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민간소비 감소…2022년 4분기 성장률 -0.4%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2년 6개월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정부 소비가 늘었으나 민간소비와 수출 부진을 막지 못하면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4%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전체로는 2.6% 성장하며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달성했지만, 올해 1분기에도 수출 부진과 민간소비 위축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저성장 국면은 계속될 전망이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펜트업 소비(보복소비)가 많이 올라와 2∼3분기 민간소비가 회복됐는데, (4분기에) 조정을 받았다”면서 “부동산거래 위축으로 이사 수요가 줄면서 가전 등 내구재 소비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수출은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5.8% 감소했고, 수입은 원유와 1차 금속제품 등이 줄면서 4.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4분기 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살펴보면 민간소비가 -0.2%포인트, 순수출(수출-수입)이 -0.6%포인트로 집계됐다. 즉, 민간소비와 순수출이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내렸다는 의미다.
다만, 4분기 정부 예산 집행과 독감 유행에 따른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 등으로 정부 소비가 늘어나면서 성장률 추가 하락을 막았다. 지난해 4분기 정부 소비는 물건비,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3.2% 증가하면서 전분기(0.1%) 대비 증가 폭이 확대됐다. 정부소비 기여도도 전분기(0.0%포인트) 보다 높아진 0.6%포인트였다.
황 국장은 “지난해 물가 상승 부담 등으로 인해 이연됐던 예산 집행이 4분기에 이뤄지면서 물건비 지출이 높아졌고, 독감 등이 유행하면서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역성장에도 불구하고 연간으로는 2.6%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당초 한은의 전망치와 같은 것으로, 2021년(4.1%)에 이어 2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출항목별로는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감소했고, 수출과 수입은 증가세가 둔화됐으나 민간소비 등은 증가했다.
문제는 올해 경제 성장률이다. 반도체 경기 부진 등으로 수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민간소비 역시 어느 정도 뒷받침해줄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 경제가 1.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최근 하방 리스크가 커지면서 이마저도 하향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통화정책방향회의 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경제는 성장세 둔화가 이어지면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 11월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황 국장은 이날 올해 1분기 역성장 가능성에 대해 “현재까지 수집된 정보를 보면, 수출 부진 양상이 지속되고 있으나 개인신용카드 사용 증가율이 전년 동기보다 소폭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1분기는 펜트업 소비가 얼마나 살아나는지, 수출이 어떻게 되는지 등에 따라 좌우될 듯하나 현 상황에서 1분기 성장률을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실질 GDP의 감소(-0.4%)에도 불구하고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0.1%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실질 GDI는 유가 상승 등 교역조건 악화로 전년 대비 1.1% 감소해 실질 GDP 성장률을 밑돌았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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