일정 시간 긴 막대기를 휘두르기도 한다. 골프의 불가사의성만으로는 내게 작용하는 골프의 자력(磁力)을 설명하기 어렵다. 그 정도로 골프의 자력이 무섭다. 



 



사흘 만에 연습장을 찾았다. 찢어져 쳐진 그물, 을씨년스럽게 늘어선 빈 타석은 슬픈 풍경이었다. 직원과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웬 젊은이가 미니 골프백을 들고 나타났다. 



"어! 모처럼 연습하러 왔는데 문을 닫은 모양이네요?"



"보시다시피 그물이 찢어져서 지금은 이용할 수 없습니다."



 



젊은이는 아쉬움을 담은 표정을 짓고 돌아서려 했다. 그때 이를 옆에 있던 연습장 회장님이 나섰다. 



"어렵게 오셨는데 드라이버나 긴 샷은 안 되지만 짧은 어프로치는 연습하세요."



직원이 놀란 표정을 짓자 회장님은 "본격적인 개장은 못하지만 일부터 찾아온 고객을 돌려보내기가 그렇잖아요?"라며 직원에게 이용료도 받지 말라고 말했다. 



 



회장님의 용단으로 젊은이는 공을 뽑아 쳐진 그물을 피해 자리를 잡고 어프로치 연습을 시작했다. 직원이 내 마음을 읽고는 코인을 주어 나도 타석을 잡았다. 바람개비와 드라이버 빈 스윙으로 몸을 풀고 어프로치 연습을 했다. 그동안 잠들었던 골프 세포가 일제히 깨어나는 듯했다.



 



회장님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습장 회원들과 함께 라운드도 했는데 다리가 불편해진 이후 라운드를 그만 두었다. 그래도 단골 회원들과 자주 차를 마시며 골프와 관련된 대화를 나누곤 한다. 나는 회장의 용단에 회원들이 환호성을 지를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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